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35 꼰대 스무 살에 인천을 떠나던 1995년까지 배움터에서 ‘꼰대’라는 말을 듣거나 쓴 적이 드물지 싶습니다. 몽둥이로 두들겨패던 어른한테 ‘미친개·그놈·x새끼’ 같은 말을 쓰는 동무는 많았습니다. 싸움터(군대)로 끌려가서 스물여섯 달을 살던 강원도에서도 이 말을 못 들었어요. 이러다 2000년에 DJ.DOC란 이들이 부른 〈포졸이〉부터 ‘꼰대’란 말이 확 퍼졌다고 느낍니다. ‘꼰대’는 너무 꼬장꼬장하거나 비비 꼬였구나 싶은 사람을 가리킬 적에 쓴다고 느껴요. 꿋꿋하거나 꼿꼿하게 버티는 결을 나타낼 때도 있으나, 이보다는 ‘꼬여서 틀린·뒤틀린·비틀린’ 결이 싫다는 마음을 드러내요. ‘장대·꽃대·바지랑대·대나무’에 쓰는 ‘대’는 가늘면서 긴 줄기나 나무를 가리키고, “‘대’가 곧은 사람”처럼 써요. 꼬인 채 단단하니 제 목소리만 내려는 사람인 꼰대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가정주부’가 아닙니다 말꽃삶 2 살림꽃 저는 집안일을 신나게 맡습니다. 어버이 품을 떠난 스무 살부터 모든 살림을 혼자 했습니다. 그때가 1995년이니 혼살림 자취가 제법 길다고 할 만합니다. 1995년부터 혼살림을 하는데, 이해 가을에 싸움터(군대)에 끌려가요. 사내란 몸이니 끌려갈밖에 없습니다. 요새는 어떠한지 모르겠으나, 1994년에 경기도 수원에 있는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적에 여러 소리를 들었어요. “자네는 왜 의사 진단서를 안 떼어오나? ○○만 원만 들이면 진단서 하나 쉽게 떼는데, 진단서가 있으면 바로 면제인데, 왜 안 떼어오지? 내가 자네를 재검대상자로 분류할 테니까 떼오겠나?” 하고 묻더군요. 1994년 봄에 ‘장병 신체검사를 맡은 군의관’이 들려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저 ‘군의관이 척 보아도 면제 대상자이면, 그냥 면제를 매기면 되는데, 왜 목돈을 들여서 진단서를 떼오라고 하는지’ 알 길이 없더군요. 이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니 우리 어머니 말씀이 “얘야, 거기서 그렇게 말했으면 어머니한테 말하지! 왜 재검을 안 받고 그냥 현역으로 가니! 그 돈이 얼마나 크다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꽃 곁말 34 새바라기 한참 놀다가 문득 가만히 해를 보고서 담벼락에 기대던 어린 날입니다. 어쩐지 멍하니 해를 바라보는데 옆을 지나가던 어른이 “넌 해바라기를 하네?” 하고 얘기해서 “네? 해바라기가 뭔데요?” 하고 여쭈었더니 “해를 보니까 해바라기라고 하지.” 하고 일러 주었습니다. 속으로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오래지 않아 ‘별바라기’라는 말을 듣습니다. 별을 좋아해서 밤하늘 별을 가만히 보는 일을 가리켜요. 낱말책에는 그릇을 가리키는 ‘바라기’만 나오고, ‘바라다·바람’을 가리키는 ‘바라기’는 아직 없습니다. ‘님바라기’를 흔히 말하고 ‘눈바라기·비바라기’가 되면서 ‘구름바라기·바다바라기’로 지내는 분이 퍽 많아요. 저는 ‘숲바라기’하고 ‘사랑바라기·꽃바라기’를 생각합니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고 보니 ‘아이바라기’란 삶이 흐르고, 글을 써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33 일자리삯 서울에서 살며 일터를 쉬어야 할 적에 ‘쉬는삯’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일터를 다니는 동안 받는 삯에서 조금씩 뗀 몫이 있기에, 일을 쉬는 동안에 이 몫을 돌려받는 셈입니다. 서울살이를 하는 동안에는 미처 못 느꼈는데, ‘일자리삯’이라 할 이 돈은 서울사람(도시사람)만 받더군요. 시골에서 일하는 사람은 못 받아요. 씨앗을 심어 흙을 가꾸는 일꾼은 ‘일자리삯’하고 멀어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어떨까요? 곁일을 하는 푸름이는, 또 일거리를 찾는 젊은이는 어떨까요? 나라 얼개를 보면 빈틈이 꽤 많습니다. 이 빈틈은 일터를 이럭저럭 다니며 일삯을 꾸준히 받기만 했다면 좀처럼 못 느끼거나 못 보았겠다고 느낍니다. 시골에서 조용히 살기에 빈틈을 훤히 느끼고,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살림길이기에 빈구석을 으레 봅니다. 아무래도 시골사람은 매우 적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32 섣달꽃 하루만 반짝하고 지나가면 반갑지 않습니다. 바쁜 어른들은 으레 ‘하루만 반짝’하고서 빛날(생일)도 섣달꽃(크리스마스)도 지나가려 했습니다. 어린이날도 어버이날도 매한가지이고, 한글날도 한가위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날을 맞이하기까지 설레는 마음도, 이날을 누리며 기쁜 마음도, 이날을 보내면서 홀가분한 마음도, 느긋하거나 넉넉히 살필 겨를이 없구나 싶더군요. 워낙 일거리가 많다 보니 “다 끝났잖아. 얼른 가자.” 하면서 잡아끄는 어른들이었습니다. 어린 날이 휙휙 지나가고 어버이가 되어 아이를 돌보는 살림길에 곰곰이 보니 이웃나라는 ‘섣달잔치’를 으레 한 달쯤 즐기더군요. 다른 잔치도 그래요. 달랑 하루만 기리고 지나가지 않습니다. 이날을 맞이하기까지 달살림을 헤아리면서 아이어른이 함께 이야기꽃을 펴고 집살림을 추스릅니다. 우리나라도 먼먼 지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31 허벅도리 짧게 걸치는 치마라면 ‘짧은치마’이건만,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도무지 이 낱말을 안 싣습니다. ‘짧은뜨기·짧은바늘·짧은지름’은 그럭저럭 낱말책에 있어요. ‘깡동치마’는 낱말책에 있는데 ‘미니스커트’를 풀어내는 우리말로 다루지는 않습니다. 이러던 2010년 무렵부터 ‘하의실종(下衣失踪)’이라는 일본스러운 말씨가 퍼집니다. 여러 모습을 두고두고 보다가 생각합니다. 무릎 길이인 치마라면 ‘무릎치마’요, 발목 길이인 치마라면 ‘발목치마’이고, 허벅지를 드러내는 치마라면 ‘허벅치마’로, 궁둥이를 살짝 가리는 치마라면 ‘궁둥치마’라 할 만합니다. 바지라면 ‘무릎바지·발목바지·궁둥바지’라 하면 돼요. 더 생각하면 ‘한뼘도리·한뼘옷·한뼘바지·한뼘치마’처럼 새말을 지어, 옷이 짧은(깡동한) 모습을 나타낼 만해요. ‘엉덩도리·엉덩옷·엉덩바지·엉덩치마’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훈민정음날’이 아닌 ‘한글날’인 까닭 말꽃삶 1 한글·훈민정음·우리말 어릴 적에는 그냥그냥 떠오르는 대로 말을 하고, 둘레 어른이나 언니한테서 들은 말을 외워 놓았다가 말을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틀리거나 엉뚱하거나 잘못된 말을 꽤 자주 읊으며 손가락질이나 놀림을 받았어요. “야, 그런 말이 어디 있니?”라든지 “내 말을 흉내내지 마!”라든지 “무슨 소리야? 다시 말해 봐.” 같은 말을 숱하게 들었습니다. 어린이는 아직 ‘말(우리말)’하고 ‘글(한글)’을 또렷하게 가르지 못 합니다. 입으로 하니까 말이요, 손으로 적으니까 글이라고 알려준들, 적잖은 어린이가 ‘왼쪽·오른쪽’을 오래도록 헷갈려 하듯 ‘말(우리말)·글(한글)’도 헷갈려 하지요. 어른 자리에 선 사람이라면, 아이가 ‘왼쪽·오른쪽’을 찬찬히 가릴 수 있을 때까지 상냥하고 부드러이 짚고 알려주고 보여줄 노릇입니다. ‘말·글’을 또렷하게 가르지 못하는 줄 상냥하고 부드러이 헤아리면서 느긋이 짚고 알려줄 줄 알아야 할 테고요. 그런데 우리 배움터를 보면, 예나 이제나 배움터 구실보다는 배움수렁(입시지옥) 모습입니다. 배움수렁에서는 ‘왼쪽·오른쪽’이나 ‘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30 헤엄이 마흔 살이 넘도록 헤엄을 못 쳤습니다. 물하고 도무지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마흔너덧 무렵에 비로소 헤엄질이 무엇인가 하고 느꼈어요. 헤엄질이 된 까닭은 딱 하나예요. 남들처럼 물낯에서 물살을 가르지 못해도 된다고, 나는 물바닥 가까이로 가라앉아서 천천히 물살을 갈라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물속으로 몸을 가라앉혀서 숨을 모두 내뱉고서 가만히 움직여 보았는데, 뜻밖에 이 놀이는 매우 잘되더군요. 몸에 힘을 다 빼니 스르르 물바닥까지 몸이 닿고, 물바닥에 고요히 엎드려서 눈을 뜨고 물이웃을 보았어요. 물이웃이란 ‘헤엄이’입니다. ‘물고기’가 아닙니다. ‘먹이’로 본다면, 물에서 헤엄치는 숨결을 ‘물고기’로 삼겠지만, 저는 물살을 시원시원 가르며 저랑 눈을 마주하는 아이들을 ‘고기’란 이름으로 가리키고 싶지 않았어요. 어떤 이름으로 가리키면 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29 무릎셈틀 볼일이 있어 바깥으로 멀리 다녀와야 할 적에 셈틀을 챙깁니다. 자리에 놓고 쓰는 셈틀은 들고다닐 수 없기에, 포개어 부피가 작은 셈틀을 등짐에 넣어요. 영어로 ‘노트북’이라 하는 셈틀을 2004년 무렵부터 썼지 싶습니다. 처음에는 영어를 그대로 썼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들고다니는 셈틀 = 노트북”처럼 수수하게 이름을 붙인 이웃나라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더군요. 이름짓기란 수수하고 쉽다고, 이름이란 삶자리에서 문득 태어난다고, 스스로 즐거이 가리키고 둘레에서 재미있거나 반갑다고 여길 이름은 시나브로 떠오른다고 느꼈어요. “최종규 씨도 ‘노트북’만큼은 우리말로 이름을 못 붙이나 봐요?” 하고 묻는 분이 많았는데 빙그레 웃으면서 “음, 얼른 우리말을 지어내기보다 이 셈틀을 즐겁게 쓰다 보면 어느 날 이름 하나가 찾아오리라 생각해요.” 하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28 가만히 가을볕이란 가만히 지나가면서 쓰다듬어 주는 손길 같습니다. 가을바람이란 가만가만 흐르면서 어루만지는 숨빛 같습니다. 찬찬히 하루를 짓습니다. 천천히 오늘을 누립니다. 아이하고뿐 아니라 어른하고 말을 섞을 적에도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눈을 마주합니다. 사람뿐 아니라 풀꽃이며 나무하고 말을 나눌 적에도 가만가만 마음을 틔워 생각을 빛냅니다. 찰칵 소리를 내며 어떤 모습을 담는다고 할 적에는, 찍는 쪽하고 찍히는 쪽이 가만히 한마음으로 나아가야지 싶습니다. 글을 쓸 적에도 이와 같지요. 글로 옮기는 사람도,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가만가만 한마음으로 노래하기에 새롭게 만날 만합니다. 저는 빨리달리기(단거리경주)를 아주 못합니다. 오래달리기(장거리경주)라면 눈이 초롱초롱해요. 빨리 달리거나 빨리 가거나 빨리 하자면 허둥지둥 힘겨워요. 느긋이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