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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0] 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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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0] 탱자

 

  올해는 탱자나무가 열매 맺기를 건너뛰려나. 한 그루에 하나만 작게 달렸다. 귤은 껍질도 쉽게 까고 새콤달콤해서 먹는 사람이 많지만 탱자를 먹는 사람은 못 봤다. 장골 가파른 멧골 아랫집에 탱자나무가 울타리로 빽빽하다. 바위 언덕에 옥이네만 사는데 뒤뜰을 탱자나무로 심었을까. 멧돼지가 내려오는지 모른다. 노랗게 익으면 바닥에 혼자 뒹구는 탱자를 가시 틈으로 줍느라 손등이 꾹 찍히기 일쑤이다. 한 입 깨물다가 쓴맛에 이내 뱉는다. 탱자는 먹기 힘든 줄 어릴 적에 주워서 베어물고서 알았다. 그러나 탱자 쥔 손이 향긋해서 몇을 따고 줍는다. 댓돌 바닥에 가볍게 떨구면 조금 올라왔다가 내려가면서 통통거린다. 공놀이를 하고 때론 약으로 썼다. 열두 살 적에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몸을 긁었더니 얼굴만 빼고 온몸 살결이 울퉁불퉁 올라왔다. 이불을 다 덮어쓰고 누웠다. 이불도 무겁고 안도 컴컴해서 숨이 막혔다. 무릎 꿇고 엎드려 이불 끝을 살짝 들어 밝은 틈으로 밖을 빼꼼히 내다보고 숨도 크게 쉬었다. 두드러기는 빛을 보면 더 벙긋하게 일어났다. 오빠가 탱자를 찾아서 왔다. 엄마는 탱자를 반을 가르고서 온몸에 발랐다. 씨앗이 몸에 붙고 알갱이가 덕지덕지 붙는데 시원하다. 그대로 한숨을 자고 이불 밖으로 나와 몸을 돌아보니 다 가라앉았다. 그러고 보면, 어린 날 탱자는 두드러기를 가라앉힐 적에 알뜰히 썼다. 줄기에 가시가 굵어 멧짐승이 집에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게 가려 주는 울타리요, 향긋하게 퍼지는 냄새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동무요, 통통 가볍게 튀기거나 조물거리면서 쥐는 놀잇감이요. 두드러기를 앓을 적에 몸을 달래 주는 살림이었다.

 

2021. 06. 14.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