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2] 느티나무
나무가 참 천천히 자라는 듯하다. 느티나무는 우리 마을에서 가장 크다. 학교 다닐 적에 늘 나무 밑으로 지나간다. 학교 마치고 오면 가방을 던져 놓고 굵은 나무에 올라가서 논다.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나무에 잘 올라갔다. 나무가 커서 손에 잡히지도 발을 올리기도 옮기기도 힘들어도 아랑곳 안 했다. 오월이면 마을에서 그네를 단다. 마을 언저리에서 어른들이 모여 한 줌씩 짚을 엮는다. 혼자서는 따지 못하고 여럿이 잡는다. 새끼줄은 한 움큼이나 되는 밧줄처럼 엮는다. 길게 꽈서 느티나무에 짊어지고 올라가서 그네를 거는데 사다리는 없고 맨몸으로 나무에 올라가고 도우면서 그네를 단다. 그네를 한 판 타려고 줄을 오래 선다. 한 집에 언니오빠에 동생이 줄줄이 있고 예순 집이 모여 사니,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지 줄을 기다려도 두세 판 탈까 싶다. 혼자 타다가 둘이서 마주보고 탄다. 뒤에서 그네를 세게 밀면 논에 떨어지는 듯하다. 나는 그네를 무척 타고 싶은데 너무 무서웠다. 그네가 높이 올라갈 적에는 무릎을 굽혔다 펼쳤다 밀고 그네가 내려올 적에는 가만히 선다. 혼자 타도 박자를 잘 맞춰야 하고 둘이 타면 무릎이 서로 부딪치지 않게 맞춘다. 뒤로 오를 적도 있고 뒤로 내려올 적도 있는데 앞으로 볼 적보다 더 무섭다. 한 판이라도 더 타려고 달린다. 십리 길 학교 오가면서 달리기를 가장 많이 한 듯하다. 마흔 해 지난 느티나무가 어린 날보다 왜 작아 보일까. 이제는 태워 줄 아이가 없어서 안 클까.
2021. 05. 18.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