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기를 바랍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착착 돈이 되나 안 되나로 따지면 삶이 메마릅니다. 벌이가 되는 곳으로만 가기에 살림이 고단합니다. 벌잇거리를 움켜쥐기에 얼핏 주머니가 찰랑찰랑한 듯싶지요. 그러나 돈나물을 바라보는 사이에 돈마음으로 물들고 돈사람이 되고 말아요. 풀냄새도 꽃냄새도 잃고서 돈냄새에 찌들어요. 뭔가 거머쥐려 하기에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으나, 자꾸 쥐어삼키려 하기에 그만 산송장 같은 하루로 치닫습니다. 사랑하고 등진 몸이라면 산주검이에요. 아이랑 노래하는 오늘을 누리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넋을 잃은 허깨비 같아요. 굴레는 스스럼없이 털어요. 수렁에서는 서슴없이 나가요. 쳇바퀴는 냉큼 떨쳐요. 우리를 휩쓸려는 물결이 사나우면 기꺼이 앞장서서 푸른노래를 불러요. 스스로 참다우며 어질게 마음을 가꿀 줄 알면, 어떤 물결이나 바람도 우리를 못 건드립니다. 한 발을 척 내딛어요. 두 발 석 발 척척 나아가요. 착착 감겨들듯 스미는 햇볕을 듬뿍 쬐면서 소매를 걷어요. 구름을 안고 멧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기를 바랍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앗기다 서로 자리를 바꾸고서 생각한다면, 혼잣짓에 사로잡히지 않겠지요. 누구나 스스로 속마음을 바라볼 줄 아는 눈망울로 서로 헤아릴 수 있어야 따사로이 만나면서 토닥토닥 다독여요. 이렇게 하면 밑진다거나 잃는다고 여기면 아무 일을 못 해요. 어떤 이는 이녁 길미만 따지면서 혼자 올라가려고 합니다. 남이 앗기는 줄 모르지요. 혼놀이를 하듯 저만 좋아서 웃는 이가 있어요. 옆사람이 피흘려도 모르고, 둘레에서 나가떨어지면서 아파하더라도 못 느끼더군요. 배부르기를 바라고, 얻거나 벌기를 바란다면, 먼저 스스럼없이 셈평을 내보낼 줄 알아야지 싶어요. 나무가 자라려면 가랑잎을 떨구어야 합니다. 열매를 맺으려면 꽃이 져야 합니다. 씨앗을 퍼뜨리려면 열매를 새나 사람이나 숲짐승한테 내주어야 합니다. 빚지기만 하는 일이란 없습니다. 이 삶은 나쁘기만 하지 않아요. 울음하고 웃음이 언제나 나란히 흐릅니다. 스스로 달래고, 동무를 쓰다듬고, 이웃을 어루만지는 숨결은 나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오른길 부릉부릉 오가는 길을 보면, 큼지막한 쇳덩이가 오른길에서 불쑥 왼길로 들어서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서는, 왼쪽이나 오른쪽으로만 다닐 수 없습니다. 이쪽에서 만나거나 무엇을 보기도 하고, 저쪽에 들어가거나 살짝 다리를 쉬려고 멈출 수 있어요. 그런데 사람이 거니는 자리는 으레 좁더군요. 왼길걷기나 오른걷기를 말하기 앞서 거님길이 그냥 좁아요. 손에 짐을 들거나 아이랑 손을 잡고 걷는다면, 앞에서 다가오는 사람하고 부딪힐 만합니다. 지난날에는 모든 길이 그저 길이었어요. 가거나 오거나 디디거나 돌아오거나 모두 호젓하게 흐르는 자리였습니다. 부릉부릉 달리는 곳에서는 말을 섞기 어렵습니다. 커다란 쇳덩이가 큰소리를 내느라 말소리를 잡아먹습니다. 시골에서도 이야기가 사라져요. 손으로 심고 가꾸고 돌보고 거두는 살림을 버리고, 커다란 쇳덩이를 논밭에 들이다 보니, 말을 섞거나 얘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며 일할 수 없습니다. 먼길을 갈 적에는 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솔깃하다 눈이 있으니 보고, 귀가 있으니 듣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음을 쏟지 않으면, 눈귀로는 못 느끼기 일쑤입니다. 눈길을 끌어당기는 모습이더라도 마음이 가지 않으면 쉽게 스쳐요. 귀를 기울일 만하지 않다면, 얼핏 달콤한 이야기일지라도 이내 고개를 돌리고요. 읽는눈이란 마음을 담아 함께하려는 눈결이지 싶습니다. 곁눈이란 마음으로 바라보려는 눈망울일 테고요. 그냥그냥 듣고서 따라갈 수 있을까요? 갑자기 빠져들 때가 있다지만, 우리가 스스로 마음을 쓰지 않을 적에는 휩쓸리듯 잠기고 말아요. 끄달리지요. 설거지를 하고 밥을 짓는 하루 일거리를 비롯해서, 말 한 마디를 들려주고 이야기를 누리는 자리라든지, 글 한 줄을 적어서 주고받는 살림 어디나, 생각을 엮어 나누려는 마음이 흐릅니다. 솔깃하기에 쳐다보지 않습니다. 군침이 돌기에 달려가지 않아요. 물들거나 젖고 싶지 않습니다. 온누리에 퍼지는 햇빛이랑 별빛을 가만히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녹이려 합니다. 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약빠르다 둘레를 보면 약빠른 사람이 어김없이 있는 듯합니다. 잔꾀를 쓰며 살살 빠져나가요. 꾀바르게 달아나는데, 얕게 굴면 다들 아니까 제 발등을 스스로 찍는 셈일 텐데, 약빠리 짓을 못 그치더군요. 그들 스스로 짓궂거나 고약한 짓에 호되게 매운맛을 보아야 깨달을까요. 눈비음으로는 모래집을 올리는 덧없는 시늉일 뿐인 줄 모르는 듯싶어요. 하루하루 살며 돌아보노라면 깍쟁이는 늘 깍쟁이를 만납니다. 잿놈은 잿놈을 만나고, 꽃님은 꽃님을 만난다고 느껴요. 다만, 그들이 약삭빠리로 굴더라도 그쪽을 안 쳐다보면 되어요. 나쁘다고 여기면서 손가락질을 해본들 그쪽이 바뀌는 일이 없거든요. 닳아빠진 짓을 나무라기보다, 스스로 사랑이라는 길을 나아가면서 빛날 노릇이더군요. 씨앗을 심기에 씨앗이 싹터요. 씨앗을 안 심고서 투덜댈 적에는 투덜질만 되풀이해요. 새해머리에 지난걸음을 되새깁니다. 머나먼 길을 걸어왔어도 늘 처음이라는 마음으로 새걸음을 내딛습니다. 씨뿌리기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가운몫 가두어서 키우는 집짐승하고 풀어놓아 돌보는 집짐승은 다릅니다. 가두면 누구나 괴롭고, 가두지 않으면 누구나 홀가분해요. 날개가 묶인 새는 슬퍼서 울고, 마음껏 날갯짓을 하는 새는 즐겁게 노래합니다. 아이하고 어른도 매한가지예요. 억지로 누르면 아이어른 모두 고단합니다. 스스럼없이 뜻을 펴며 이야기할 수 있어야 비로소 활짝 웃으며 무엇이든 이뤄요. 눌린 사람은 제 힘을 못 내요. 토막이 난달까요. 동강난 채 기우뚱하지요. 마음을 틔워야 몸을 열고 생각을 풀어냅니다. 꾹꾹 동여매면 어느 날 펑 터지고 말아요. 바깥바람을 가리려고 울타리를 칠 만하고, 안쪽에서 지내는 모습을 구태여 밖에서 구경해야 하지 않으니 가볍게 담을 두를 만해요. 이와 달리, 모두 똑같이 틀에 가두려고 울타리를 친다면 그만 스스로 깎는 짓이 돼요. 얼핏 닮아 보일 수 있지만, 비슷한 모습이란 다른 모습이에요. 저마다 나아가는 길이 다릅니다. 스스로 걸어가는 길이 새로워요. 허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숲 다듬읽기 22 《나무 마음 나무》 홍시야 열매하나 2023.6.22. 《나무 마음 나무》(홍시야, 열매하나, 2023)를 읽었습니다. ‘나무’ 사이에 ‘마음’이 어떻게 흐르는가 돌아보려고 지나온 나날을 글·그림으로 여민 꾸러미에는 빈자리가 많습니다. ‘빈’자리란, 비운 자리이면서, 비가 씻어낸 자리요, 비질을 하고 빗질을 하면서 새롭게 빛날 자리이니, 아직은 빚처럼 비었다고 여길 자리이게 마련입니다. 빈자리는 둥그렇습니다. 빈자리는 모나지 않습니다. 빈자리는 빗방울처럼 동글동글하지요. 빙그르르 돌듯이 춤춥니다. 곰곰이 보면, 모든 잎은 부드럽고 둥그스름합니다. 길쭉하기에 끝이 뾰족하다 싶은 잎도, 톱니를 닮은 잎도, 언제나 푸른별을 푸르게 품으면서 무엇이든 풀어내는 물빛입니다. 이슬을 머금고 빗물을 마시면서 푸른잎이에요. 그러니까 나무는 나무로 보면 되고, 마음은 마음으로 읽으면 됩니다. ‘존재·위하다’ 같은 일본말씨를 끌어들일 까닭이 없이, 푸른말을 쓰고, 숲말을 쓰고, 푸른말을 쓰며 어린이 곁에 서면 스스로 사랑입니다. ㅅㄴㄹ 사랑스러운 푸른색 행성 → 사랑스러운 푸른별 1 서로를 내보이는 삶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숲 다듬읽기 21 《식물기》 호시노 도모유키 김석희 옮김 그물코 2023.5.30. 《식물기》(호시노 도모유키/김석희 옮김, 그물코, 2023)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책이름을 한글로 ‘식물기’라 적어서 풀꽃나무를 다루는가 하고 살폈더니 ‘植物忌’처럼 한자로 적는군요. 풀꽃이 죽은 날을 다룬다고 여길 수 있고, 풀꽃을 떠나보낸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식물’이라 적을는지 모르고, ‘しょくぶつ’라 말할는지 모릅니다만, 우리말은 ‘풀·풀꽃’이나 ‘풀꽃나무·푸나무’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풀을 ‘풀’로 바라볼 때라야, 푸른별이 왜 ‘푸른’별인 줄 알 수 있습니다. ‘풀·풀다’는 말밑이 같고, ‘품·품다’랑 말밑이 잇습니다. ‘푸근하다·푸지다’로 말밑이 맞닿으니, 풀을 풀로 바라보지 못 하는 눈썰미로는 처음부터 풀을 모르거나 등지게 마련입니다. 우리 곁을 품으며 수수하게 흐르는, 수수하기에 숲빛인 숨결을, 쉽게 풀어서 수더분히 말 한 마디에 얹어 봐요. ㅅㄴㄹ 수풀 속을 걷기를 좋아합니다 → 수풀에서 걷기를 좋아합니다 → 숲에서 걷기를 좋아합니다 7쪽 주택가나 논밭이나 작은 산이 섞여 있는 장소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푸새 땅에 뿌리를 내리면서 자라는 남새는 햇볕뿐 아니라 햇빛도 별빛도 받으면서 싱그럽습니다. 사람이 심고 돌보아 거두는 푸새는 사람한테 이바지할 뿐 아니라 새나 애벌레나 풀짐승한테도 이바지합니다. 사람한테만 베푸는 해바람비가 아니에요. 사람 혼자 열매를 다 누리려고 하면 아무래도 얕아요. 이 별에서 함께하는 이웃입니다. 애벌레가 잎을 조금 갉기에 어느새 나비로 깨어나 꽃가루받이를 합니다. 작은 손길을 들여다봐요. 새는 사람한테서 조금 얻어먹기에 곳곳에 나무를 심어 놓습니다. 삶을 이루는 밑동은 얽혀요. 풀벌레는 사람 곁에서도 숲에서도 싱그럽고, 사람은 풀벌레랑 어우러지면서도 스스로도 씩씩합니다. 심는 푸성귀로 푸르게 일렁이는 들살림에는, 따로 심지 않아도 가만히 들어오는 들풀이 같이합니다. 쓸모없는 풀이란 없습니다.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른 몫으로 땅을 사랑하는 풀입니다. 온갖 풀이 돋는 자국을 찾아보면, 풀마다 어떤 몫을 하려고 자라는가를 알 만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뜰님 따사로이 쓰다듬는 손길이 아니라면 아이를 보살피지 못 합니다. 부드러이 감싸는 손이 아니라면 풀꽃을 가꾸지 못 합니다. 모름지기 어버이는 포근손으로 아이를 토닥여 사랑으로 보듬습니다. 들숲바다에서 어진 어른은 푸른손으로 풀꽃나무를 다독여 반짝반짝 품어요. 사랑손이기에 풀빛손일 수 있습니다. 꽃손이기에 꽃밭지기 노릇을 합니다. 집에서는 살림님으로서 즐겁게, 밭에서는 밭님으로서 알차게, 뜰에서는 뜰님으로서 푸르게 하루를 짓습니다. 우리는 푸른손가락으로 마주하면서 서로 반갑고 싱그럽습니다. 시골에서도 서울에서도 풀꽃지기로 만날 만해요. 둘레를 봐요. 잿빛으로 높다랗게 집채를 쌓아야 살 만하지 않아요. 사람도 새도 벌레도 짐승도 숲내음을 마시기에 튼튼하게 건사하는 몸입니다. 부릉부릉 매캐하다면 콜록콜록 기침이 안 멎어요. 굴뚝에서 불뚝불뚝 시커먼 김만 솟는다면 자꾸자꾸 재채기를 합니다. 거닐 자리를 되찾으면 들꽃이 피어나면서 풀내음이 퍼지는 빈터가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