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72 긴낮 어릴 적에 어머니는 상냥하면서 어진 길잡이(교사)였습니다. 요새는 배움터 길잡이(학교 교사)가 어린이를 마구 때리거나 괴롭히는 짓이 사라졌다지만, 지난날에는 배움터에서 길잡이한테 뭘 물어볼 수 없었어요. 아주 무섭고 사나웠거든요. 어머니한테 여쭈면 “얘, 너희 학교 선생님들은 안 가르쳐 주니? 왜 늘 엄마한테만 묻니?” 하시지요. “몽둥이를 들고 노려보는데 무서워서 어떻게 물어봐요. 모르면 모른다고 때리는걸요.” “아유, 할 수 없지. 그래서 뭐?” 어느 날은 “‘하지’하고 ‘동지’가 뭐예요?“ 하고 여쭙니다. “하지랑 동지? 학교는 그런 절기도 안 가르치니?” “아직 책(교과서)에 안 나오는걸요.” “여름에 낮이 가장 길어서 ‘하지’이고, 겨울에 밤이 가장 길어서 ‘동지’야. 그러니까 긴낮이 하지이고, 긴밤이 동지이지.” “아, 그런 한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 말꽃삶 15 ‘-의’ 안 쓰려 애쓰다 보면 어쩐지 갈수록 ‘나의’를 책이름에 넣는 분이 늘어납니다. 이원수 님이 쓴 노래꽃(동시) 가운데 〈고향의 봄〉은 첫머리를 “나의 살던 고향은”으로 엽니다. 이원수 님하고 오랜 글벗인 이오덕 님은 “내가 살던 고향은”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짚었고, 이원수 님도 바꾸어야 맞다고 여기면서도 “사람들이 다 그렇게 익숙하게 쓰는데 어쩌지요?” 할 뿐, 스스로 바꾸지 못 하였습니다. 잘 쓰든 잘못 쓰든, 입에 붙고 손에 붙은 말씨를 털기는 만만하지 않을 만합니다. 그런데 “익숙하니 못 바꾸겠다”고 여기면 앞으로도 잘못을 고스란히 퍼뜨리겠다는 뜻입니다. 총칼을 앞세워 우리나라로 쳐들어온 일본은 우리말·우리글을 짓밟으면서 일본말·일본글만 쓰도록 억눌렀어요. 때로 치면 1910∼1945년이라지만, 일본 총칼무리는 더 일찍 이 나라에 스며들었기에 마흔∼쉰 해에 걸쳐 일본말·일본글에 길들고 익숙했다고 여길 만합니다. 이 때문에 1945년 8월 15일 뒤에도 일본말·일본글을 그대로 쓰는 사람이 수두룩했습니다. 우리로서는 1945년 8월 15일이 ‘풀려남(해방)’이지 않아요. 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71 글눈 가난하거나 못 배운 사람을 나무라거나 깎아내리거나 비아냥대거나 놀리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난한 탓에 누가 돈을 조금 쥐어 주면 헤벌레 넋이 나간다고 지청구를 하는데, 돈이 많은 이들은 돈냄새를 맡고서 쉽게 휘둘리는 터라 사람빛이 없다고 지청구를 할 만할 텐데요? 못 배운 탓에 누가 옆에서 무어라 쑤석거리면 쉽게 춤춘다고 꾸짖는데, 많이 배운 터라 슬슬 빌붙을 뿐 아니라 얄궂게 구멍을 내어 빠져나가거나 뒷짓을 일삼기 일쑤 아닐까요? 가난해서 나쁘거나 가멸차서 나쁘지 않습니다. 못 배워서 모자라거나 많이 배워서 모자라지 않습니다. 언제나 마음에 따라 다를 뿐입니다. 가난하거나 못 배웠어도 마음을 곧게 세운 사람은 한결같이 푸르고 아름다워요. 가멸차거나 많이 배웠어도 마음을 시커멓게 먹은 사람은 노상 지저분하고 사납지요. 우리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말빛 곁말 70 바다빗질 어릴 적 살던 인천에서는 바닷가를 보기가 만만하지 않았어요. 쇠가시울타리가 높고 길게 뻗었거든요. 개구멍을 내어 드나들었고, 가까운 영종섬으로 배를 타고 갔습니다. 뻘바다는 모래밭이 적으니 먼곳에서 물결에 쓸려온 살림을 구경하는 일은 드뭅니다. 모래밭이 넓은 곳에서는 물결 따라 쓸린 살림이 많아요. 때로는 빈병이, 조개껍데기가, 돌이, 쓰레기가 쓸려옵니다. 어느 나라부터 물결을 타고 머나먼 길을 흘렀을까요. 우리나라부터 흘러갈 살림이나 쓰레기는 어느 이웃나라 바닷가까지 나들이를 갈까요. 바닷가 사람들은 으레 줍습니다. 살림이라면 되살리도록 줍고, 쓰레기라면 치우려고 줍습니다. ‘해변정화’ 같은 어려운 말은 몰라도 바닷가를 빗질을 하듯 찬찬히 거닐면서 물결노래를 듣는 하루를 건사합니다. 머리카락을 가만가만 빗질을 하며 가지런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69 멧채 멧자락에 호젓하게 살림칸을 마련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글우글 모이기를 꺼리고, 북새통을 이루는 커다란 고을보다는 풀꽃나무하고 동무하면서 새랑 숲짐승하고 이웃하려는 매무새로 보금자리를 가꾸려는 마음입니다. 작게 세우는 ‘멧집’에는 멧짐승이 슬몃슬몃 찾아와서 기웃기웃하겠지요. 멧길을 오르내리다가 다리를 쉬고 숨을 돌리는 조그마한 칸이 있습니다. 멧자락에서라면 바위에 걸터앉아도 즐겁고, 그저 흙바닥에 벌렁 드러누워도 홀가분합니다. 다만 조금 더 느긋이 머물면서 몸을 달랠 만한 바깥채를 조촐히 꾸려놓는 ‘멧터’이자 ‘멧쉼터’입니다. 우리가 저마다 ‘멧채’를 일구면서 조용히 살아간다면 푸른별은 매우 아늑하면서 따사로울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알맞게 떨어져서 멧살림을 한다면, 부질없는 총칼(전쟁무기)을 만들 까닭이 없고, 사람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꽃 곁말 68 풋글 처음 적은 글을 그대로 옮겨서 책으로 낸 적이 없습니다. 누리집(블로그·홈페이지)에 올리기 앞서 밑글로 적어 놓고서 숱하게 손질하고 고치며, 나중에 책으로 여밀 적에도 새록새록 손보고 뜯어고칩니다. 누리집에는 으레 풋글을 올린다고 할 만합니다. 풋글이어도 굳이 올려놓지요. 애벌글을 두벌 석벌 열벌 스무벌 고치기만 해서는 끝이 안 나요. 어느 만큼 추슬렀구나 싶으면 아직 풋내가 나는 글이어도 올려놓습니다. 이러고서 다른 일을 하고 글을 쓰다가 어느 날 문득 돌아보고는 살핏살핏 또 다듬고 새삼스레 가다듬습니다. 종이에 얹어서 선보이는 책일 적에도 글손질은 끝나지 않습니다. 나중에 다시 낼 적에 이모저모 쓰다듬고 어루만집니다. 글 한 자락을 온벌(100벌)이고 즈믄벌(1000벌)이고 되읽고 다독인달까요. “나는 글을 잘 쓰지 못 한다”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꽃 곁말 67 까막까치다리 예전 어른들은 으레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른바 ‘옛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견우랑 직녀라는 사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둘은 그만 한 해에 꼭 하루만 만날 수 있다는데, 이때에 까마귀랑 까치가 하늘을 까맣게 덮으면서 저희 등판으로 다리를 놓는다지요.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은 “이리하여 하늘에 ‘오작교’가 놓이고 …….” 합니다. 어린 우리들은 “‘오작교’? 오작교가 뭐예요?” 하고 묻지요. “어허, 말 끊지 마라! 에헴, 까마귀하고 까치가 다리를 놓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까막까치가 놓는 다리가 ‘오작교’야.” 어릴 적에는 또 꾸지람을 들을까 싶어 더 말을 잇지 않았습니다만, “뭐야? 까막까치가 놓는 다리라면 ‘까막까치다리’이지, ‘오작교’가 뭐래?” 하고 동무하고 수군댔어요. 어른들은 순 알 길이 없는 말을 마구 지어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꽃 곁말 66 깃공 몸을 쓰며 놀기를 즐기다가 글쓰기·그림그리기에 온마음을 쏟는 큰아이요, 의젓하게 몸을 쓰며 놀기를 즐기는 작은아이입니다. 한배에서 나왔어도 다른 두 아이를 바라보던 어느 날 ‘배드민턴’을 우리 집 마당에서 누리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하고 언니랑 자주 배드민턴을 했어요. 혼자서 할 수 없으니 “하자, 하자, 같이 하자?” 하고 늘 졸랐어요. 아이들하고 읍내에 가서 ‘채’랑 ‘공’을 장만하는데, 두 아이 모두 처음인 놀이라 ‘배드민턴·셔틀콕’이란 영어를 못 알아듣습니다. “깃털로 엮은 공을 ‘셔틀콕’이라 하고, 셔틀콕을 서로 치고 넘기는 놀이를 ‘배드민턴’이라고 해.” 하고 말할 수 있으나, 뭔가 꺼림합니다. 깃털로 엮은 공을 왜 ‘셔틀콕’이라 해야 할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고서 두 아이한테 “깃털로 엮어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 말꽃삶 14 이해, 발달장애, 부모, 폭력 요즈음 푸름이가 ‘저미다’라는 낱말을 모른다고 어느 이웃님이 푸념을 하시기에, ‘슬라이스’라는 영어가 퍼졌기 때문이 아니라 푸름이 스스로 부엌살림을 안 하기에 모를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부엌일을 하고 부엌살림을 익히면서 손수 밥살림을 헤아리는 나날이라면 ‘저미다’뿐 아니라 ‘다지다·빻다’가 어느 자리에서 쓰는 낱말인지 알게 마련이고, “가루가 곱다”처럼 쓰는 줄 알 만하고, “가늘게 썰다”처럼 써야 알맞은 줄 알 테지요. 말은 늘 살림살이에서 비롯합니다. 살림살이란, 삶을 누리거나 가꾸려고 펴는 손길이 깃든 길입니다. 스스로 하루를 지으면서 누리거나 다루거나 펴는 살림·살림살이인 터라,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어버이나 어른 곁에서 함께 살림을 맡거나 소꿉놀이를 해보면서 말길을 열어요. 살림이 없이는 말이 없습니다. 살림을 짓고 나누고 익히고 펴는 사이에 저절로 말길을 뻗습니다. ‘고약하다’라는 오랜 낱말이 있습니다. 이 낱말은 으레 어른이 씁니다. 어린이나 푸름이가 쓸 일은 드뭅니다. 아직 철들지 않은 어린 사람을 가볍게 나무랄 적에 ‘고약하다’라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65 마침꽃 어릴 적에 배움터 길잡이는 늘 ‘종지부(終止符)’란 한자말을 썼습니다. 쉬운말 ‘마침표(-標)’가 있으나 “쉬운말은 쓰지 마. 쉬운말을 쓰면 바보가 돼!” 하고 으르렁거렸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종지부’는 낡은 일본 한자말이라서 더는 안 쓰기로 하겠다고, 아예 나라에서 못박습니다. 참 늦은 셈이지만, 이제라도 털어낸다면 나은 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동안 이 일본 한자말을 앞세우면서 어렵게 들볶은 어른들은 “어렵게 써서 잘못했다” 하고 무릎을 꿇거나 고개를 숙였을까요. 낡은말 ‘종지부’는 이제 우리 터전에서 마침꽃을 찍고서 사라질 테지만, 아직 숱한 낡은말은 곳곳에서 활개를 칩니다. 아니, 숱한 낡은말이 낡은말인 줄 못 느끼거나 안 살피면서 그냥그냥 퍼지거나 맴돌아요. 곁에 어떤 말을 놓을 적에 스스로 빛나고 아이들이 반기는가를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