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발걸음 23] 저잣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3] 저잣터 닷새저자(오일장)를 여는 날은 마을마다 바쁘게 움직인다. 아버지가 경운기를 배우기 앞서는 이웃집을 다니며 “가는 길에 함께 좀 싣고 가자”, “내 좀 태워 도”하고 이웃집을 다니며 물어보다가 우리 경운기를 들인 뒤로는 마늘을 싣고 고추를 싣고 돈이 될 만한 살림을 손수 싣는다. 경운기를 타고 읍내에 가는 날은 엉덩이가 꽤 아프다. 길이 울퉁불퉁해서 경운기가 몹시 덜컹하고 엉덩이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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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08 21:08
[숲하루 발걸음 22] 운동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글님 ] [숲하루 발걸음 22] 운동회 운동회가 열릴 적에는 온마을이 잔칫날이다. 여느 때처럼 아이들이 학교에 먼저 가고 어버이는 뒤따라 왔다. 너른터(운동장)에는 마을마다 모둠으로 앉는다. 마을 사람들이 솥을 걸치고 국을 끓였다. 밥을 모여서 먹었다. 어머니는 떡을 해오고 땅콩하고 밤에 고구마를 삶고 감도 삭혀서 갖고 왔다. 우리가 달리기를 할 적에 아이들이 우리 마을 사람들 앞으로 지나갈 때면 어른들은 꽹과리를 신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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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30 13:08
[숲하루 발걸음 21] 깨물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1] 깨물기 어린 날 우리 마을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가끔은 무리가 갈린다. 골 따라 갈리기도 하고 힘이 센 쪽에 붙기도 했다. 머스마들은 코피가 터지도록 싸움을 하고 가시내들은 머리채를 뜯는다. 나는 옥이한테 머리채를 잡혔다. 닭싸움하듯 씨름하듯 머리를 맞붙이고 서로 머리채를 잡고 씩씩거린다. 머리채를 한 번 잡히면 머리카락이 잔뜩 빠졌다. 머리는 수세 뭉치처럼 헝클어진다. 옥이는 머리 쥐어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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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30 13:07
[숲하루 발걸음 20] 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0] 키 우리가 자는 곳에는 벽장이 있었다. 냉장고가 없던 때라 벽장에 넣어 두면 시원했다. 작은 문에 달린 줄을 당기며 연다. 키가 작은 우리는 깨금발을 디뎌도 턱에도 미치지 못했다. 폴짝 뛰면서 안에 뭐가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동생 엉덩이를 안고 안을 보게 했다. 그때부터 동생과 나는 벽장 밑에 서서 밤마다 키를 쟀다. 머리에 연필을 올려놓고 눈금을 그렸다. 동생은 벽장 밑에 긋고 나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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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30 13:07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2] 고드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2] 고드름 겨울이면 고드름을 먹었다. 눈이 녹으면서 골이 진 지붕 끝에 뾰족하게 자랐다. 처마까지 팔이 닿지 않아 가마솥이 걸린 뜨락에 올라가 고드름을 땄다. 하나씩 따서 칼싸움을 하고, 또 따서 사탕처럼 물을 빨아 먹었다. 단맛이 아니어도 얼음과자처럼 빨고 우지직 씹어 먹었다. 시린 손을 호호 불며 할아버지 방 아랫목에 손을 넣고 녹이고 할아버지 화로에 손을 쬐며 녹였다. 처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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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12 22:22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1] 접시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1] 접시꽃 열두세 살 적에 마을 가꾸기를 한 뒤로 마을 어귀에도 꽃이 피었다. 열네 살이 되어 배움터 가는 길이 바뀌었다. 왼쪽 오빳골 재를 넘다가 오른쪽 이웃 마을을 가는 길로 바뀌었다. 우리 마을과 아랫마을 사이에 접시꽃이 길가에 피었다. 집으로 돌아올 적에 우리 마을이 다 보이는 길가에 핀 접시꽃 앞에 멈추었다. 커다란 꽃잎이 분홍빛 빨간빛 하얀빛으로 활짝 피었다. 꽃이 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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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12 22:22
[숲하루 발걸음 19] 볏단(요구르트 전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9] 볏단(요구르트 전화) 열두세 살 적에 우리 마을에 전화가 한 대가 들어왔다. 열아홉 살이 되어도 이장 집에 한 대뿐이라 마을사람이 함께 썼다. 교환원을 거쳐 전화가 오면 이장이 누구누구 전화 받으라는 방송한다. 우리는 티브이에 나오는 전화를 보고 작은오빠와 놀이를 했다. 가을에 바심하고 소죽을 끓이려고 쌓아 둔 짚단 구덩이를 두 군데 팠다. 요구르트 빈 통을 성냥불로 구멍을 내고 밑에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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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12 22:21
[숲하루 발걸음 18] 꽃상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8] 꽃상여 내가 어릴 적에 우리 마을에는 사람이 많았다. 일흔 집이 모여 살고 한 집안에 다섯이나 일곱씩 살았다. 몇 백이 사는 마을에 죽는 사람도 많았다. 한 달에 몇 판이나 꽃상여가 나갔다.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이 종이꽃을 접었다. 꽃을 단 상여는 고왔다. 어른 열이나 넘게 붙어서 어깨에 짊어지는데 상여를 맨 우리 아버지 다리가 휘청거렸다. 옥양목으로 지은 한복을 입고 소리꾼 장단에 맞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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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01 23:3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0]지렁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0]지렁이 지렁이가 비렁길에 떼로 말라죽었다. 어림잡아 몇 백 마리는 될 듯하다. 비도 내리지 않는데 어디서 몸을 숨기다가 흙도 없는 울퉁불퉁한 비렁길로 나왔을까. 여름 햇볕이 가장 뜨거울 낮에 어디를 가려던 길일까. 나는 지렁이를 밟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비껴갔다. 열 살 적에 지렁이를 토막낸 적이 있다. 비가 쌀쌀하게 내렸다. 처마 밑에 웅크리고 비를 구경하는데 지렁이 한 마리가 앞…
- 숲하루 글쓴이
- 2022-03-01 23:36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09] 개복사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09] 개복사나무 열네 살에 멧산을 둘 넘고 학교에 다녔다. 집으로 돌아오는 등성이 무덤가 잔디밭을 따라 걷다가 살짝 쉬면서 숨을 고른다. 멧골과 멧골 사이쯤에 복숭아나무가 있었다. 비렁길에 자주 쉬면 복숭아가 바로 보였다. 복숭아를 볼 적마다 군침이 돌았다. 똘기 때부터 눈길이 갔다. 자두보다 조금 굵은 푸른 복숭아에 하얗게 털이 붙었다. 옷에 쓱쓱 닦고 한입 깨물어 맛보지만 쓰다. …
- 숲하루 글쓴이
- 2022-02-05 1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