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6] 쪽제비싸리나무
아까시나무하고 많이 닮아 헷갈리는 나무이다. 아까시나무는 빳빳하고 하얀꽃이 송사리로 피어 축 처진다. 쪽제비싸리나무는 가시가 없다. 대가 억센 풀 같고 꽃이 하늘로 곧게 자라고 줄기만큼 길쭉하다. 아까시나무와 같이 가위바위보 하면서 손가락으로 잎사귀 따먹기하고 가지를 머리에 감아 볶으며 놀았다. 우리는 쪽제비싸리나무를 꺾어 손톱에 발랐다. 내 손톱은 넓적하고 끝이 잘 부러진다. 어릴 적에는 손톱깎이가 없어 칼이나 이로 물어뜯으며 깎았다. 손톱 밑살이 드러나면 아프다. 손톱 둘레에 까시래기가 일어나 따끔하다. 손톱 뿌리에 하얀 반달을 덮은 살을 칼이나 연필로 밀어넣고 칼로 자르다가 피도 나고 까시래기가 더 일어났다. 어른들은 손톱에 까시래기가 일어나면 미움받는다는 말을 했다. 가지를 꺾어 나무물을 손톱에 바르면 반짝거리고 손톱이 힘이 있어 덜 부러지고 손톱이 오목하다. 손톱 빛깔이 맑게 그대로 보인다. 내 손톱은 빠졌다가 다시 나기도 하고, 부채꼴로 퍼지기도 했지만 마알간 빛이 돌아 내 눈에는 고왔다. 어린 날에는 손톱에 덧발라도 답답하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 손톱에 뭘 바르면 손톱뿐 아니라 나를 조이는 듯 답답하다. 숨이 막힐 듯해서 이내 지우느라 손톱에 뭘 바른 일은 거의 없다. 내 손톱도 어린 날 쪽제비싸리나무만 떠올리는지 모른다. 저한테서 짜낸 물 아니고 다른 뭘 바르지 못하게 한다. 뻑뻑한 물은 나뭇잎이 부지런히 햇살을 먹고 일하며 모은 피일는지 모른다. 내 손톱은 풀만 좋아하는가. 댕강 꺾어도 기쁘게 푸른물을 내어준 쪽제비싸리나무야, 예전에는 말을 못했지만, 참 고마웠어.
2021. 07. 03.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