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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7] 정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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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7] 정구지

 

  장골 밭을 찾는데 헤맨다. 내가 생각한 길이 다르고 나무가 빼곡하다. 어릴 적에 다니던 비스듬한 등성이 옆구리에 난 오솔길이 넓다. 예전에 이 오솔길 곁으로 텃밭이 조그마했고 정구지와 파를 심었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정구지와 파를 베러 다녔다. 정구지를 한 판 베고 나면 비가 온 뒤에 쑥쑥 자랐다. 이렇게 정구지를 베고 나면 더 기운차게 자랐다. 정구지에 꽃대가 가늘고 야물게 올라오면 꽃이 핀다. 부추꽃이 예뻐서 스스로 정구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순이 경이 정이 숙이한테 정구지로 부르라고 말했지만, 아이들은 한둘 부른 뒤로 듣지 못했다. 나는 몸이 여려서 잘 아프고 잘 울었다. 어머니하고 작은오빠가 ‘땡삐야’ 하고 부르면 나는 입이 한 발 나왔다. 듣기 싫었다. 이름은 다른 사람이 내 몸짓이나 마음 씀씀이를 보고 붙인다. 나는 어머니를 졸졸 따라다녔다. 일하며 거추장스러워서 어머니는 나를 떼려고 하고 나는 안 떨어지려고 울었다. 하도 울어서 어머니가 붙여준 ‘땡삐’이다. 정구지는 베고 베어도 잘린 자국이 사라지고 깨끗하게 나니 놀랍다. 베고 베어도 저렇게 잘 자란다. 무치고 부치고 많이 먹고 티없이 자라난다. 이제 시골에서는 땔감으로 나무를 쓰지 않아 나무가 숲을 이루고 예전 우리 집 정구지밭도 숲으로 돌아갔다.

 

2021.5.26.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