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 5] 함박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엄마아빠 5] 함박꽃 시골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마늘논 자리에 함박꽃이 피었다. 이랑마다 까만 비닐을 씌웠다. 함박꽃 가운데 몇 송이만 빼고 한가지 빛을 띤다. 붉노란 꽃잎이 큰 잎을 발라당 뒤로 펼치고 노란 속을 드러낸다. 이 꽃은 속이 훤히 보여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꽃은 피어야지만 그래도 메아리일 적에 꽃잎을 열고 나올지 궁금해서 꽃피기를 기다린다. 그때와 달리 이제는 이 꽃이 이쁘기만 하다. 마을에…
- 숲하루 글쓴이
- 2022-06-21 19:14
[홀로보기]제주도에서 6 두 사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홀로보기 -제주도에서 6 두 사람 가파도를 돌다가 배 타는 때에 쫓겨 뛰어갔다. 어디서 날선 소리가 들린다. 누구한테 하는 소리인지 놀라 두리번거리니, 어느 커피집 앞에 아저씨가 한 사람 있다. 아저씨는 무얼 그냥 주면 안 되겠냐고 말하다가가 돈을 꺼내려 하고, 옆에서 아주머니 한 사람이 날선 소리를 지른다. 날선 소리는 마치 아이를 꾸지람하는 듯하다. 아무 데서나 아무것이나 사다 먹으려 한다고 매우 다그치는 소…
- 숲하루 글쓴이
- 2022-06-08 09:12
[작은삶 2] 종량제봉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2] 종량제봉투 가게 일손이 모자라 일꾼을 쓴다. 오늘 아침에 가게일을 돕는 일꾼을 보니, 종량제봉투 값을 찍어 놓지 않는다. 아침 일꾼한테 “손님들 물건을 담을 적에 무얼 먼저 찍어?” 물었더니 “봉투 먼저 찍고 담는다” 한다. “모두가 파는 물건이니 비닐 하나라도 잘 찍어서 담고, 손님 오면 매장 어느 쪽으로 다니는지 잘 보셔요” 했다. “왜요?” 하고 되묻기에, “종량제봉투 숫자가 안 맞는다”고 덧…
- 숲하루 글쓴이
- 2022-06-08 09:12
[작은삶 1] 긴 길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 긴 길 사람을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을 때가 있다. 막상 자리를 마련하면 낯선 내가 툭 튀어나온다.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말이 많다. 알맹이가 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그러고서는 말을 너무 했다고 여긴다. 잔뜩 핏대를 올리다 보면 말이 풀어지고 사투리가 술술 나온다. 이럴 적에 곁님은 “쓸데없이 말이 많다”고 넌지시 나무란다. 그런데 곁님이 나더러 말이 쓸데없이 많다고 하면 왜 그리도 듣…
- 숲하루 글쓴이
- 2022-06-08 09:12
[엄마아빠 3] 어머니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엄마아빠 3] 어머니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집에 들어왔다. 먼저 온 곁님이 어머니한테 “어버이날 다 댕겨 갔니껴?” 묻는다. 나는 부엌으로 들어가 밥솥을 열면서 “막내네 쌍둥이 많이 컸겠네” 물었다. 어머니가 벽을 한참 보더니 코를 훌쩍인다. 눈이 빨갛다. 막내네는 쌍둥이를 낳았다. 마흔 넘어서 짝을 만나 인공수정으로 아들 둘을 얻었다. 어머니는 어린이날에 두 손주 몫으로 십만 원을 보낸 일이 있다. 그러고 이…
- 숲하루 글쓴이
- 2022-05-31 18:09
[엄마아빠 2] 마을 한바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엄마아빠 2] 마을 한바퀴 멧숲에서 내려와 곁님은 엄마집으로 먼저 가고 나는 천천히 마을을 걷는다. 목골에서 개울을 따라 걷는다. 나즈막하던 시내가 길을 닦으면서 높고 좁다. 이 시냇물에서 고기를 잡고 징검돌을 건너고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물구경을 했다. 성조네 집을 지난다. 우리가 모여 놀던 아랫방이 사라지고 상추밭이 되었다. 낯선 사람이 자전거를 세운다. 깔끔하고 흙이 곱던 마당에 풀이 자라 빈집 같다.…
- 숲하루 글쓴이
- 2022-05-26 05:50
[엄마아빠 1] 아버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엄마아빠 1 ] 아버지 탑리에서 소주 한 병을 샀다. 아버지와 어머니 가운데 누구를 먼저 뵈어야 하는지 둘은 생각이 다르다. 곁님은 '산 사람을 먼저 만나자' 하고 나는 '아버지 먼저 보자' 했다. 시삼촌이 집에 오면 ‘할머니 무덤에 먼저 들르는 일이 못마땅하더라’ 하는데, 나는 이 마음을 알 듯하다. 내가 아버지를 먼저 보고 오자고 한 까닭은 집에 들어가면 까딱하다가는 가지 못한다. 바람이 산뜻할 적에 가볍게…
- 숲하루 글쓴이
- 2022-05-26 05:50
[홀로보기]제주도에서 5 가파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홀로보기 -제주도에서 5 가파도 배를 타고 가파도에 갔다. 마라도 다음으로 남쪽 끝에 있는 섬이 가파도이다. 나는 숲을 가면 고도계를 보는 버릇이 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틈틈이 보는데 가파도 모습이 가오리를 닮았다. 납작한 가오리처럼 낮은 언덕이 없는 반반한 섬 같다. 들녘과 바다와 섬이 거의 하나를 이룬다. 내가 좋아하는 뒤뜰 동산 같다. 얼마 만인가. 길을 못 찾을까 마음이 쓰여 길잡이를 따라다니려고 …
- 숲하루 글쓴이
- 2022-05-21 06:46
[홀로보기]제주도에서 3 달무리 4 모래집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홀로보기 -제주도에서 3 달무리 자다가 추워서 눈을 뜬다. 넓은 창에 하늘이 꽉 찬다. 다시 눈감았다가 뜨니 달빛이 들어온다. 반달이 기둥에서 나왔다. 반달이 ‘왜 깼냐?’고 묻는 듯했다. 그러고서 달님은 달무리에 가려 자꾸만 바다로 떨어진다. 일어나 앉아서 달님한테 ‘더 놀다 가’ 하고 말했다. “너 왜 그리 어두워? 여행 노래 부르더니. 안 즐거워?” “아니, 기운이 없어서. 빵만 먹는 거 봤잖아. 사진 찍으…
- 숲하루 글쓴이
- 2022-05-21 06:46
[홀로보기]제주도에서 2 바닷가 걷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홀로보기] 제주도에서 2 바닷가 걷기 이제 공항에 내린다. 내 이름을 적은 알림판을 찾아본다. 길잡이(가이드)라고 하는 사람은 이녁 손에 든 종이만 들여다볼 뿐 내가 알림판을 찾아야 하는 일은 모르는 척한다. 한동안 헤매다가 드디어 알림판이 보인다. 사람들이 많은 탓에 가려서 안 보인 듯하다. 큰 버스에 다섯 사람씩 세 무리를 태우고서 세 군데 숙소를 돈다. 나는 마지막으로 내린다. 그런데 내가 묵을 곳 가까이…
- 숲하루 글쓴이
- 2022-05-16 05: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