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4] 가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사진: 박종덕님]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4] 가재 마을 앞뜰 어귀에 느티나무를 지나 오빳골 재 덜 가서 아랫마을로 내 따라 논 따라 길이 갈라졌다. 가는 길로 갈라지는 곳에 냇물이 흐른다. 재 너머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을 만나 아랫마을로 뻗어가는 냇가는 가재가 있는 개울이다. 냇바닥에는 누렇고 검은 돌과 큰돌 작은돌이 있고 물이 떨어지는 곳에 시멘트를 발라 밑쪽에는 작은 뚝이 있다. 물이 넘쳐 흘러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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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9-15 21:43
[숲하루 발걸음 12 맷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2 맷돌 맷돌 살 돈이 없을 적에는 마을에서 돌려가며 쓰는 돌을 썼다. 맷돌에는 돌구멍이 있어 암놈 수놈을 끼우고 돌린다.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어머니 뱃속에서 맷돌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열아홉에 혼례를 했지만, 방이 하나뿐인 살림이었다. 방 한 칸을 가로 긋고 시아버지인 아픈 우리 할아버지와 함께 썼다. 세간살이라고는 구멍 난 솥하고 숟가락 하나뿐이다. 시집온 그해 아버지가 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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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9-06 21:0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3] 가죽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3] 가죽나무 가죽나무 잎은 봄인데도 빨갛다. 새싹이어도 붉다. 나는 붉은 가죽나무를 보면 만지기 무섭다. 옻나무와 닮아서 잘못 따면 옻을 옮는다. 아버지도 새싹을 딸 적에 그만 옻을 건드려 팔에 오돌토돌 오르기도 했다. 비 오는 어느 날 아버지가 가죽나무를 한 움큼 따왔다. 어머니는 물에 헹구고 총총 썰어서 고추장에 버무렸다. 아버지 밥상에 올라온 가죽나물은 향긋 했지만, 나는 이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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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9-06 21:0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2] 도라지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2] 도라지꽃 배움터에서 돌아오는 길이 멀어 달리기를 하고 길에 앉아 돌줍기를 하고 솔밭에 앉아 쉬고 또 달리면 어느 사이 오빠골 재 밑에 닿는다. 멧자락 따라 재 밑에 오면 느긋하게 놀았다. 아직 집이 멀어도 이 자리만 오면 집에 다 온 듯하다. 찔레가 있는 멧기슭 높은 밭둑에 도라지밭이 한 군데 있었다. 멧자락 밭둑이 높고 미끄럽다. 신발이 푹푹 빠져 흙이 들어가도 끙끙대며 풀을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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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9-06 21:07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1] 수박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1] 수박 여름이면 마을에 수박 장사가 왔다. 경운기에 가득 싣고 알리면 마을 사람이 몰려와서 고른다. 손으로 톡톡 두들겨 통통 맑은소리가 나면 잘 익은 수박이고 퉁퉁 끊어지면 껍질이 두껍다. 그래도 속은 갈라 봐야 허벅허벅하거나 여물고 짙은지 알기에 아저씨가 세모로 칼집을 내어 속을 보여주었다. 찬물에 수박을 담가 두었다가 시원하다 싶을 적에 쟁반에 놓고 썬다. 수박 한 덩어리 자르면…
- 숲하루 글쓴이
- 2021-09-06 21:07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1] 수박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1] 수박 여름이면 마을에 수박 장사가 왔다. 경운기에 가득 싣고 알리면 마을 사람이 몰려와서 고른다. 손으로 톡톡 두들겨 통통 맑은소리가 나면 잘 익은 수박이고 퉁퉁 끊어지면 껍질이 두껍다. 그래도 속은 갈라 봐야 허벅허벅하거나 여물고 짙은지 알기에 아저씨가 세모로 칼집을 내어 속을 보여주었다. 찬물에 수박을 담가 두었다가 시원하다 싶을 적에 쟁반에 놓고 썬다. 수박 한 덩어리 자르면…
- 숲하루 글쓴이
- 2021-09-03 07:35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0] 타래붓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0] 타래붓꽃 어린 날에 본 타래붓꽃은 범부채 풀잎보다 좁고 길쭉하다. 빛깔이 푸르고 속대를 뽑으면 원추리 밑둥처럼 옅은 풀빛이다. 가느다란 풀잎 속대를 뽑고 속대 하나를 더 빼낸다. 속대를 빼면 풀잎 속이 비고 속대가 빠지면서 이파리 끝은 늘어진 옷처럼 구불구불하고 보드랍고 얇다. 아랫입술에 살짝 얹고 후 하고 바람을 불어 넣으면 붙은 풀 틈으로 바람이 들어가 곱게 풀피리 소리가 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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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9-03 07:35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9] 삐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9] 삐비 오빳골 지름길 무덤 앞에서 삐비를 뽑아 먹었다. 우리는 ‘삐삐’라 했다. 겨울 바람이 봄바람으로 바뀔 무렵이면 잔디보다 조금 큰 풀에 자주빛 새싹이 가운데에 올라온다. 끝이 뾰족하게 돌돌 말린 새싹을 잡고 당기면 삐 소리가 나고 드르륵 덜컹 뿌드득 하며 촉촉한 풀이 스치는 소리를 내며 뽑힌다. 보드라운 새싹을 잡고 당기면 내 손이 작게 울린다. 삐삐를 막 뽑으면 촉촉하다.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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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9-03 07:35
[숲하루 발걸음 11] 담금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1] 담금주 열두 살 적에 아버지가 안방 앞 처마 밑에 땅을 파고 병을 묻었다. 어머니가 간지밭에 고추 따러 가다가 길에서 뱀 한 마리를 만났다. 어머니는 손에 든 괭이로 꽁지를 누르고 끈으로 묶어서 비료 자루에 담아 왔다. 어머니는 독이 없는 뱀을 알고 잡았다. 병에 넣어 술을 붓고 뚜껑을 막은 다음 밭에 묻거나 비 안 맞는 자리에 묻는다는 마을 사람들 말을 듣고 아버지는 가까운 처마 밑에 묻…
- 숲하루 글쓴이
- 2021-08-24 09:15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7] 솜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7] 솜꽃 어릴 적에 우리 집은 한 이불을 덮고 잤다. 여름에는 마루와 멍석으로 흩어 자지만 겨울이면 군불을 넣고 한곳에서 바닥에 이불도 깔지 않고 두꺼운 이불 하나를 덮었다. 중학생인 작은오빠, 나, 동생, 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다섯이 덮었다. 이른 저녁에는 바닥이 따뜻하고 뜨겁지만, 새벽이 되면 구들이 식어서 몸을 움츠리며 서로 등 뒤에 딱 붙어서 갈치잠을 잔다. 누구 하나 몸을 들…
- 숲하루 글쓴이
- 2021-08-24 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