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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2] 이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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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2] 이팝나무

 

  갓 지은 밥내음이 가득하다. 주걱으로 밥을 한쪽으로 살살 걷고 누룽지를 푼다. 다시 밥을 누룽지 걷은 자리에 물리고 남은 누룽지를 걷는다. 막 걷어낸 누룽지가 김이 날아가자 꾸덕꾸덕하다. 나는 누룽지를 먹으려고 쌀을 조금 더 안친다. 어린날 아침저녁으로 부엌창(봉창)에 서로 고개를 내민다. 어머니가 가마솥에 불을 때면 솥뚜껑 틈으로 쏴아 쎄에 하고 김이 뿜는다. 이윽고 뜸이 들면 먼저 맡은 나는 문턱에 두 팔을 얹고 손을 내민다. 뒤에 온 작은오빠와 동생이 내 등 위에 꾸부정하게 목을 빼고 손을 내민다. 엄마는 가마솥 손잡이를 행주로 잡고 솥뚜껑을 열면 김이 손 가득 빠져나온다. 보리밥 가운데에 한 줌 얹은 쌀밥을 섞는다. 어떤 날은 노란 좁쌀로 밥을 짓는다. 엄마는 도시락을 먼저 담고 밥을 퍼서 부뚜막에 둔다. 그리고 누룽지를 긁는다. 둥그런 쇠주걱으로 긁다가 부뚜막에 발을 올리고 긁는다. 누룽지가 빳빳해서 납작하게 나오는 날도 있고 질어서 엄마가 손에 얹어 꼭꼭 말면 주먹밥처럼 준다. 엄마는 먼저 손 내민 나부터 준다. 셋이 똑같이 하나씩 준다. 누룽지를 받아들면 부엌창을 닫고 아껴먹는다. 우리는 밥보다 누룽지를 먼저 먹었다. 쌀밥 좀 먹어 봤으면 싶던 날에 우리가 받아 쥔 누룽지는 일을 많이 하시는 아버지 한 끼 밥인데 누룽지만 기다리는 우리 마음을 알고 엄마는 누룽지가 나오도록 밥을 지었다. 우리가 누룽지를 먹기에 어머니 아버지는 밥알 몇 떠다니는 숭늉을 먹는다. 어머니는 누룽지가 안 먹고 싶었을까. 하얗게 꽃이 핀 이팝나무를 보며 누룽지를 먹던 때를 그린다.

 

2021. 06. 01.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