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7] 순이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7] 순이나무 일터에 갈까 망설이다가 뒷골을 올라가기로 한다. 개나리 풋풋한 내음하고 아까시 꽃내음이 짙다. 꽃꿀을 찾는 벌이 바쁘다. 언젠가 이 뒷골에 아까시나무를 보러 온 적이 있는데, 그날 내가 ‘순이나무’라고 이름을 붙인 나무를 만났다. 일에 바빠 아이들을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맡긴 내 모습을 나무 한 그루에서 보았다. 나는 일에 묶여서 옴짝달싹 못하고, 나무는 어디로도 못 가고 …
- 숲하루 글쓴이
- 2021-05-09 21:33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6] 디딜방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6] 디딜방아 숲을 거닐다 쑥떡을 먹을 자리를 둘러본다. 맞춤한 바위를 찾았는데, 이 바위 틈으로 나무가 끼인 듯하다. 자라던 나무에 바위가 굴러온 듯하지 않고, 바위가 있는 사이에 씨앗이 떨어져 자란 듯하다. 어떻게 그 틈에서 자랐나 싶으나, 나무하고 바위는 마치 하나인 듯 얼크러지며 오늘에 이르렀지 싶다. 어릴 적에 언덕집에서 살다가 마당이 넓고 디딜방아가 있는 집으로 옮긴 일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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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09 21:31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5] 벼랑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5] 벼랑 보슬비가 내리는 날 칠곡 가산면 유학산에 오른다. 멧길에 안개가 자욱하다. 멧자락에 깃든 절까지 올라가며 바라보는데 바윗덩이가 그대로 멧자락이로구나 싶다. 어떻게 멧갓 하나가 바위 하나일 수 있을까. 그러나 사람 눈으로 보기에 바윗덩이 하나가 멧갓인 모습이 놀라울 테지만, 온누리(우주)로 보자면 이 바윗덩이도 그저 작은 돌멩이 하나일는지 모른다. 깎은 듯한 벼랑 한켠에 선 나…
- 숲하루 글쓴이
- 2021-05-07 21:37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4] 뿌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4] 뿌리 멧길을 오르다 보면 쓰러진 나무를 자주 본다. 쓰러진 나무를 보면 문득 멈춰서 바라본다. 까맣게 타버린 나무에는 어떤 숨결이 남았을까. 꼿꼿이 설 적에는 그늘하고 열매를 내어주면서 보금자리가 되고, 쓰러진 뒤에는 버섯이며 이끼가 자라면서 더 작은 숲이웃한테 보금자리가 된다. 이 나무는 언제 뿌리까지 뽑혔을까. 다가가서 보니 흙이 바싹 말랐고, 잔뿌리도 굵은 뿌리도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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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07 21:29
[내가 사랑하는 아이] 34. 손질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34. 손질 셋째 아이가 장난감 비행기를 손에 들고 몸을 이리저리 휘젓고 빙글빙글 돌아다니며 비행기 놀이를 했다. 침대에도 올라가고 끄트머리를 등지고 앉아 비행기를 들고 몸을 틀다가 그만 기우뚱 뒤로 넘어졌다. 미닫이를 박고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얼떨결에 일어난 아들은 뒤통수를 손으로 잡고 머리를 박은 유리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엄마 유리 깨서 어떡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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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06 05:53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3. 새싹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3. 새싹 새가 노래하는 소리에 문득 올려다본다. 새소리를 잊고 나무에 돋은 새잎을 바라본다. 새잎 돋은 아까시나무를 땅바닥에서 올려다보니 마치 하얀구름에 닿을 듯하다. 씨앗에 새싹이 돋듯 나무에 새잎이 돋는다. 사람도 어버이 몸에서 갓 태어난 아기는 새잎이나 새싹 같다. 옅푸른 이 새싹이며 새잎을 해를 받아 차츰 짙푸르다. 짙푸르게 우거질 때도 좋지만, 어쩐지 나는 갓 돋은 옅푸른 …
- 숲하루 글쓴이
- 2021-05-03 21:17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2. 각시붓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2. 각시붓꽃 구불구불한 팔조령 옛길로 들어온다. 숲에 막 들어서는데 각시붓꽃을 만난다. “각시붓꽃이네.” 곁에 다가가 앉는다. 꽃잎이 짙으면서 맑은 보랏빛이다. 눈부시다. 보랏빛 바탕에 물감을 하얗게 찍은 듯하다. 하얀 무늬는 마치 꽃이 하나 더 핀 듯하다. 언젠가 멧골에 오르다가 어느 무덤가에서 용담꽃이며 각시붓꽃을 몇 뿌리 캔 적이 있다. 그날 고운 꽃을 우리 집에 옮겨심는다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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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03 21:17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1. 등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 01. 등꽃 팔조령 쉼터 지붕에 등꽃이 이르게 핀다. 옅은 보랏빛으로 우거진 꽃송이가 쉼터 지붕을 타고 주렁주렁 달린다. 가느다랗던 등나무 둘은 서로 꼬여서 지붕으로 뻗기만으로는 모자란지 쇠기둥뿐 아니라 모두 친친 감으려 하는 듯싶다. 스스로 곧게 서기보다는 서로 친친 감으면서 자라는 등나무다. 다른 덩굴나무도 서로 친친 감는다. 홀로 뻣뻣하게 서서 바람에 흔들리듯 춤추다가도 곧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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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03 21:17
[내가 사랑하는 아이] 33. 돌보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33. 돌보기 시골에 살던 둘째 아이가 네 살이 되어 집에 왔다. 두 딸이 어린이집에 함께 간다. 아침에 조금 일찍 나서서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데, 둘째 아이가 자꾸 운다. 안 들어가겠다고 울어 언니가 손잡고 가자고 말해도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이 층 문 앞에서 샘님이 안고 달래도 숨죽여 운다. 샘님이 가라고 손짓해서 내려오는데 우는 소리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백 미터 떨어진 곳에 아…
- 숲하루 글쓴이
- 2021-04-28 20:16
[내가 사랑하는 아이] 32. 시골아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32. 시골아이 “옷 산다고 하디 샀나?” “아니. 아직 안 샀어.” “꽃샘추위 지나가면 봄을 건너뛰고 바로 여름이 오지 싶다. 짧은 철이라도 옷은 제때 바꿔 입어야지.” “응 쉬는 날에 나가 볼게.” “그래라. 니 동생 집에 왔다.” “알아. 어제 말했어.” “아. 어여, 엄마가 옷값 보태 주까?” “응, 얼마나?” “돈은 없어. 10이나 20?” “돈 없음 안 줘도 돼.” “어디로 보낼…
- 숲하루 글쓴이
- 2021-04-20 19: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