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우리말 ‘새’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새¹’ 하고 짧게 소리 내면 띠나 억새 같은 풀을 통틀어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새는 벼 잎 같은 긴 잎 가장자리에 작고 가는 톱니가 날이 서 있어 맨손으로 베거나 만지다가 손을 벨 수 있다.
‘새:²’ 하고 길게 소리 내면 ‘사이’ 준말인데, 며칠 새, 쉴 새 없이 라고 말할 때 쓰는 새:다.
또 ‘새:³’ 하면 우리가 잘 아는 온갖 날짐승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참새, 뱁새, 딱새 할 때 새를 말한다.
저 아랫녘(전라, 경상)에선 혀를 ‘새⁴’ 라고 짧게 소리 내어 쓰고 ‘샛바닥이 골(만)발이나 빠져 죽을 놈‘처럼 쓴다.
또 새⁵는 피륙 날을 세는 하나치로 쓰는데 여든 올을 한 새로 친다. 열두 새 모시 베처럼 쓴다.
또 ‘새⁶’는 ‘새로운’ 준말인데, ‘새마을, 새나라, 새 술은 새 자루’에처럼 써서‘이제까지 있어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또 ‘새⁷’는 빛깔이 산뜻하게 짙다는 뜻으로 ‘새까맣다, 샛노랗다, 새빨간 거짓말’ 처럼 쓴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우리말 ‘새⁸’는 동쪽이란 뜻인데, 한자말 동이 들어와 새를 잡아먹었다. 앞에든 ‘새⁶’, ‘새⁷’도 본디 ‘새⁸’에서 뻗어 나온 말이다.
샛바람은 동풍에 잡아먹히고, 새녘은 동녘에, 새틀 녘은 동틀 녘에 잡아먹혔다.
날이 어슴푸레 밝아올 때부터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까지를 새벽, 새벽녘이라고 한다.
같은 새벽이라도 날이 새기 비롯하는 이른 새벽은 첫새벽, 꼭두새벽, 또는 새새벽이라고 한다.
또 아직 어두운 이른 새벽이라는 뜻에서 어둑새벽, 둘레가 어슴푸레 밝아온다고 어슴새벽이라고도 한다.
또 아침밥을 먹기 앞 이른 새벽을 밥앞(식전)새벽, 새벽이 좀 느지막하면 늦새벽이라 한다.
막동이 임금님이 한글을 만들어 펴낸 지 온해 쯤 뒤인 1527해에 최세진이 ‘훈몽자회’란 책을 지었는데, 거기에 새벽을 뜻하는 한자말 晨과 曉가 나오는데 이것을 새배신, 새배효라 새겼다.
이 ‘새배’는 ‘새벽’ 옛말이다.(안옥규-어원사전)
날이 밝는 것을 날이 샌다고 하는데, 이것은 아침이 새녁(동쪽)에서부터 밝아오기 때문이다.
날이 밝아오면 새날이 왔다고 한다.
시라(신라)도 새벌(동쪽벌)이란 뜻을 이두 꼴로 한자를 빌어 적은 말이다.
또한 ‘새뜻하다(새롭고 산뜻하다), 새첩다(예쁘고 말쑥하고 산뜻하다), 새롭다’ 가 모두 ‘새’에서 나온 말이다.
새벽에서 벽은 ᄇᆞᆰ(밝다)에서 온 말이고 새ᄇᆞᆰ> 새배> 새박, 새벅> 새벽으로 바뀌어왔다.
이것은 없어진 글자 · (아래아, 아와 오 가운뎃 소리)가 바뀌어 온 열매이다.
새벽이란 곧 ‘새녘(동쪽)이 밝는 것’을 말하며 그런 뜻으로 우리겨레가 만든 말이다.
얼마나 짜임새 있는 말지음(조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