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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3] 찔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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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3] 찔레나무

 

  찔레는 꺾는 자리가 따로 있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재 밑이다. 산 따라 도랑이 길 따라 이어졌다. 도랑에 다리를 걸치고 비탈진 산으로 몇 걸음 오른다. 흙을 밟으면 땅이 비스듬하고 흙이 푸석해서 발이 흙하고 같이 미끄러진다. 어떤 날은 주르르 몸이 미끄러져 엉덩이를 찍는다. 찔레는 덩굴이 커서 잎이 나무를 가린다. 덩굴줄기에 삐죽 올라온 새싹을 먹는다. 가시덤불에 있는 싹도 팔을 뻗어 꺾는다. 가시를 살살 비껴서 꺾어도 손등이 긁힌다. 싹이 굵고 보드랍고 풀 맛이 상큼하다. 길쭉한 찔레를 앞니로 똑똑 꺾어 씹으면서 아껴 먹는다. 새싹 가운데 살이 통통하고 굵은 찔레가 맛이 좋다. 어떤 찔레는 가늘고 가시가 돋아 질겨서 껍질을 벗겨내고 먹는다. 찔레 몇 가닥 꺾어 먹으면 목마름도 사라진다. 배도 무척 부르다. 겨울이면 흰꽃이 진 자리에 빨간 열매가 달린다. 우리는 열매는 먹지 않고 가끔 꺾어서 들고 논다. 아버지는 눈 내린 겨울에 이 열매에 무슨 약을 묻히고 산에 덫을 놓고 토기를 잡아 온다. 아버지는 “싸이나 놓는다”고 했다. 찌르기 가시 때문에 찔레라는 이름일 텐데, 우리가 먹는 가녀린 싹에도 무른 가시가 돋는다. 어린 잎인 싹일 적부터 가시로 몸을 지키며 스스로 삶길을 헤아리는지 모른다. 살짝 떫으면서 달콤한 맛인 찔레를 짐승도 맛이 좋아 먹겠지. 찔레는 새싹을 우리한테 빼앗기지 않으려고, 또 나무로 살아가는 길이 힘들어 덩굴을 짓는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꺾어 먹어서 더 뭉치며 단단하게 자랐지 싶다.

 

2021. 06. 24.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