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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7 채송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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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7 채송화

 

  채송화 세 뿌리를 얻었다. 줄기가 부러져도 뿌리가 남아서 곱게 옮겨심는다. 이 아이가 살아날까 싶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몸을 곧추세운다. 어린 날 채송화는 코스모스가 올라올 적에 길가에 흔하게 피었다. 열두 살 적에 배움터에서 마을마다 꽃밭 가꾸기를 시켰다. 우리 마을에는 꽃밭을 꾸밀 터가 없어 마을 어귀 다리를 건너자마자 나오는 비탈진 골에 꽃밭을 꾸미기로 했다. 육학년 언니오빠가 풀을 베고 호미로 풀을 매고 조그맣게 꽃밭을 꾸몄다. 일요일마다 마을지기가 노래를 틀었다. 어른은 마을을 쓸고 치운다면, 아이는 꽃삽을 갖고서 꽃밭을 가꾸었다. 어른은 한 집에 한 사람은 꼭 나와 마을을 치워야 하고, 안 나오면 돈을 물렸다. 봉숭아 분꽃 접시꽃을 심었던가. 배움터에서는 마을을 자전거로 돌아보면서 꽃밭을 살핀다고 했다. 비가 오면 개울에 물이 불어 꽃밭에 가지 못한다. 꽃을 심어 놓은 자리로 둘레 나무하고 풀이 뻗고, 몇 날쯤 꽃밭을 돌본다고 해도 아이들은 으레 시들하기 마련, 꽃밭이 풀밭이 되었다. 해가 들지 않는 자리라 꽃이 자라기 힘들다. 채송화는 마을에서 흔하게 보았다. 우리 집 마당에도 골목에도 길에도 드문드문 피었다. 고운 꽃잎을 쪼그리고 앉아서 보면 하루 해가 저문다. 우리는 채송화 줄기를 닮은 풀을 반찬으로 먹었다. 반찬으로 삼는 풀과 닮은 채송화가 예쁜 꽃을 여러 빛으로 피워서 예뻤다. 산에 들에 있는 풀과 열매는 따다 먹어도 꽃은 잘 보지 못했다. 채송화가 피운 여러 가지 꽃을 볼수록 재밌었다. 보리밥을 물리도록 먹을 적에 꽃에 눈을 돌릴 틈이 있었을까. 채송화는 배고픔을 살짝 잊게 해준 꽃이 아닌가 싶다.

 

2021. 07. 03.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