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19. 범옷 우리 집에 같은 띠는 용띠 둘, 원숭이띠 둘이다. 돼지띠는 하나이다. 아빠하고 아들은 용띠이고 엄마하고 큰딸은 원숭이띠, 작은딸을 할머니하고 같은 돼지띠이다. 용띠끼리는 서른여섯 살 차이가 나고 원숭이띠끼리는 스물넷, 돼지띠끼리는 예순 터울이다. 곁님은 두 딸 배내꿈을 꾸고 나는 아들 배내꿈을 꿨다. 아들이 열 살 무렵, 뜻대로 안 되어 골을 내는데, 스스로한테 풀어 몸을 다친다. 학교에서 꾸지람을 들으면 낮에 나오는 밥을 굶는다. 밥 굶는다고 집에서처럼 누가 달래 주지도 않는데 배가 고파도 안 먹는다. 밖에서 동무한테 한 대 얻어맞아 아프면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한 대 맞으면 한 대 때리든지, 누가 때리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으면 되는데, 아들은 운다. 잘 울어서 동무하고 어울리지 못할까 싶어 늘 한숨이 나왔다. 시월이 되었다. 풀죽지 말라고 아들을 북돋는다. 이튿날이 열 돌이다. 토요일에 동무를 집으로 부르고 잔치를 벌이기로 했다. 나는 잠옷 하나를 마련했다. 태어난 날 아침에 아들을 기쁘게 달래면서 학교에 보내고 싶었다. 늦잠 자는 아들을 깨우면서 빛꾸러미(선물)를 건넸다. “자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바이말바라기 #설인사 #빎말 #덕담 #토박이말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설날 #설 [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설인사 바꿔 보기 ] 해다마 설이 되면 서로 나누는 인사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토박이말바라기에서도 설을 앞두고 설인사를 좀 바꿔 보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토박이말바라기에서 내 놓은 '설인사 바꾸기'에 여러분도 함께해 주시고 널리 알려 주시면(공유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흔히 많이 하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와 같이 남에게 시키는 듯한 말보다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와 같이 바람을 담은 말을 주고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설날/명절 되세요."와 같이 설날이나 명절에게 하는 듯한 말보다는 "설날 구순하고 즐겁게 잘 쇠시기 바랍니다."와 같이 토박이말을 잘 살린 말을 주고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빎말(덕담)도 손아랫사람, 손윗사람 가리지 않고 " ~하세요."와 같이 시킴꼴의 말보다 옛날 어른들께서 마치 좋은 일이 일어난 것처럼 해 주시던 말처럼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손아랫사람은 손윗분들의 튼튼함을 기뻐해 드리고 손윗분은 손아랫사람이 하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18. 언니 한 해 끝자락 작은딸이 왔다. 푹신한 걸상 팔걸이에 잠옷을 얹었다. 짙은 파랑에 작고 하얀 점이 촘촘히 찍히고 단추 달린 옷이다. “엄마가 안동 간 날 문 앞에 있던 그 잠옷이가?” “응. 빨려고 내놓았지.” “아직 안 입은 옷 같던데?” “새로 샀으니 빨아서 입으려고 했지.” “그날 손빨래를 할 때 말하지. 엄마는 물리는 줄 알았어. 이쁘네!” “언니는 더 이뻐. 분홍빛이야!” “언니 잠옷 사줬나?” “아니, 이달에 둘이 돈 안 넣고 그 돈으로 똑같은 잠옷 샀지.” 새해라고 내게 돈 자루를 준다. 두 딸이 일 다니고 돈을 쪼개서 모은다. 그러께는 둘이 모은 돈으로 언니하고 이웃나라 태국을 다녀오고, 설날하고 한가위와 오월 어버이날하고 엄마 아빠 생일에 그 돈을 헐어 쓴단다. 두 딸이 준 돈은 기쁘게 받는다. 떠나갈 때는 내가 받은 돈만큼 찻삯으로 돌려준다. 두 딸이 돈을 모아서 같이 가고 같은 옷 입으니 부럽다. 나는 언니도 없고 여동생도 없다. 오빠 둘하고 남동생 둘이고 딸은 혼자다. 클 때 싸우고 놀던 바로 밑 동생하고 바로 위 오빠하고는 이야기가 조금 있지만, 모두 짝을 맺고 나서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책숲하루 2021.2.4. 철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자말 ‘불찰’이 어떤 결인가를 살피며 손질하다가 ‘졸속’이란 한자말을 나란히 손질하고, 우리말 ‘돌머리’를 어디까지 쓰는가를 두루 짚노라니 어느새 ‘바보·멍청하다·엉성하다·어리숙하다’로 줄줄이 잇닿습니다. 이러면서 ‘환경영향평가’란 이름을 ‘둘레보기’나 ‘숲살피기’나 ‘마을보기’로 손볼 만하겠다고 느낍니다. 적잖은 어른은 ‘사회에서 쓰는 말’이라고 하면서 어린이도 이런 말을 그대로 써야 하는 듯 여기곤 합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사회에서 쓰는 말’을 그대로 배워야 한다고도 여기지요. 그런데 ‘사회’란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을 가리킵니다. 사람들 살림터에서 쓸 말이라면, 우리 삶자리에서 나눌 말이라면, 어른끼리 알아듣거나 그냥그냥 이어온 말씨가 아닌, 앞으로 새롭게 살아갈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생각을 살찌우도록 북돋울 말이어야 즐겁고 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17. 눕다 그러께 여름에 헌 자전거를 얻었다. 그날 하루는 아들이 해가 질 무렵에 자전거를 탔다. 집을 나간 지 삼십 분도 안 되어 발을 다쳤다. “엄마, 못에 찔렸어. 피가 많이 나!” “피 안 나게 얼른 양말 벗어서 묶어.” “아파 죽겠는데, 괜찮냐고 묻지도 않네?” “피가 흐르는데 그 말이 뭐가 그리 서운하노, 얼른 손부터 써야지. 어디고?” “아, 여기가 궁전 가까이 같은데, 몰다. 아파 죽겠어.” “엄마가 이제 나가는데, 있는 곳을 알아듣게 말해야 찾아가지. 엄살 그만 부리고 찾기 쉬운 간판이 뭐가 있는지 휙 둘러 보아.” “아. 엄마. 피가 뚝뚝 떨어져!” “가까운 아무 가게라도 들어가서 도움을 받아.” 운동화를 신고 타라고 그만큼 말해도 안 듣고 끌신을 신어 다친다. 피가 뚝뚝 떨어져서 무서운지, 피를 많이 흘려 티나게 하고픈 지, 못에 찔려서 아픈지 다 큰 녀석이 징징댄다. 내 말을 안 들어서 나도 고운말이 안 나왔다. 아들이 있는 곳을 똑바로 말해 주지 않아 차를 몰고 이쪽 길로 갈지 저쪽 길로 갈지 두 길을 두고 머뭇거렸다. 차를 한쪽으로 세우고 아들한테 전화했다. 낯선 아저씨가 받는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쓰고 있는 열쇠는 언제나 빛난다."야. 이 말은 100달러 종이돈에 있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한 말이라고 해. 늘 들고 다니며 쓰는 열쇠는 손에 닳아서 빛이 나지만 자주 쓰지 않으면 빛이 바래기도 하고 보믜(녹)가 나기 마련이지. 삶도 마찬가지야. 내가 하고자 하거나 이루고 싶은 꿈을 갖고 늘 그 꿈을 매만져야 빛이 나지 그렇지 않으면 사그라들고 말거야. 하루, 한 달, 한 해 동안 해야 할, 이루어야 할 일을 마련하고 그 일을 해 내려고 터울거리면 마침내 이루어 빛이 나게 될 거야. 그러니까 내가 보내는 하루 하루가 모여 내 한뉘(일생)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빛나는 하루 하루를 보내렴. 타고난 너희들의 솜씨를 묵히지 말고 갈고 닦길 바란다.^^ 4354해 들봄달 사흘 삿날(2021년 2월 3일 수요일) 바람 바람. *보믜: 녹(綠)의 토박이말 *터울거리다: 어떤 일을 이루려고 애를 몹시 쓰다 *한뉘: 살아 있는 동안 내내=일생, 평생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16. 독서실 새해 아침에 아들이 전화했다.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아.” “그래, 고맙다 아들.” “오늘도 일 나가나?” “응. 가야 하는데 엄마가 아파서 누웠어.” “아프지 마, 엄마!” 초등학교 때까지 해마다 마지막 날은 한지붕 이야기를 했다. 둥글게 둘러앉아 막내부터 돌아가면서 아쉬운 일과 새해 다짐으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2020년에는 오랜만에 모인다는 생각에 모두가 마음이 부풀었다. 곁님은 애들 데리고 어디로 갈까, 딸은 산으로 가자, 아들은 맛있는 밥 잔뜩 먹고 싶어 하고, 나도 꼭 할 말이 있었다. 어린 날 내가 한 몹쓸짓을 봐달라고 비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그러나 돌림앓이가 우리를 가로막았다. 첫째 아이는 차표를 물리고 아들은 군대에서 10월부터 쉬는 날이 밀리고 11월에도 밀렸다. 집에 온다고 제 통장으로 들어간 재난지원금도 아들이 집에 못 와서 그대로 날리고, 12월 31일에 나와 닷새를 쉬어 간다고 기뻐했다. 틈새두기 탓에 큰딸도 못 오고 아들도 쉬는 날을 몇 차례 빼앗기고 이렇게 전화로 한 해 마음을 보낸다. 우리는 군대 간 아들한테도 못 가고, 아들은 여름 끝에 다녀간 쉼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책숲하루 2021.1.29. 사회적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마치고 열린배움터(대학교)에 들어가던 1994년 어귀에 ‘중·고등학교’하고 ‘대학교’란 이름을 비로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즈음 대학교란 곳에서 만난 윗내기는 “대학교란 열린배움터이지.” 하고 곧잘 말했습니다. 배우고 싶은 사람 누구한테나 ‘열린’ 곳이라 했어요. 한자로 ‘대(大)’를 쓴 뜻은 ‘큰배움터’가 아닌 ‘열린배움터’라고 했습니다. 그때 그 얘기를 스물 몇 해쯤 잊고 살다가 지난 2020년에 비로소 다시 떠올렸어요. 1994년 그즈음에는 허울만 ‘대학교·큰배움터·열림배움터’일 뿐, 마침종이로 금을 그으며, 배움터 사이에도 위아래를 가르고, 배움턱에 닿지 못한 수수한 사람 사이에도 금긋기를 일삼는 곳이 바로 ‘대학교’라고 느껴, 이런 곳은 ‘열린-’이든 ‘큰-’이란 이름이 걸맞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찾기놀이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바람바람 [토박이말 찾기 놀이]1-3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았는데 여느 날과 달리 일찍 잠이 깨서 따뜻한 꿀물을 한 그릇 마시고 셈틀 앞에 앉았습니다. 지난 이레에 이어 토박이말 찾기놀이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토박이말 살리기 11부터 14까지 낱말과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 3과 입춘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에 쓴 토박이말을 더한 10가지 토박이말을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추운 날씨 핑계로 또는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로 드물게 지내기(사회적 거리두기)에 함께하는 마음으로 집 안에 계시는 많은 분들과 저마다 맡은 일 때문에 쉬지 않고 일을 하고 계시는 많은 분께 심심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서 읽고 좋아해 주시고 둘레 분들께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한밝달 서른날 엿날(2021년 1월 30일 토요일) 바람 바람 *찾으 실 토박이말: 그러께, 그루잠, 글컹거리다, 길미, 돈자리, 운힘다짐글, 낮밥, 철마디, 들봄, 들봄빎 *다시 보기 [입춘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h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오는 2월 3일은 스물넷 철마디(절기) 가운데 꽃등으로 드는 철마디로(절기), 이른바 봄이 비롯한다는 ‘입춘(立春)’입니다. 오늘은 이 ‘입춘’과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저희 모임에서 쓰는 달자취(달력)에는 ‘입춘’을 ‘들봄(입춘)’으로 적어 놓았습니다. 그걸 보신 분들 가운데 ‘들봄(입춘)’으로 해 놓으니까 ‘입춘’을 ‘들봄’이라고 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고 ‘들봄’도 ‘봄으로 들어간다’는 뜻인 줄 바로 알 수 있어 좋다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이 ‘들봄’이 들어 있는 달이기 때문에 저희 모임에서는 2월을 ‘들봄달’이라고 한답니다. 옛날부터 ‘입춘’이 되면 ‘입춘축(立春祝)’이라고 하는 글을 집 앞에 써 붙였기 때문에 다들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입춘축(立春祝)’은 다르게 ‘입춘첩(立春帖)’, ‘입춘방(立春榜)’, ‘춘방(春榜)’, ‘춘서(春書)’라고도 한답니다. 글씨를 쓸 줄 아는 사람은 손수 써서 붙이고 그렇지 않으면 남한테 써 달라고 해서 붙이기도 합니다. 아마 ‘입춘대길(立春大吉)’만 써 붙이기도 하고, ‘건양다경(建陽多慶)’을 함께 써 붙여 놓은 것을 보셨을 겁니다. 요즘도 어르신들 가운데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