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 2023.9.28. 가시아버지 떠나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가시아버지가 오늘 낮에 몸을 내려놓았습니다. 아침에 고흥 도양읍 마을책집 〈더바구니〉로 책꾸러미를 챙겨 가서 노래꽃(시)을 천에 열두 자락 옮겨적고서, 고흥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나와서, 북적이는 한가위 시골에서 저잣마실을 한 뒤에, 시골버스로 집으로 돌아왔어요. 한참 볕바라기를 하며 걸었는데, 가시아버지 얘기를 듣고서 부랴부랴 길(교통편)을 살폈습니다. 이튿날이 한가위라, 용케 순천에서 용산으로 가는 이른아침 칙폭(기차)이 몇 자리 있습니다. 단골 택시 기사님한테 말씀을 여쭈어, 새벽바람으로 택시를 달려 순천으로 가기로 합니다. 가시아버지는 내내 앓았습니다. 여든네 해를 앓았습니다. ‘끔찍한 좀(병)’을 앓지는 않았습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길하고 먼 ‘불앓이(화병)’를 했어요. 이래도 불앓이에, 저래도 불앓이였습니다. 처음 가시아버지를 만나던 날, 바로 이 불앓이가 가시아버지 몸마음을 불태울 텐데 싶었으나, 그무렵 가시아버지는 ‘아직 웬만해서는 팔씨름도 안 진다’고 여기는 웃사내 같은 마음마저 짙었습니다. 앓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5. 망령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한자말 ‘망령’은 ‘亡靈’하고 ‘妄靈’으로 가르는데, 둘을 한자나 한글만 보고 가름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봅니다. 이런 말을 쓴대서 나쁠 일은 없으나, 어느 한자로 어느 곳에 써야 알맞을까로 머리를 앓기보다는, 곧바로 누구나 알아차릴 만한 말씨를 쓸 적에 더없이 쉬우면서 부드럽고 즐거우리라 봅니다. 이를테면 ‘넋·죽은넋·허깨비·허울·그림자·찌꺼기·찌끼·찌끄러기·부스러기·티·티끌·허접하다·끔찍하다·더럽다·추레하다·지저분하다·꼴사납다·사납다·눈꼴사납다’라 하면 되고, ‘늙다·늙은이·늙네·늙다리·낡다·낡아빠지다·추레하다·벗어나다·넋나가다·넋빠지다·얼나가다·얼빠지다·바보·바보스럽다·모자라다·멍청하다·멍하다·맹하다·엉망·엉터리·어지럽다·어이없다·턱없다·터무니없다·생각없다·흐리다·흐리터분하다·흐리멍덩하다’라 하면 되어요. 이렇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1. 스스로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펴냄터에서 책을 보내 주어서 받았습니다. 받자마자 이웃님한테 부치려고 넉줄글을 씁니다. 고마운 이웃님은 한둘이 아니라, 고마운 분한테 책을 다 부치자면 즈믄(1000)으로도 턱없습니다. 다섯 살 무렵 고마운 이웃하고 열 살 즈음 고마운 이웃은 확 다릅니다. 스무 살 즈음 고마운 이웃은 부쩍 늘고, 서른 살에 마흔 살을 거치는 동안 고마운 이웃은 엄청나게 늘어요. 이쯤에서 생각하지요. 곰곰이 보면 고맙지 않은 분이 없구나 싶은데, 누구한테는 책을 부치고 안 부칠 수 있을까요? 새로 낸 《곁책》에는 마을책집 빛꽃(사진)을 열 나문 담았습니다. 엮음새에 맞추니 열 몇 쪽이 통으로 비더군요. 통으로 빈 쪽을 그대로 두면 느긋할 수 있지만, 어릴 적부터 종이 한 자락을 벌벌 떨면서 쓰던 버릇이 아직 있고(1970∼80년대까지 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6.13. 엑기스 서너 해쯤 앞서 “영어 손질 꾸러미(영어 순화 사전)”를 갈무리하면 좋겠다고 여쭌 분이 ‘엑기스’란 낱말을 놓고 한참 헤매고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왜 힘들지?’ 하고 아리송했어요. 그분은 ‘엑기스’가 영어가 아닌 일본말인 줄 알기는 하지만 어떻게 풀거나 옮겨야 할는지 못 찾았다고 하셔요. 일본말이나 영어나 한자말이나 독일말, 또는 네덜란드말이나 포르투갈말이나 에스파냐말을 쓴대서 잘못이 아닙니다. 생각을 안 하는 채 쓰기에 말썽이 됩니다. ‘엑기스’ 같은 얄딱구리한 말씨가 이 땅에 깃들기 앞서도 ‘엑기스란 말로 가리킬 살림’은 이 땅에도 어엿하게 있습니다. 그러니 예전에 살림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가리켰을까 하고 생각하면 돼요. 또는 시골에서 살림하는 사람들 말씨를 헤아리면 되고, 집에서 수수하게 살림지기 노릇을 하던 할머니나 어머니 말씨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책숲하루 2021.5.29. 리메 리리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어제 낮에 ‘정비례·반비례’를 다 풀어내고서 오늘은 ‘밀폐·밀폐용기’하고 ‘유원지’를 풀다가 ‘존구자명’이라는 케케묵은 말씨를 손보고, ‘리메이크·리테이크’를 비롯해 ‘리빌딩·리모델링·리폼’에서 한참 헤매다가 매듭짓습니다. 한때는 한자말로 ‘개조·개혁·개정’이나 ‘혁신·혁명’이나 ‘변신·변화’를 썼다면, 요새는 영어 ‘리-’를 붙인 갖은 말이 춤춥니다. 이렇게 한자말하고 영어가 춤추는 사이에서 우리말이 춤추거나 빛나거나 노래한 적은 없어요. 큰일터에서 우리말로 넉넉하게 이야기꽃을 펴면 외려 돋보이리라 생각합니다. 작은가게도 고치거나 손질할 적에 우리말로 즐겁게 알리면 뜻밖에 도드라질 테고요. 아주 쉬워요. 고치니 ‘고치다’고 하고 ‘손질하다·손보다’라 하면 되고 ‘다듬다·가다듬다’나 ‘새로하다·새로짓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5.3. 소양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어제 낮에 풀다가 매듭을 못 짓고서 넘긴 ‘소양’이란 한자말이 있습니다. 으레 ‘기본’을 붙여 ‘기본소양’처럼 쓰기도 하지만, 이때에는 겹말입니다. ‘기본소양’이 겹말인 줄 깨닫는 분은 몇이나 될까요? 한자말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한자말을 쓰면 좋으냐 나쁘냐를 떠나서, 말결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아무 말이나 덕지덕지 붙이면 그만 우리 스스로 무슨 이야기를 펴려고 했는가 하고 동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말밑을 하나하나 파다 보면 어느새 ‘덕지덕지 붙여서 어렵게 늘여뜨리는 말이나 글이 얼마나 덧없고 바보스러운가’를 깨닫지요. 깨달은 사람은 어려운 말을 안 씁니다. 쓸 턱이 없어요. 깨달은 사람은 언제나 가장 쉽게 이야기를 들려줘요. 절집에서 펴는 한마디(화두)는 언제나 매우 쉬워서 어린이부터 다같이 알아들을 만한 낱말이자 이야기이기 마련입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4.8. 일상적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그제부터 실랑이를 하던 ‘예정·기질·격투’란 한자말을 놓고서 하나씩 실마리를 풀다가 오늘 아침에 이르러 ‘반출·엄하다·문화공간’을 지나 ‘인권침해·석불’에다가 ‘일상적’이란 일본 말씨까지 닿습니다. 하나를 풀자니 더 풀 낱말이 줄줄이 찾아들어요. 이럭저럭 마무리를 보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쉬운 말이 평화》는 겉그림을 마무리지었습니다. 펴냄터(출판사)에서 마지막 꾸러미를 보내 주셨고, 참말 마지막으로 다시 읽었습니다. 곧 새책으로 태어나겠지요. 아이들은 오늘도 무럭무럭 크고, 어버이는 오늘도 씩씩하게 살림을 짓습니다. 서로 오가는 말을 새로 읽고, 아침에 피어나는 햇볕을 온몸으로 받습니다. 저녁에는 아이들하고 〈천국의 아이들〉을 다시 보았습니다. 두 아이 모두 예전에 본 줄 까맣게 잊었더군요. 본 지 좀 오래되었나 싶습니다. 일하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책숲하루 2021.2.4. 철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자말 ‘불찰’이 어떤 결인가를 살피며 손질하다가 ‘졸속’이란 한자말을 나란히 손질하고, 우리말 ‘돌머리’를 어디까지 쓰는가를 두루 짚노라니 어느새 ‘바보·멍청하다·엉성하다·어리숙하다’로 줄줄이 잇닿습니다. 이러면서 ‘환경영향평가’란 이름을 ‘둘레보기’나 ‘숲살피기’나 ‘마을보기’로 손볼 만하겠다고 느낍니다. 적잖은 어른은 ‘사회에서 쓰는 말’이라고 하면서 어린이도 이런 말을 그대로 써야 하는 듯 여기곤 합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사회에서 쓰는 말’을 그대로 배워야 한다고도 여기지요. 그런데 ‘사회’란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을 가리킵니다. 사람들 살림터에서 쓸 말이라면, 우리 삶자리에서 나눌 말이라면, 어른끼리 알아듣거나 그냥그냥 이어온 말씨가 아닌, 앞으로 새롭게 살아갈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생각을 살찌우도록 북돋울 말이어야 즐겁고 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책숲하루 2021.1.29. 사회적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마치고 열린배움터(대학교)에 들어가던 1994년 어귀에 ‘중·고등학교’하고 ‘대학교’란 이름을 비로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즈음 대학교란 곳에서 만난 윗내기는 “대학교란 열린배움터이지.” 하고 곧잘 말했습니다. 배우고 싶은 사람 누구한테나 ‘열린’ 곳이라 했어요. 한자로 ‘대(大)’를 쓴 뜻은 ‘큰배움터’가 아닌 ‘열린배움터’라고 했습니다. 그때 그 얘기를 스물 몇 해쯤 잊고 살다가 지난 2020년에 비로소 다시 떠올렸어요. 1994년 그즈음에는 허울만 ‘대학교·큰배움터·열림배움터’일 뿐, 마침종이로 금을 그으며, 배움터 사이에도 위아래를 가르고, 배움턱에 닿지 못한 수수한 사람 사이에도 금긋기를 일삼는 곳이 바로 ‘대학교’라고 느껴, 이런 곳은 ‘열린-’이든 ‘큰-’이란 이름이 걸맞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