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삶 42] 수국 피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42] 수국 피다 아침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밖마루(베란다)에 갔다. 드르륵 열고 수국을 본다. 큰그릇에 옮기고 흙을 바꾸었다. 새싹이 올라오니 올해도 수국이 필 철이 다 지나갔다. 올해는 가지를 치고 야무지게 키우자고 생각한다. 우리 집에 진작 키우는 수국이 있기에, 얻어 온 수국을 나란히 심었다. 같이 놓으니 새로 싹이 올라온 수국은 잎이 탱글탱글한데, 옮겨심은 수국은 키는 크고 잎은 크지만 어…
- 숲하루 글쓴이
- 2022-10-30 17:41
[작은삶 41] 해바라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41] 해바라기 꽃 가운데 가장 큰 꽃이 해바라기 같다. 낮에는 따가운 햇살을 받아도 해만 바라본다. 캄캄한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되면 또 해를 보며 활짝 펼치고 하나같이 한쪽으로 꼿꼿이 섰다. 노란 해가 풀에 내려앉은 듯하다. 해바라기꽃이 노랗지 않고 빨갛다면 어떨까. 모든 꽃이 그러하듯이 유난히 커서 해바라기하고 이글거리는 불타는 붉은 해를 오롯이 닮았다면 우리 마음을 사로잡을까. 이 많은 해바라기꽃…
- 숲하루 글쓴이
- 2022-10-16 10:48
[작은삶 40] 들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40] 들꽃 아침에 일어나니 들꽃이 무척 보고 싶었다. 달 끝물이라 짬이 될까, 서둔다. 여러 군데 돈을 보내고 손질도 빨리 끝냈다. 배가 살짝 고픈데 밥을 먹다 보면 마음이 바뀔 듯했다. 마침 곁님이 삶은 옥수수를 둘 준다. 커피하고 주스를 샀다. 며칠 앞서 걸이를 샀다. 물을 꽂으면 커피를 둘 곳이 없었다. 밑칸에는 물을 넣었다. 위에 종이와 붓을 담은 컵을 내리고 그 자리에 커피를 놓고 옆칸에 주스…
- 숲하루 글쓴이
- 2022-10-16 10:48
[작은삶 39] 짜증이 사라지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39] 짜증이 사라지다 어제는 온통 먹구름으로 무겁고 까만 마음이더니 조금 갠다. 어제 큰딸한테 “영어를 모르네, 냄새가 나네.”’ 같은 온갖소리를 들었다. 그저 지나가며 한 말이라지만, 좀 아니라고 느꼈다. 곁님이 “할머니한테 냄새가 나도 모두 냄새난다는 말은 안 하잖아.” “그렇게 말하면 그때 바로잡아 주어야죠. 언니, 그러면 안 된다 하고, 당신도 따끔하게 말해야지.” 때를 놓쳤지만 마침 뛰러 간 …
- 숲하루 글쓴이
- 2022-10-16 10:43
[작은삶 38] 아직 모르는구나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38] 아직 모르는구나 목요일이 가장 조용한데 바쁘다. 이틀치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점심때가 지나도 끝내지 못했다. 도서관 강의를 듣기로 한 날인데, 지난주는 첫날인데도 깜빡했다. 오늘은 벼르지만, 마음이 바뀐다. 밥을 안 먹고 간다면 늦지 않게 닿는데 한 통 받은 전화로 찜찜했다. 어느 곳에 내 글이 두 꼭지 실릴 차례다. 마감날이 지난달 끝인 줄 알았는데 이틀 지났다. 내 셈은 끝날이니깐 닷새 당겨서…
- 숲하루 글쓴이
- 2022-10-05 20:21
[작은삶 37] 은행나무가 들려주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37] 은행나무가 들려주다 은행나무가 사람을 만났기에 씨앗을 잇는다. 알알이 품은 냄새를 짙게 뿜자 달아나는 숨결로 뿌리를 내려가기 힘들다. 하늘로 뻗어야 할 나뭇가지가 누웠다. 한 사람이 품은 억센 넋에 은행나무는 고분고분 가지를 한껏 낮춘다. 사백 살 넘도록 도동서원 앞뜰 한 자리에서 풀꽃을 바라보고 파릇이 돋아나는 풀잎이 햇빛에 바지런히 일하고 열매를 맺고 다시 고요에 들어가는 모습을 헤아릴 수 없…
- 숲하루 글쓴이
- 2022-10-05 20:21
[작은삶 36] 나흘만에 손질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36] 나흘만에 손질 한가위로 며칠 쉰다. 시골에서 어머니하고 시동생이 온다. 나물을 볶고 저녁을 했다. 한가위날 제사를 지내고 일터로 가서 나물을 손질하려고 했는데 가지 않았다. 일요일이라도 꼭 가서 손질해야지 생각했는데 작은딸이 아버지하고 동생 옷을 산다고 돌아다니다가 못 갔다. 밤에 잠을 자다 가도 가게 나물만 떠오른다. 쉬다가 나흘째 되는 아침, 도매시장도 논다. 일찍 나가서 나물을 손질한다. 과…
- 숲하루 글쓴이
- 2022-10-05 20:21
[작은삶 35] 심장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35] 심장 차를 세우고 걸어오면서 시어머니를 바라본다. 작은 몸집이 더 작다. 기둥에 서서 나를 기다린다. 멀리서 보니 착한 아이가 두리번거리면서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어머니 팔을 잡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휠체어가 있다. 종이에 이름을 적고 하나 빌렸다. 어머니를 태우고 가방을 뒤에 걸고 민다. 한 층 내려가서 심장내과에 갔다. 주민증이 없다고 하니 원무과 가서 접수증 떼오란다. 밀고 가…
- 숲하루 글쓴이
- 2022-10-05 20:21
[작은삶 34] 짜증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34] 짜증 손톱 뿌리가 있는 한 마디가 거무데데하게 부풀고 살갗이 뜨겁고 따갑다. 아들이 꺼내준 얼음을 비닐에 담아 둘둘 감는다. 밥이 모자라서 얼린 밥을 데웠다. 살짝 묶은 비닐 틈으로 쏟아지는 뜨거운 김에 살갗이 익었다. 얼음이 다 녹자 얕은 컵에 얼음을 담고 물을 담았다. 손가락을 물에 담그는데 곁님이 전화했다. 아버님은 벌을 지킨다고 못 오신다. 말벌이 벌을 물고 날 적에 무거워 느리게 날 때 …
- 숲하루 글쓴이
- 2022-09-28 08:03
[작은삶 33] 양복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33] 양복 작은딸이 십이월에 시집간다. 식구들이 다 모이는 한가위에 아빠와 동생 양복을 사주겠다고 했다. 한 푼이라도 아쉬울 텐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선물이라면서 지갑을 연다. 나는 두 사람한테 비싼옷 사지 말자고 했다. ㅇ에 모인 옷가게에서 싸게 파는 옷을 사자고 했다. ㄱ에 들렀다. 큰딸이 나서서 옷을 고른다. 옷가게 지기도 고르고 몇 벌을 입었다 벗었다 드디어 맞는 옷을 찾는다. 파란…
- 숲하루 글쓴이
- 2022-09-28 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