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2] 솔잎
유월이 되니 솔잎이 쑥쑥 올라왔다. 손가락 길이로 길쭉하고 새잎은 한 뼘씩 하늘로 곧게 자란다. 솔잎이 삐죽삐죽 덜 나올 적이 되면 새잎에 가루가 잔뜩 달라붙었다. 우리는 나무를 흔들어 노란가루를 털어냈다. 흩어지는 가루는 눈먼지처럼 펄펄 난다. 가루를 터는 재미로 소나무를 무척이나 뒤흔들었다. 가루가 날아가면 새잎이 드러난다. 솔잎이 푸르고 빳빳하게 힘이 차면 한가위에 솔잎을 따다 송편 사이에 넣고 찐다. 솔잎 한 가지를 꺾어 하나하나 잎을 따서 실로 묶어 항로에도 꽂는다. 풋풋한 솔방울이 자라 겨울에 마르고 입을 쩍 벌리면 나무에서 떨어지고 우리는 주워서 불쏘시개로 썼다. 솔잎이 겨우살이를 하면서 잎을 떨구면 우리는 까꾸리로 모아서 불쏘시개 땔감으로 태운다. 소나무 껍질과 속살을 벗겨 먹는다. 금성산에 와 보니 소나무는 힘들게 자란다. 곧게 자라지 못한다. 그렇지만 잎이 보드랍고 솔방울도 작고 나무도 작다. 하나같이 왜 이리도 작을까 싶어 살펴본다. 돌 틈에 뿌리를 겨우 내리고 밑둥은 바위에 걸터앉은 꼴을 하며 둘레 나무가 거의 휘면서 자란다. 바위틈에 살아나려고 몸집을 키우지 않은 듯하면서도 바위에 자리 잡는다. 잎도 나무도 어린 싹같이 여리다. 소나무가 사람들한테 많이 내놓는다. 어릴 적에는 내가 털어낸 꽃가루가 주전부리인 줄도 모르고 다 날려 버렸다. 솔잎 마음도 솔잎처럼 푸르기에 삶을 푸르게 짓겠지.
2021. 06. 18.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