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5 나가는곳 일본 쇳길(전철)에는 언제부터 한글을 나란히 적었을까요? 일본 쇳길에 적힌 한글이 익숙한 분은 예전부터 그러려니 여길 수 있고, 퍽 오랜만이나 처음으로 일본마실을 한 분이라면 새삼스럽다고 여길 수 있어요. 모든 나루에 한글이 적히지는 않습니다만, 큰나루는 어김없이 한글을 적습니다. 나루이름을 한글로 적고, ‘나가는곳’이라는 글씨를 함께 적더군요.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나루에 ‘나가는곳·들어오는곳’을 적습니다. 곁들여 한자로 ‘出口·入口’를 적지요.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말이요, 무엇이 일본말일까요? 바로 ‘나가는곳·들어오는곳’이 우리말이요, ‘出口·入口’가 일본말입니다. ‘出口·入口’를 한글로 옮긴 ‘출구·입구’는 우리말일까요? 아닙니다. 일본 한자말을 한글로 옮겼을 뿐입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을 보면 ‘출구(出口)’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 ‘나가는 곳’, ‘날목’으로 순화”로 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4 이웃말 어떤 낱말을 가려서 쓰느냐로 생각이 갈립니다. 이 말을 쓸 적에는 이 말에 흐르는 결이나 뜻이나 마음이 우리 몸으로 스밉니다. 저 말을 쓸 때에는 저 말에 감도는 느낌이나 빛이나 생각이 우리 몸으로 퍼집니다. 기쁜 사람을 곁에 두면서 ‘기쁘다’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저도 모르게 기쁜 숨결이 되곤 해요. 슬픈 사람이 옆에 있어 ‘슬프다’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시나브로 슬픔에 푹 젖어요. 아무 낱말이나 섣불리 쓸 노릇이 아닙니다. 아무 말이나 말썽·사달(사건·사고)을 함부로 들을 일이 아닙니다. 잘 헤아려야 합니다. 예부터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 귀에 아뭇소리가 마구 들어가지 않도록 보금자리를 건사했어요. 아기는 모든 소리나 말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기에, 궂은 말이나 이야기나 사달이 ‘아기 태어난 집’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다스렸지요. 오늘 우리 삶터는 어떤가요? 아이가 있는 집 언저리에 어떤 가게가 있을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2 치움이 청소하는 일을 하기에 ‘청소부(淸掃夫·淸掃婦)’라고 합니다. 이 이름이 이 일을 하는 사람을 낮잡는다고 여겨 ‘환경미화원(環境美化員)’이라는 이름이 새로 생깁니다. ‘-원’을 붙이는 이름도 낮춤말이라 여겨, ‘교원(敎員)·간호원(看護員)’을 ‘교사(敎師)·간호사(看護師)’로 바꾸었어요. 이런 얼거리를 본다면 ‘미화원’ 아닌 ‘미화사’라 할 노릇이겠지요. 이 대목에서 생각해 보아야지 싶습니다. ‘청소부 → 미화원 → 미화사’로 나아가면 낮잡지 않는 말이 될까요? 이름을 바꾸며 생각을 바꾸기도 합니다만, 우리는 겉이름만 바꿀 뿐, 속생각은 안 바꾸는 삶은 아닐까요? 먼저 속생각을 바꿀 적에 겉이름도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요? 1990년대 첫머리를 떠올립니다. 그무렵 ‘도움이(도우미)’라는 이름이 갑자기 태어났어요. 대전에서 세계박람회를 연다며 ‘자원봉사자’나 ‘안내원’ 일을 하는 이한테 ‘도우미’라는 이름을 붙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0 낱말책 : 사전이라는 책 3 따지면 따질수록 낱말책은 ‘말을 다루는 책’이라고만 여길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낱말책은 ‘말을 다루는 책’을 넘는다고 느낍니다. ‘말을 다루는 책’ 너머에 있기에 낱말책이라고 할 만하다고 봅니다. 낱말책짓는 사람으로서 밝혀 본다면, 낱말책이란, ‘말을 다루는 길을 이야기하는 책’이지 싶습니다. 그저 말을 다루거나 싣는 책이 아닌, 말을 우리가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쓰며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이야기할 적에 즐겁거나 새롭거나 뜻있는가를 넌지시 짚는 책이지 싶습니다.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는 길’을 돕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말을 마음에 씨앗으로 심어서 생각하는 길’을 이끄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마다 똑같은 날이 아닌 날마다 새로운 날이듯, 모두 똑같은 말이 아닌 모두 새로운 말인 줄 느끼도록 북돋우거나 살리는 책이라고도 할 만해요. 우리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9 낱말책 : 사전이라는 책 2 낱말책은 “삶을 담은 말을 담은 책”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낱말책을 엮는 이가 “삶을 담는 말”을 제대로 보거나 짚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다음도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낱말책을 엮는 이가 삶을 제대로 보지 않고서 글(학문)로만 다가서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낱말책을 짓는 이가 삶이나 사람이나 사랑이나 살림을 제대로 모르거나 겪지 않은 채 ‘일만 한다면(낱말만 그러모은다면)’ 낱말책은 어떻게 나올까요? 낱말책을 엮거나 짓는 이는 언제나 눈을 밝게 떠야 합니다. 온누리를 옳거나 그르다고 가를 까닭은 없되, 아름다움과 참다움을 볼 줄 알아야 하고, 사랑하고 기쁨을 느낄 줄 알아야 하며, 너랑 나 사이에 어떤 숨결이 흐르는가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낱말책을 엮거나 짓는 이는 ‘제 나라 말’을 누구보다 슬기롭게 쓰거나 다루는 마음을 길러야 할 뿐 아니라, 상냥하거나 다소곳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8 낱말책 : 사전이라는 책 1 낱말책(사전)을 제대로 아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낱말책은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낱말을 담는 책일 수 있으나, 이런 얼거리라 하더라도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말’이 무엇인가를 먼저 짚을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냥 말하는 일이란 없습니다. 말을 하려면 생각을 먼저 해야 합니다. 생각을 하지 않고도 튀어나오는 말이 있다면 버릇입니다. 버릇이란 길든 몸짓이니, 생각을 안 했어도 바로 튀어나오는 말이라면 ‘말버릇’이면서 ‘말짓’입니다. 이를테면 넘어지거나 부딪힐 적에 튀어나오는 소리란 그때에 그러한 소리가 나도록 길든 버릇이면서 말짓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봐요. 나라마다 ‘부딪혀서 아프며 내는 소리’가 다 다릅니다. 나라마다 몸에 새기거나 깃든 말짓이나 말버릇이 다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는 바로 말이란 무엇인가를 환하게 알려주지요. 모든 말은, 삶자리에서 우러나옵니다. ‘우리가 쓰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7 맛 우리 낱말책에 없던 한자말인 ‘식감(食感)’입니다. 이 낱말을 어느새 무척 널리 쓰는구나 싶습니다. 어쩌면 낱말책에 새 낱말로 오를 수 있겠다고 여겼는데, 참말로 2023년 10월에 올림말로 싣는군요. 그런데 살짝 아리송합니다. “먹는 느낌”을 우리말로는 ‘맛’이라 나타내거든요. ‘맛’을 놓고 ‘입맛·밥맛’처럼 쓰기도 하고, ‘먹는맛·씹는맛’처럼 쓰기도 합니다. ‘맛깔스럽다·감칠맛’ 같은 낱말이 있어요. 굳이 ‘식감(食感)’이라는 일본 한자말을 끌어들여서 써야 할 까닭은 없지 싶습니다. ‘맛’을 ‘입맛·밥맛’처럼 쓰듯이 ‘혀맛·코맛·눈맛·귀맛’처럼 갈라 볼 만합니다. 혀에 닿는 맛하고, 입에 넣는 맛은 다를 테며, 눈으로 보는 맛하고 귀로 듣는 맛도 다르거든요. ‘먹는맛·씹는맛’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보는맛·듣는맛’이라든지 ‘손맛·그릇맛’이나 ‘녹는맛·말린맛’처럼 새로운 맛을 알맞게 나타내 보아도 어울립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6 한자말을 쓰지 말자? 저는 한자말을 안 씁니다. 저는 언제나 우리말을 씁니다. 우리말로 녹아든 ‘한자로 지은 낱말’이나 ‘일본에서 들어온 낱말’이나 ‘영어에서 온 낱말’이라면, 모두 똑같이 우리말이기 때문에, 이러한 우리말은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게 씁니다. 다만 ‘한자로 지은 티’가 풀풀 나는 한자말은 굳이 안 씁니다. 왜냐하면 저로서는 온사랑을 듬뿍 담아서 즐겁게 쓰면서 기쁘게 삶을 노래하도록 생각을 북돋우는 우리말을 알기 때문입니다. 한자말을 쓰든 안 쓰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영어를 쓰든 안 쓰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떤 낱말을 골라서 쓰든, 우리는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만날 수 있으면 돼요. 우리는 서로 마음이랑 마음으로 아끼고 보듬으며 어깨동무할 수 있으면 돼요. 눈을 감고 바라보셔요. 무엇이 보일까요? 눈을 감은 눈으로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두 눈을 감고 서로 바라본다면, 네 얼굴이나 키나 몸짓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5 봄단비 봄에 오는 비라면 ‘봄비’입니다. 한동안 가물다가 반가이 내리는 비라면 ‘단비’입니다. 그러면 여름에 내리는 비라면? 가을이나 겨울에 내리는 비라면? 이때에는 ‘여름비·가을비·겨울비’일 테지요. 여기에서 더 생각해 봅니다. 봄에 내리는 반가운 비라면? 여름이나 가을이나 겨울에 내리는 반가운 비라면? 낱말책에는 ‘봄비’부터 ‘겨울비’까지 싣습니다. ‘단비’도 싣지요. 그러나 봄에 내리는 반가운 비를 가리킬 ‘봄단비’는 없습니다. ‘여름단비·가을단비·겨울단비’도 없어요. 낱말책에 꼭 ‘봄단비’나 ‘겨울단비’를 실어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말도 얼마든지 실을 수 있어요. 아직 낱말책에 안 실렸어도 봄에 맞이하는 단비를 가리킬 ‘봄단비’를 누구나 생각해 보거나 지어서 쓸 수 있습니다. 낱말책에 ‘꽃비’가 나옵니다. 꽃잎이 마치 비처럼 내린다고 할 적에 씁니다. 그렇다면 봄에 꽃비를 만나면 ‘봄꽃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4 삶터 우리 삶터를 돌아보면 어수룩하거나 모자란 대목을 어렵잖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날하고 견줄 수 없이 나아지거나 발돋움한 대목도 참 쉽게 찾아볼 만해요. 어느 모로 보면 아직 아쉽지만, 어느 모로 보면 앞으로 새로운 길을 열 만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가만히 생각을 기울여 봅니다. 우리가 즐겁게 나아갈 길이란 언제나 기쁨으로 새로 짓는 길이라고. 우리가 아름답게 걸어갈 길이란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웃음꽃을 터뜨리는 길이라고. 저는 으레 말을 새로 짓습니다. 그러나 아예 없던 말을 감쪽같이 지어내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을 이리 엮거나 저리 맞추면서 새로 지어요. 아주 낯선 새말은 짓지 못하고, 수수하거나 쉬운 말을 새로 짓습니다. 제가 짓는 말은 제가 처음으로 짓기도 하지만, 둘레에서 예전에 일찌감치 지어서 더러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하고 이웃님하고 무엇이 다른가 하면, 저는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