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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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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어릴 때 서라벌 고장에서 자랐는데, 그곳에선 사내아이, 겨집아이를 머시마, 가시나라 불렀다.

더러 머스마, 머시매 라고도 소리 냈다.

누구 집에서 몸을 풀었다고 하면 우물가에선 '뭐 낳았능공?' ‘머시마 낳았다카대.‘ 아니면 ’또 가시나 낳았단다.‘처럼 썼다.

한참 커서도 그러니까 열일곱 여덟쯤 되어도 서로 손바닥으로 등을 세게 치면서

이 가시나야! 또는 이 머시마야! 하면서 장난을 쳤다.

옛날엔 좋으면 장난칠 때 때리는 그런 내림이 있었다.

그때는 처자, 총각이란 한자말보다 이 말을 더 많이 썼다.

 

가시는 아내 또는 겨집이란 뜻이다.

그래서 가시집은 아내집이란 뜻으로 오늘날 처갓집에 잡아먹힌 말이다.

가시는 ‘꽃’ 옛말이다.

옛날에 사라부루(신라) 화랑을 ‘가시나’라고 했다고 한다.

화랑은 처음엔 ‘가시나’로 꾸렸으니까 마땅히 그 이름도 ‘가시나’였는데

뒤에 가시나 차림을 한 머시마로 꾸렸다고 한다.

가시나를 이두로 적은 것이 花娘인데, ‘花’는 꽃 옛말인 가시를 뜻으로 옮긴 것이고,

‘나’는 무리를 뜻하는 ‘네’ 옛 꼴이다.

그러므로 가시나는 ‘꽃들’ '꽃무리'란 뜻이고 처음에 花娘으로 적었다가

나중에 머스마들 모임으로 바뀌자 花郞으로 적었다고 한다.

 

꽃 옛말인 가시는 겨집 또는 아내란 뜻으로 15~16 온해(세기)까지 널리 쓰였으나

그 뒤 ‘아내’란 말에 자리를 내주었다 한다.

‘가시버시’란 지아비 지어미란 뜻이다.

가시버시와 같은 뜻으로 아내 바데, 안사람 바깥사람 이란 말이 쓰이다가

차츰 한자말에 잡아먹히면서 바데는 남진으로, 뒤에 남편으로 바뀌면서

오늘날 아내, 남편이 되었다.

이제라도 남편이란 한자말을 버리고

그러니까 아내 바데, 가시 버시, 지아비 지어미, 안사람 바깥사람으로 써 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