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16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민나리·김주연·최훈진 오월의봄 2023.5.8.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민나리·김주연·최훈진, 오월의봄, 2023)를 읽으며 내내 답답했습니다. 우리는 씨(성별)를 굳이 갈라야 하지 않거든요. 태어난 몸이 암이건 수이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키가 크건 작건, 둘레에서 이쁘다고 여기건 못생겼다고 여기건, 따질 일이 없습니다. 누구나 이 땅에서 무언가 스스로 겪고 배워서 새롭게 사랑을 지으려고 얻은 ‘몸’입니다. 그러나 웃사내(남성가부장권력)는 적잖은 나날에 걸쳐 ‘바보나라’로 굴리고 길들이면서 가시내뿐 아니라 사내 스스로도 괴롭히고 죽였어요. ‘사내라서 힘꾼(권력자)’이지 않습니다. ‘힘꾼이 힘꾼’일 뿐입니다. 종은 가시내이건 사내이건 똑같이 ‘종(노예)’이요, 힘꾼도 사내이건 가시내이건 힘꾼입니다. 예전에는 뒷간을 안 갈랐는데, 이제 갓벗(여남)을 갈라요. 이 책은 ‘호르몬제’가 ‘백신’ 못잖게 어린이·푸름이·어른 몸을 망가뜨리는 줄 하나도 안 다룹니다. ‘돈·이름·힘’을 거머쥔 무리가 사람들을 가르면서 우리 스스로 싸우도록 붙이고 북돋우는데, 이 속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15 《빌뱅이 언덕》 권정생 창비 2012.5.25. 《빌뱅이 언덕》(권정생, 창비, 2012)에 실린 글은 이미 다른 책에서 읽었습니다. 저는 진작부터 권정생 님 모든 책을 샅샅이 챙겨서 읽었기에 굳이 이런 글모음이 없어도 되리라 여기지만, 판이 끊어진 책에 깃든 글을 추려서 모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권정생 님 글을 왜 읽을까요? 우리 스스로 ‘허깨비 서울살림을 벗으려’고 읽나요? ‘좋은글 읽어치우기(소비)’일 뿐인가요? 사람들이 자꾸 잊는데, 이오덕 님이나 권정생 님은 ‘서울 아닌 시골’에서, 더구나 ‘두멧시골’에서 조용히 살림을 짓고, 해바람비랑 풀꽃나무를 벗삼아 하루를 노래했습니다. 두 분은 처음부터 ‘시골에서 살며 글을 쓸 뜻’은 아니었으나, 두 분 모두 여린몸인 터라 시골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막상 시골에서 숨을 거두는 날까지 살아가면서 ‘글을 쓰든 안 쓰든,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려면 숲을 품는 보금자리를 일굴 노릇’인 줄 몸소 느꼈고, 이 삶빛을 이웃하고 글로 나누려는 길이었습니다. ㅅㄴㄹ 어릴 때 우리 집은 어둡고 음산했다 → 어릴 때 우리 집은 어두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