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 살려쓰기 다듬읽기 1 《우리는 서로의 그림책입니다》 황진희 호호아 2022.6.30. 《우리는 서로의 그림책입니다》(황진희, 호호아, 2022)를 읽었습니다. 일본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뜻깊게 하시는구나 싶으면서도, ‘우리말씨’를 미처 살피지 못 하는 대목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그림책은 어린이부터 볼 뿐 아니라, 아기가 어버이 목소리로 듣는 책입니다. 그래서 그림책이란, 다른 어느 책보다 토씨 하나를 더 가다듬고 낱말 하나를 새로 추슬러서, ‘무늬만 한글’인 책이 아닌 ‘알맹이로 수수하게 우리 살림살이를 숲빛으로 밝히는 이야기꽃’으로 여미려고 할 적에 ‘옮김(번역)’을 이룬다고 느낍니다. 어린이하고 함께 읽는 그림책을 우리말로 슬기롭고 어질게 옮기자면 ‘어른끼리 주고받는 말’이라든지 ‘어른이 읽을 책에 쓰는 글’부터 ‘더 쉽고 수수하게 손질한 우리말씨’일 수 있어야 합니다. 늘 온마음을 기울여야 글쓰기와 글옮김을 ‘어른답’게 ‘철든’ 눈빛으로 하게 마련입니다. 진행하는 방법도 매번 조금씩 변주한다 → 늘 조금씩 다르게 이끈다 → 으레 조금씩 새롭게 꾸린다 → 그때그때 조금씩 바꾸어 본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사람을 돌보는 한 마디를 읽다 《미스 럼피우스》 바버러 쿠니 글·그림 우미경 옮김 시공주니어 1996.10.10. 책을 읽으면서 언제나 글붓을 한 손에 쥡니다. 이 글붓으로 책에 적힌 글씨를 손질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글씨를 손질하지는 않아요. 그렇게 하다가는 그 책을 못 읽거든요. 도무지 아니다 싶은 대목을 글붓으로 슥슥 그은 다음에 ‘고쳐쓸 글’을 적어 넣습니다. 우리 집 어린이하고 그림책을 읽으면서 언제나 그림책마다 글손질을 해놓습니다. 책을 펼쳐 목소리로 들려줄 적에는 그때그때 ‘눈으로 고쳐서 읽으’면 되지만, 아이 스스로 혼자 그림책을 읽고 싶을 적에는 ‘영 아닌 글씨’가 수두룩한 채 읽히고 싶지 않아요. 이를테면, “머나먼 세계로 갈 거예요”는 “머나먼 나라로 가겠어요”로 고쳐서 읽습니다. “대답해요”는 “말해요”나 “이야기해요”로 고쳐서 읽습니다.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러나”로 고쳐서 읽습니다. “해낸 거예요”는 “해냈어요”로 고쳐서 읽습니다. “학교 근처에도 뿌렸어요”는 “배움터 옆에도 뿌렸어요”로 고쳐서 읽습니다. “우리 집 정원”은 “우리 집 꽃밭”으로 고쳐서 읽습니다. “허리가 다시 쑤시기 시작했
[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숲노래 ] 맨발로 흙을 밟는 어린이 《펠레의 새 옷》 엘사 베스코브 편집부 옮김 지양사 2002.10.1. 스웨덴에서 1874년에 태어나 1953년에 숨을 거둔 엘사 베스코브 님이 빚은 그림책 《펠레의 새 옷》을 아이와 함께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2002년에 처음 우리말로 나왔고(지양사), 2003년에 다시금 새로운 판이 나옵니다 엘사 베스코브 님은 그림책을 새로 빚을 적마다 ‘그림님 딸아들’을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로 그렸다고 합니다. 그림님 아이는 어머니가 그림책을 선보일 적마다 ‘내 그림책’을 하나씩 가지는 셈이었다지요. 이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어머니가 하나씩 갈마들며 물려준 이 그림책을 자랑스레 여겼다고 합니다. 인천 화평동에는 그림할머니 박정희 님(1923∼2014)이 물빛그림을 나누는 조촐한 배움마당을 열어 이웃사람한테 물빛그림을 가르치셨는데, 이 그림할머니도 이녁 네 딸하고 한 아들이 제금을 날 적에 아이마다 돌봄책(육아일기)을 따로 그려서 기쁘게 주었다고 합니다. 아이한테 잿빛집(아파트)을 사주어도 나쁘지 않겠습니다만, 아이를 어떤 사랑으로 낳아 돌본 살림이었다고 차근차근 글이며 그림이며 사진으로 엮은 꾸러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