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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6] 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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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6] 감꽃

 

  젖은 땅을 비끼며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감꽃을 본다. 감꽃도 피었지. 나뭇가지에 달린 감꽃을 하나 딸까 싶어 올려보니 높다. 나무가 커서 팔이 닿지 않는다. 감나무 밑 싸리 울타리에 감꽃 하나가 떨어져 아슬하게 매달렸다. 바닥에 쪼그려앉아 감꽃을 주워 모아두고 울타리에 걸린 감꽃을 베문다. 어린날 감꽃이 떠올랐다. 그때 맛이 날까 또 씹었다. 고운 꽃이 살짝 달면서도 떫고 쓰다. 어릴 적에 앞집 뒷담을 넘어온 감나무에 핀 꽃이 우리 골목에 떨어졌다. 팔을 뻗어 감꽃을 빼먹고 떨어진 꽃을 주워먹었다. 감나무는 집집이 있어 골목마다 꽃이 떨어졌다. 아이들과 밭둑으로 다니며 감꽃을 주웠다. 나뭇가지를 꺾어 끼우고 실에도 끼운다. 한쪽으로 끼우며 가위바위보 놀이로 하나씩 빼먹고 내가 꽂아 둔 감꽃에 남은 감꽃을 빼면 잃은 감꽃을 셈했다. 아까워서 한꺼번에 다 먹지 못하고 굵은 실에 끼워 긴 목걸이를 만들어 목에 걸고 틈틈이 빼먹는다. 어릴 적에는 꽃이 우리 주전부리이다. 내가 먹은 주전부리 가운데 가장 곱고 떫었다. 감꽃이라는 떫고 달고 익은 여러 맛을 만났기에 감을 좋아하였다. 감이 감꽃이 지고 한여름을 지나니 토실한 감알이 되지. 나는 사리 나무를 하나 꺾어 감꽃을 주워 끼운다. 목이버섯이 자라는 나무 밑둥에 감꽃꼬치를 얹어 두고 내려왔다.

 

2021.05. 26.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