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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0] 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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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0] 호미

 

  댓돌에 놓은 호미 한 자루를 본다. 흙이 묻은 호미가 날카롭다. 풀을 휙 긁기만 해도 그대로 잘릴 듯하다. 어린 날 갖고 놀던 호미와 닮았다. 우리 집 호미를 보면 아버지 호미와 어머니 호미가 다르다. 아버지 호미는 크고 끝이 뾰족하고 쇠가 검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쓰던 호미를 그대로 쓰기도 하지만 아버지 호미보다 작은 호미를 쓴다. 나는 어머니가 쓰던 많이 닳아 뭉텅한 호미를 쓴다. 온집안이 호미를 하나씩 맡아 마늘을 캤다. 대를 하나씩 잡고 뿌리를 콕 내리찍으면 뽑힌다. 마늘에 호미가 찍혀 반 잘리고도 하고 대만 떨어지기도 한다. 호미가 뭉텅하고 작아 깊이 파지 못하니, 돕다가 마늘만 망친다. 그래도 우리는 엎드려 마늘을 캤다. 흙을 쪼다가 흙에 들리지 않아 나무 손잡이가 빠지면서 뒤로 넘어지기도 한다. 다시 나무 손잡이에 쇠를 끼우고 돌에 탁탁 치면 잘 들어간다. 한둘 빠지면 나무 손잡이에 끼워도 흔들거린다. 호미로 감자도 캐고 고구마도 캤다. 감자를 쪼고 고구마도 부러진다. 어쩌다가 김(풀)을 매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워낙 쉬지 않고 일을 하여 다른 집 아이들에 대면 밭매기는 흉내만 냈다. 호미로 이랑 흙을 긁으면 사근사근 마른 흙이 깎이고 작은 돌이 호미끝을 치는 소리가 사각사각 난다. 잔돌을 긁으니 호미가 닳아 뭉텅하다. 내가 본 댓돌에 놓인 호미는 꽃밭에서 풀을 매는 호미로 손잡이가 작고 가늘다. 호미를 바라보는 동안 내 귀에는 돌하고 부딪치며 밭매는 소리가 들린다. 흙하고 돌이 신나게 노래한다. 손잡이와 손은 호미하고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노래를 듣는다. 내가 밭을 매니 흙이 더 시원하게 매라고 노래를 부르지 싶다. 호미가 닳도록 땅을 긁듯이 어머니 아버지도 손이 닳도록 호미질을 했다. 나는 어릴 적에 만진 호미하고 괭이가 좋을까. 한 뼘 되는 호미와 한 뼘이 조금 넘는 작은 괭이를 쓰고, 가끔 멧길을 갈 적에 넣어 가기도 한다.

 

2021. 05. 31.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