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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6] 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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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6] 부들

 

  못을 지나다 부들을 본다. 어린 날에는 못가에서 올려다보았는데 오늘은 다리에서 내려다본다. 우리는 부들을 또뜨락방망이라고 했다. 다듬이방망이같이 생기고 흙빛이 돌고, 겨울날 털신에 붉은 깃털하고도 닮고, 얼음과자도 닮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운뎃못에서 부들을 꺾는다. 부들로 칼싸움도 하고 궁금해서 반으로 쪼개서도 논다. 대보다 부들이 굵어서 칼싸움하면 굴렁굴렁한다. 부들끼리 세게 부딪치면 터져서 가루가 펄펄 난다. 부들을 손에 들고 다니면서 동무들 뒤통수를 때리고 숨기고 목에 대고 간지럽히고 시치미를 뗀다. 부들 끝에 올라온 대를 자르고 부들을 마주보도록 둘 놓고 장난도 친다. 하나는 손잡이 대를 짧게 하고 바닥에 놓는다. 다른 하나는 대를 길게 하고 부들이 서로 맞대게 가까이 놓고 긴 대를 손으로 돌리면 바닥에 놓인 부들이 맞물려 제자리에서 내가 돌리는 쪽으로 움직인다. 아버지는 부들이 푸를 적에 낫으로 벤다. 집에 갖고 와서 돗자리를 짜고 방석을 엮는다. 부들이 푸른 풀일 적에 엮으면 풀이 누렇게 마른다. 우리가 방망이라고 하던 이름처럼 부들도 부들부들해서 붙인 이름일까. 진흙에 뿌리내린 부들이 못에 사는 벌레한테는 집일 텐데 장난감이 되었다가 세간살이가 되는 풀이다. 풀은 하나도 버릴 일이 없네.

 

2021. 06. 07.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