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8] 솔친다
자고산(칠곡군)에서 솎아낸 나무를 쌓아두었다. 잘린 나무가 가늘고 자잘하다. 어린나무이다. 잎이 시들하지만, 아직 푸르다. 갓 베어낸 듯하다. 클 나무만 두었을까. 어미나무로만 키우려는 셈일까. 잘린 나무는 어림잡아 열 해나 열다섯 해를 자랐을 듯하다. 이 나무라면 며칠 밥을 짓고 소죽을 끓이지 싶다. 내가 열세 살 적에 어머니는 서른여덟이었다. 엄마가 막냇동생을 배어 효선마을 산에서 나무를 한다. 여섯이나 여덟 집이 돈을 모아 멧골을 통째로 샀다. 소나무를 함부로 건들지 못하던 때라 면에서 받아들인 곳에서만 소나무 가지를 친다. 소나무 가지를 마음 놓고 자르려고 샀다. 겨울방학 무렵이다. 어머니는 배가 부른데 비스듬한 산에 쪼그리고 앉아 나무를 모은다. 방학 때라 고등학생인 큰 오빠도 거들고 중학생인 작은오빠는 무거운 나무를 밑으로 옮긴다. 수레에 싣고 소를 몰아 고개 하나 넘어 집에 부린다. 나는 나무 하기 싫었다. 그렇지만 배가 부른 어머니가 억척스럽게 하니깐 어쩌지 못하고 거든다. 나무는 겨울이 되면 집안이 모여 한 해 땔 나무를 죽기살기로 가지를 자르고 옮긴다. 밥 같은 나무이다. 그래야 여름에 소죽을 끓이고 우리 밥도 짓는다. 살림이 어려워 아버지는 돈을 벌어 보겠다고 강원도 탄광에서 일한다. 아버지도 없는 겨울에 두 오빠가 어머니를 많이 돕는다. 두 달 뒤 이월이다. 우리가 한 나무로 안방 아궁이에 불을 뜨겁게 지피고 마을 아줌마가 방바닥에 비닐을 깐다. 엄마는 소리를 지르고 참기를 거듭한다. 큰오빠는 어둑한 새벽에 아랫마을에 의사를 부르려고 전화하러 간 사이에 엄마는 아버지도 없는 날에 동생을 낳았다. 솎아내어 쌓인 나무를 보자 배가 부른 몸에 엄마가 나무하던 모습이 문득 떠올라 눈물이 올라왔다. 봄여름갈에는 들일 밭일하고 겨울이면 땔감을 얻으려고 솔친다.
2021. 05 .29.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