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03] 경운기
길에서 경운기를 만나면 기뻤다. 십리 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 오빠들은 버스 창문에 매달리다가 떨어져 머리를 깨거나 무릎이 크게 깨진다. 경운기를 만나면 왼쪽 오른쪽 가운데 자리를 두고 서로 맡는다. 나는 늘 왼쪽을 고른다. 삼학년 때 경운기에 매달리다가 팔힘이 빠져서 발을 내리다가 돌부리를 밟고 서면서 엎어졌다. 무릎이 돌에 찍혀 피가 맺히고 팔꿈치를 갈았다. 어머니가 상어 이빨이라고 길쭉한 뼈를 긁어서 다친 자리에 가루를 뿌려준다. 딱지가 앉고 가려워 긁으면 짓무르고 고름이 생긴다. 그래도 경운기를 만나면 또 탄다. 처음 탈 적에는 몸을 오그리다가 자꾸 타면서 몸을 뒤로 젖히고 팔을 쭉 뻗는다. 경운기가 털털 돌길을 지나가면 우리도 덜컹 몸이 따라 털털하고 웃음소리도 떤다. 경운기 소리가 시끄러운데 아저씨는 우리가 탄 줄을 알까. 조금이라도 매달려 온 날은 뭔가 뿌듯하다. 어느 날 짐차가 한 대 지나갔다. 너무 타고 싶었다. 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짐차를 보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커서 짐차에 문을 달고 방을 꾸미고 디딤칸을 셋 달아서 움직이는 차를 꼭 타고다닌다고 다짐했다. 내가 한 말대로 이제 어른인 나는 차를 몬다. 다만 아직 어릴 적에 그리던 그 짐차, 살림칸을 잔뜩 붙인 차를 몰지는 않는다.
2021. 06. 14.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