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3] 호박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3] 호박꽃 호박꽃이 떨어지고 호박이 둥글게 여문다. 어머니는 호박씨는 곡식을 심는 밭에 뿌리지 않고 밭둑에 심었다. 풀을 뽑고 씨앗이나 어린싹을 심고 물을 준 뒤 동그랗게 비닐을 씌웠다. 싹이 자라서 비닐을 걷어내면 밭둑으로 덩굴이 뻗는다. 잎이 우거지고 줄기에 까칠한 털이 있다. 밭일 들일 하고 어린 호박을 따왔다. 호박은 누렇게 익을 때까지 따먹는다. 어린 호박일수록 겉이 매끈하고…
- 숲하루 글쓴이
- 2021-10-07 19:05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2] 메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2] 메주 어린 날에 겨울이 되면 하루를 잡아 온 가족이 메주를 쑤었다. 볕 따뜻한 날 가마솥에 콩을 삶아 디딜방아에 찧어서 고무 그릇에 퍼담아 시렁이 있는 방에서 일을 나누었다. 쳇바퀴는 새끼줄을 친친 감고 보자기를 펴서 깔고 콩을 가득 채운 뒤 덮고 올라가 발로 자근자근 밟았다. 메주를 밟아 틀을 빼서 좀 두고 꾸덕꾸덕하면 짚으로 매달아야 하는데 우리는 방이 좁아서 틀에서 빼면 그대…
- 숲하루 글쓴이
- 2021-10-07 19:05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1] 고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1] 고추 고추꽃이 핀 자리에 고추가 자란다. 납작하던 노란 씨앗이 고추를 주렁주렁 달고 나왔다. 어린 날에 빨갛게 말린 고추를 가위로 배를 갈아 씨앗을 뺐다. 아버지는 물에 불려 수건에 싸서 싹을 틔웠다. 설이 다가올 무렵이면 싹을 붓는다. 사월이면 한 포기씩 옮겨 심었다가 다시 밭에 심는데, 고추가 자라도 고추 열매는 잘 열리지 않았다. 씨앗집에서 파는 씨앗은 어쩐지 고추가 잘 열렸…
- 숲하루 글쓴이
- 2021-10-04 22:12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0] 벼바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0] 벼바심 어린 모가 여름갈 비바람을 견디고 가을해에 알알이 여물면 벼를 벤다. 요즘은 큼직하고 반듯한 논에 콤바인이 들어갈 길만 낫으로 가돌림 하면 기계가 베고 바심을 하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낫으로 했다. 낫을 한 자루씩 들고 줄을 지어 한둘씩 잡고 힘껏 당겼다. 논바닥에 널어놓은 벼를 두 손에 잡힐 만큼 묶어서 수레로 나르고 앞마당에 무더기로 쌓았다. 아랫방 앞에 탈곡기를 놓고…
- 숲하루 글쓴이
- 2021-09-30 20:54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9] 모심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9] 모심기 마늘을 캐고 난 뒤에 아버지가 논을 삶는다. 논에 물을 대고 갈았다. 진흙 논을 맨발로 밟고 소로 갈고 경운기로 갈았다. 볍씨를 뿌려 놓은 논에는 물이 늘 찼고 볍씨가 한 뼘쯤 자라면 모판에서 모를 잡아뽑아 한 줌씩 짚으로 묶어서 삶은 논에 군데군데 던진다. 지게에 담아 나르기도 하고 우리는 두 손에 거머쥐고 맨발로 비틀거리며 논둑에 들어가서 던진다. 아버지하고 어머니가 줄…
- 숲하루 글쓴이
- 2021-09-30 20:54
[숲하루 발걸음 13] 부지깽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3] 부지깽이 나는 울보였다. 어머니가 가는 자리마다 졸졸 따라다녔다. 밭에 가도 따라가고 마실가도 따라갔다. 어머니가 눈앞에 없으면 울고 마을을 돌며 찾는다. 하루는 어머니를 찾으러 갔다가 어머니가 마을사람들과 오래 있지 못했다. 나 때문에 어머니는 집에 왔는데 나는 또 밖에서 놀다가 해가 저물어서야 집에 왔다. 대문에 들어서자 어머니는 부엌에서 부지깽이를 들고 “이눔무 가시나” 하면서 문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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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9-21 18:06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8] 담배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8] 담배꽃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할아버지는 담배를 피웠다. 팔을 뻗어 긴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허리춤에서 주머니를 꺼내 마른잎을 비벼서 가루를 내어 작은 통에 가득 담고 화롯불에 대고 빨면 불꽃이 일지 않고 불이 붙는다. 긴 대로 빨아들여 입에 머금다가 천천히 내뿜는다. 천천히 아껴가면서 오래 피운다. 할아버지 곰방대는 “대꼬바리”라 했다. 우리 집은 밭이 넉넉하지 않아 …
- 숲하루 글쓴이
- 2021-09-21 18:06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7] 박달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7] 박달나무 나무는 잎하고 열매를 보면 알기가 쉬운데, 박달나무는 벚나무 참나무 앵두와 잎이 닮았다. 열매는 벌레처럼 생기고 누렇다. 어린 날에 아버지는 이 나무를 베서 홍두깨로 썼다. 낫으로 껍질을 얼추 벗기고 대패로 다듬는다. 잘 사는 집은 공장에서 사고 우리 집은 공장에 갈 살림이 안 되어 나무를 베어서 쓴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다듬어준 홍두깨로 국수를 밀었다. 밀가루를 포대기로…
- 숲하루 글쓴이
- 2021-09-21 18:05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6] 논두렁콩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6] 논두렁콩 논두렁 길두렁에 벼가 한 뻠 자라고 콩도 한 뼘 자랐다. 어린 날에 우리 집도 벼를 심은 뒤 논두렁에 콩을 심었다. 논두렁에 풀이 많이 자라 풀을 뽑고 모를 심고 난 뒤 논두렁을 진흙으로 매끈하게 다듬었다. 투박한 손으로 진흙을 매만지고 두렁길만 두고 이쪽저쪽에 손으로 흙에 구멍을 내고 콩을 몇 알 넣는다. 논두렁에 심는 콩은 들일 밭일이 적었기에 알뜰히 심어 콩을 뽑았다…
- 숲하루 글쓴이
- 2021-09-15 21:43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5] 박주가리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5] 박주가리꽃 어린 날에 다니던 마을 앞산 길이 막혔다. 밭으로 내려오니 멧돼지가 내려오지 못하게 그물 담을 쳐서 멧자락을 다 막았다. 풀밭을 밟고 되돌아가다가 박주가리를 둘 만났다. 박주가리가 뒤늦게 영글었는지 풀빛이 도는 작은 열매이다. 껍질이 오돌토돌하고 앞머리는 도톰하고 끝은 가늘다. 눈썹을 닮았다. 덤불에 손을 넣어 박주가리를 하나 땄다. 알이 꽉 차서 부른 배가 벌어졌다. …
- 숲하루 글쓴이
- 2021-09-15 21: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