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결혼 함께살림을 한다면 한걸음씩 함함하게 하늘빛으로 함박웃음 하루하루 한결같이 같이살기를 간다면 가만가만 듣고 가다듬고 가벼이 손잡으며 가누고 가르치기보다 배우는 꽃맺음 사랑맺음 아름맺음 가시버시 순이돌이 한마음 너나없이 너나들이 우리집 보금자리 둥지 포근포근 철들어 가는 어른 철노래 잇는 어버이 들숲바다처럼 노는 아이 하나씩 가꾸며 짓는 오늘 ㅅㄴㄹ 일본 한자말이라는 ‘결혼(結婚)’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 한자말이라는 ‘혼인(婚姻)’은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는 일”을 뜻한다지요. 예부터 여느 사람들은 한자도 중국말도 없이 생각을 나누었고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살림을 지었습니다. 이 한자말도 저 한자말도 안 쓰던 사람들은 먼 옛날부터 어떤 우리말로 둘 사이를 나타냈을까요? 먼저 ‘맺다’입니다. ‘매듭’하고 뿌리가 같은 ‘맺음’은 “열매가 맺다”나 “꽃망울이 맺다”처럼 쓰고, “이슬이 맺다”나 “끝을 맺다”처럼 쓰기도 합니다. ‘매조지’라는 우리말하고 비슷하면서 다른데, 곱게 피어나는 끝이자 처음인 길을 나타내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학교 울타리로 찔레꽃 피고 담벼락에 동박새 앉고 밤마다 별을 읽고 아침에 이슬 먹고 나무에 올라타서 풀잎피리 풀밭에 드러누워 휘휘파람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잔치 들판을 내달리는 땀방울꽃 빗물이 흐르는 길 배운다 햇살이 내리는 곳 돌본다 언니는 동생을 아끼고 동생은 언니를 이끌고 사랑을 물려주는 어린이 아이한테서 듣는 어른 소꿉으로 살림놀이 어린이 너나없이 어울리는 이야기 ㅅㄴㄹ 어린이는 어느 나이에 차면 들어가서 배우는 곳이 있습니다. ‘학교(學校)’라 하고, “일정한 목적·교과 과정·설비·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을 뜻한다지요.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으로 풀이하는데, ‘교육(敎育)’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을 뜻해요. ‘학교 = 가르치는 곳’이라는 낱말풀이입니다. 그런데 왜 빙빙 돌며 어렵게 풀이를 할까요? “삶을 가르치는 곳”이나 “삶과 살림과 사랑을 배우는 곳”처럼 풀이할 만하며, 쉽게 풀이하는 길을 따라서 ‘배움터·배움곳·배움집’처럼 더 쉽게 우리말로 여밀 만합니다. 숲(자연)을 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청소 모두 다 마음이야 먼지를 닦고 부스러기를 쓸고 쌓인 짐을 치워도 모두 나 나비야 덜 말끔해도 날고 덜 깔끔해도 나고 덜 갈무리해도 나아 모두 다 꽃밭이야 한겨울에 시들어도 비바람이 몰아쳐도 서울 한복판도 느긋하게 살핀다 찬찬하게 본다 오늘 하루 걷는다 해 그리며 웃는다 ㅅㄴㄹ ‘청소(淸掃)’는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함”을 가리켜요. 지난날 배움터에서는 어린이가 배움터를 모두 날마다 쓸거나 닦거나 치웠습니다. 요사이는 따로 말끔이(청소부)를 둘 텐데요, 지난날 배움터에서 어린이는 날마다 고단하게 보내야 했으면서도, 이 고단한 길을 거치면서 삶과 살림을 새삼스레 돌아보았어요. 집도 마을도 나라도 배움터도, 또 나라도 푸른별도 늘 쓸거나 닦거나 치우면서 갈무리를 할 적에 깨끗합니다. 비가 와서 하늘을 씻어 주지 않으면, 숨막히고 매캐하답니다. 작은 벌레랑 지렁이랑 파리랑 개미가 부스러기나 밥찌꺼기를 치워 주기에 들숲이 깔끔해요. 우리는 차근차근 손질하고 추스르면서 스스로 이곳을 정갈하게 돌볼 수 있습니다. 천천히 쓸어요. 가만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인간 누구나 하나야 넋으로 하나요 몸으로 하나에 마음이 하나로 저마다 하늘빛 품고 새롭게 하늘숨 먹고 서로 한울타리 이뤄 함께 이어가며 살지 사람이란 하늘과 땅 사이 잇는 새처럼 날고 놀고 노래로 나눌 줄 알아 넉넉해 사랑으로 살림하며 산다 생각으로 새록새록 심고 알뜰살뜰 알차게 열면서 말씨앗 빛내며 홀가분해 ㅅㄴㄹ 한자말 ‘인간(人間)’을 “1.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 사람 2. 사람이 사는 세상 3. 일정한 자격이나 품격 등을 갖춘 이 4. 마음에 달갑지 않거나 마땅치 않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하는데, 우리말은 ‘사람’입니다. 우리말 ‘사람’을 굳이 한자말 ‘인간’이나 영어 ‘휴먼’으로 옮겨서 써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말을 가만히 쓰면서 바탕을 헤아리고 숨결을 읽어낼 적에 스스로 깨어날 만합니다. 사람은, 사이에 있습니다. 사람은, 살림을 사랑으로 짓고 나눕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서로 사이에 섭니다. 사람은, 생각을 지어 새롭게 삶을 이룹니다. 사람은, 사랑 사이에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41. 쪽나루 버스나 기차가 이따금 서되, 따로 표를 파는 사람이 없는 데가 있다. 조그마한 나루이니 ‘샛나루’나 ‘쪽나루’라 여길 만한데, 빠른버스에 빠른기차가 늘면서 쪽나루가 사라지는가 싶었으나, 요즈음에는 곳곳에 새로 생긴다. 길종이(차표·티켓)를 표파는곳이 아닌 누리집이나 손전화로 사는 길이 퍼지면서, 예전에 ‘표파는 일꾼이 있던 나루’가 ‘표파는 일꾼이 없는 나루’로 바뀐다. 큰나루라면 일꾼이 있되, 작은나루라면 일꾼이 없다. 시골나루에도 차츰 일꾼이 사라진다. 쪽나루 (쪽 + 나루) : 이따금 서기에 타고내리기는 하되, 지키는 사람을 따로 두지 않고서 작게 사이에 놓은 나루. (= 작은나루·곁나루·샛나루·사잇나루. ← 간이역簡易驛, 간이정류소, 무인역無人驛, 무인정류소) 42. 늘빛·늘사랑·늘살림 바뀔 일이 없을 뿐 아니라, 끝날 일이 없다고 여기면, 잇고 이으면서 자꾸자꾸 새롭게 피어나는 결이다. ‘사랑’은 크기도 길이도 너비도 부피도 없이 오직 ‘사랑’이다. 이 사랑을 조금 더 새롭거나 힘주어 나타내고자 ‘늘 + 사랑’처럼 쓸 수 있다. 밑뜻을 본다면, ‘사랑’이기에 늘 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존중 노랗게 익은 낟알처럼 노을 일렁이는 하늘처럼 놀고 노래하는 아이처럼 높인다 서글서글 나긋나긋 말씨로 선선히 이는 갈바람으로 서둘지 않으며 서로서로 섬긴다 밭둑에 자라는 들꽃을 바다에 사는 헤엄이를 받아들이는 별빛 햇볕을 받든다 알뜰히 아름답게 아껴 둥글게 동무하며 돌봐 누가 해주지 않아 위아래없이 너나없이 나란히 ㅅㄴㄹ 낱말책은 ‘존중(尊重)’을 “높이어 귀중하게 대함”으로 풀이하는데, ‘귀중(貴重)’은 “귀하고 중요함”으로 풀이하고, ‘귀하다(貴-)’는 “1. 신분, 지위 따위가 높다 2. 존중할 만하다 3. 아주 보배롭고 소중하다”로, ‘중요(重要)’는 “귀중하고 요긴함”으로 풀이합니다. 돌림풀이인데다가 겹말풀이입니다. ‘존중·귀중·귀하다·중요’는 모두 ‘높다·높이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우리는 우리말을 곱게 아끼거나 살뜰히 돌보거나 반듯하게 높일 수 있을까요? 여느 삶자리에서 수수하고 흔하게 쓰는 낱말 하나부터 참답게 가다듬으면서 높일 줄 알 적에 서로서로 높이는 따사롭고 넉넉한 마음으로 나아가리라 봅니다. 함께 노을빛으로 노래하고 노늘(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타협 입으로 말하지 않고 손으로 글쓰지 않는 아기를 폭 안는다면 마음으로 이야기하지 이슬 먹으며 자라고 별밤 누리며 잠들고 해바람비랑 어울리는 풀꽃나무랑 마음으로 만나 맞추려 들지 마 마음으로 마주해 마땅히 여기지 마 말을 섞고 귀기울여 허울스런 허수아비도 꽃하고 먼 꼭두각시도 나를 잊다가 잃어 나몰라라 되었어 ㅅㄴㄹ 한자말 ‘타협(妥協)’은 “서로 조금씩 물러나면서 한뜻이 됨”을 가리킨다고 여길 만한데, 사람들은 낱말뜻대로 쓰기도 하지만 “곧거나 바르거나 참되게 나아갈 길을 꺾거나 물리면서, 억지스럽게 맞추어 들어가고 길미를 조금 얻느라 첫뜻이나 참뜻을 저버리거나 등지는 짓”을 가리킬 적에도 씁니다. 참을 밝히고 거짓을 치우는 길에서는 물러날 데가 없게 마련입니다. 풀죽음물을 뿌리면 풀이 죽을 뿐 아니라 풀벌레에 벌나비도 죽고 사람한테까지 나쁜데, 풀죽음물을 조금만 치겠다고 ‘타협’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타협’을 하자고 말하는 쪽은 으레 ‘잘못을 저지른 무리’이더군요. 참빛을 바라는 목소리에 밀려 몽땅 쫓겨날 듯한 얄궂은 쪽에서 ‘타협안 제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37. 흰새 오늘날 ‘해오라기’로 일컫는 새는 예전에 ‘하야로비’라 했다. 이름에 깃든 ‘해’나 ‘하야’는 ‘하얗다’를 가리킨다. 하얗게 물든 빛깔인 깃털로 날아다니는 새를 가리키는 이름인데, 막상 오늘날 우리가 가리키는 해오라기는 ‘하얀새’가 아니다. 깃털이 오롯이 하얀 빛깔인 새는 한자말로 따로 ‘백로’라 한다. 곰곰이 헤아려 볼 노릇이다. 흰빛인 새라면 ‘흰새’라 해야 어울리고 맞으리라. 한자를 써야만 새이름을 가리킬 수 있지 않다. 흰새 (희다 + ㄴ + 새) : 깃털이 흰빛인 새. 왜가리 갈래에서 ‘백로’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 하얀새 ← 백로白鷺) 38. 자맥배 물밑에서 몸을 마음껏 놀리거나 헤엄치다가 물밖으로 나오는 일을 ‘자맥질·무자맥질’이라 한다. 물밑을 마음대로 오가다가 물밖으로 나올 수 있는 배라면 ‘자맥배’라 할 만하다. ‘무자맥배’라 해도 되고, ‘자맥이·무자맥이’라 해도 어울린다. 우리말 ‘자맥질·무자맥질’을 한자말 ‘잠수(潛水)’로 가리키니, ‘자맥 + 배 = 잠수 + 함’인 얼거리하고 매한가지이다. 자맥배 (자맥 + 배) : 자맥질을 하는 배. 물밑으로 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26 관계 얽매면 엉켜 옭매면 올가미야 엉성하면 어긋나 얼차리고 얼러서 어우른다 매를 들면 아파 매서우면 멀리하지 매몰차면 무섭더라 꽃매듭짓기에 꽃맺음으로 간다 사납게 굴면 떠나 낡삭으면 지겹지 사고파는 장삿속은 치우고 사근사근 사이좋게 사귄다 싹이 트고 눈을 틔울 틈새를 살짝 둔다 빗줄기로 씻고 빛줄기로 달래며 서로 잇고 살살 비운다 ㅅㄴㄹ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관계(關係)’를 “1.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 2. 어떤 방면이나 영역에 관련을 맺고 있음”으로 풀이하는데, ‘관련(關聯)’이란 한자말은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계를 맺어 매여 있음”으로 풀이합니다. 우리말 ‘맺다’는 “5. 관계나 인연 따위를 이루거나 만들다”로 풀이하지요. 여느 어른이라면 한자말 ‘관계·관련’이나 우리말 ‘맺다’를 낱말책에서 찾아볼 일이 없이 그냥 쓸 텐데, 어린이·푸름이는 이런 말을 어떻게 엮고 헤아려서 익힐 수 있을까요? “관계를 맺다”나 “관련을 맺다”는 겹말풀이일 뿐 아니라, ‘맺다’부터 제대로 풀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33. 밥옷집 남녘에서는 한자말로 ‘의식주’라 하고, 북녘에서는 한자말로 ‘식의주’라 한다. 남북녘은 서로 옳다고 티격태격한다. 그러나 굳이 둘이 다툴 까닭이 없다. ‘옷밥집’이나 ‘밥옷집’처럼 우리말을 쓰면 된다. 따로 하나만 올림말(표준말)이어야 하지 않다. ‘옷집밥’이나 ‘밥집옷’이라 해도 되고, ‘집옷밥’이나 ‘집밥옷’처럼 사람들 스스로 가장 마음을 기울일 대목을 앞에 넣으면서 말하면 된다. 밥옷집 (밥 + 옷 + 집) : 밥과 옷과 집. 살아가며 누리거나 가꾸거나 펴는 세 가지 큰 살림을 아우르는 이름. 살아가며 곁에 두는 살림살이. (= 밥집옷·옷밥집·옷집밥·집밥옷·집옷밥. ← 의식주, 식의주) 34. 난해달날 태어난 해랑 달이랑 날을 한자말로는 ‘생년월일’이라 하고 ‘생 + 년월일’인 얼개이다. 이 얼개를 조금 뜯으면, 우리말로 쉽게 “태어난 해달날”이라 할 만하고, 줄여서 ‘난해달달’이라 할 수 있다. ‘난날·난해’처럼 더 짧게 끊어도 된다. 난해달날 (나다 + ㄴ + 해 + 달 + 날) : 태어난 해·달·날. 몸을 입은 모습으로 이곳으로 나오거나 온 해·달·날. (= 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