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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5] 노간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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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5] 노간주나무

 

  소나무 곁에 노간주나무가 가지를 펼쳤다. 나무가 가늘고 잎도 여리다. 나무가 곧고 굵다. 아버지는 이 나무를 잘라 도끼 손잡이로 끼우고 소코뚜레를 삼았다. 껍질을 벗기고 아궁이 불을 쬐며 나무를 구부려 코뚜레 꼴을 잡았다. 하루는 소가 새끼를 낳는다. 마당에 모아 둔 거름을 둔 자리에 아버지가 볏짚을 깔아 준다. 나는 소 옆에서 구경하는데 어머니가 보지 못하게 했다. 방에 들어가 문을 빼꼼히 열고 구경했다. 소 앞발을 보았다. 소는 아프다고 소리도 지르지 않는다. 소가 숨을 고르고 힘을 주자 새끼가 뚝 떨어졌다. 어미는 새끼 몸을 혀로 햝고 새끼는 이내 일어서려고 비틀거린다. 온몸을 다 닦으면 새끼가 일어나서 어미 젖을 먹는다. 새끼 소는 어리지만 크다. 어린 송아지가 조금 자라 코를 뚫을 때가 되었다. 미리 꼴을 잡아 묶어둔 코뚜레를 코에 끼우려고 송아지를 잡고 애쓴다. 나무는 송아지와 지내고 싶었을까. 곧게 자라면서 부드럽게 구부러지기에 여러 곳에 썼겠지. 바람이 그렇게 노간주나무를 키웠을지도 몰라. 노간주나무는 소하고 동무가 되는 나무. 노간주나무는 도끼이며 여러 연장을 든든히 받치는 단단한 나무. 어쩌면 노간주나무는 숲에서 조용히 밑자리를 튼튼히 지키면서 푸른 나무일지도 몰라.

 

2021.06. 24.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