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02] 오줌
비를 맞은 길바닥이 푹 꺼지고 웅덩이가 생겼다. 패인 자리에 빗물이 찰랑거린다. 빵빵한 웅덩이에 물길을 트고 찔끔찔끔 물이 흐른다. 또 어떤 길은 누가 오줌을 갈겨 놓은 듯하다. 나는 나무 옆에서 오줌을 눈다. 멧산에 오면 뒷간이 없어 숲에 들어가서 오줌을 그냥 눈다. 어릴 적에도 아무 때나 갈겼다. 비가 오는 날이면 뒷간에 안 가고 마당 한쪽 담벼락에 모아 둔 거름에 비를 맞으며 오줌을 눈다. 내가 눈 오줌이 빗물 따라 마당에 길을 내고 흐른다.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거름에 똥을 눈다. 거름도 얼고 내가 눈 똥이 아침이면 꽁꽁 얼었다. 햇볕에 눈이 녹고 이른저녁에 오줌을 누려고 자리를 맡으려다 내가 눈 똥을 밟는다. 몇 걸음만 걸으면 뒷간인데 무서웠다.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도 나가지 못했다. 어머니는 요강을 방에 둘 적도 있고 문밖 뜨락에 둘 적도 있다. 잠결에 오줌 소리를 듣는다. 아버지 오줌 줄기가 세차다. 나는 앉아서 오줌을 누는데 자꾸만 요강을 타고 흐른다. 오빠들도 오줌을 누고 아침이면 요강이 놓인 자리에는 오줌이 고이고 뜨락에도 고인다. 요강에 오줌이 가득 차서 비우려고 들면 엄지손가락이 오줌물에 담긴다. 오줌을 거름에 부으면 거름이 되고 아버지가 지게에 자루를 깔고 담아서 밭에 가서 뿌린다. 똥도 다 흙에 뿌렸다. 나는 멧산에 갈 적마다 오줌을 누면서 숲한테 뭔가 보태주려나 하고 생각한다.
2021. 06. 14.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