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겨냥 길을 걸을 적에는 앞을 봅니다. 옆이나 뒤를 쳐다보다가는 넘어지거나 부딪히겠지요. 어느 곳으로 나아가든 가는길을 살핍니다. 남을 앞세우거나 내세우기보다는 스스로 씩씩하게 갑니다. 이름나거나 훌륭한 남이 앞에서 봐주면 한결 나을는지 모르나, 낯선 곳에 서더라도 스스로 길그림을 어림하면서 차근차근 걸어요. 눈치를 안 봅니다. 꿈그림을 봅니다. 두리번거릴 일이 없습니다. 제가 지으려는 할거리를 생각합니다. 어정쩡하게 딴청을 하다가는 과녁을 놓쳐요. 갈곳을 또렷이 헤아리면서 겨냥해야지요. 무엇을 꼭 이루겠다고 노리지 않아요. 한 걸음씩 디디려는 바람입니다. 꿈을 사뿐히 얹은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서 갑니다. 숨을 쉬건 밥을 먹건 잠이 들건 언제나 우리 스스로 해요. 작거나 크거나 괴롭거나 반가운 일도 스스로 맞이합니다. 삶길이란 새롭게 맞이하는 하루입니다. 멋스러운 삶이 아니어도 되어요. 뜻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면 넉넉합니다. 곁에 다짐말 한 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햇내기 처음 해보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첫걸음이라 풋풋하고, 햇병아리라서 새가슴이라지만, 낯설어도 조그맣게 발걸음을 내딛기도 합니다. 어린이라서 안 된다면, 설익어도 못 한다면, 너무 딱딱해요. 코흘리개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아직 철없거나 모자라다지만, 수수하게 짓는 멋으로 차근차근 나아갑니다. 둘레에서 쪼다라 놀리기도 하고 얼치기라고 손가락질을 하는군요. 이럴 적에는 “짧아서 잘못했습니다. 아직 새까맣거든요. 어리버리한 저를 즐거우면서 상냥하게 가르쳐 주셔요.” 하고 고개를 숙입니다. 누구나 새내기예요. 누구라도 아이라는 숨빛을 품습니다. 오래오래 섣부를 수 있어요. 한참 해보았어도 엉성할 수 있고요. 그러나 해바라기를 하는 햇내기처럼 오늘을 가꿉니다. 남들이 바보라고 비웃거나 멍청하다고 나무라도 빙그레 웃으면서 “모르니까 배우면서 일어서려고요.” 하고 여쭙니다. 투박하게 걷습니다. 좀 어정쩡한 걸음새여도 척척 내딛습니다. 낯선 길을 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잿터 철없던 아이로 자라던 어린날, 왜 우리 고장에는 높은집이 없나 싶어 서운했습니다. 작은아버지가 사는 서울에 가노라면 으리으리하게 커다란 집이며 하늘을 찌를 듯한 높집이 줄지어요. 서울사람은 서울 아닌 곳을 보면 으레 “여기는 높다란 집도 없으니 발돋움이 더디군.” 하는 소리를 냈습니다. 철없는 아이는 천천히 자라며 우람한 잿터란 사람살이하고 동떨어진 잿빛인 뿐인 줄 하나하나 알아차립니다. 풀꽃이 돋고 나무가 자라면서 새가 내려앉고 개구리랑 뱀도 어우러지면서 바람에 날개를 나부끼듯 날며 곱게 춤추는 나비가 함께 있기에 비로소 ‘집’다운 줄 느껴요. 서울에 빼곡한 잿빛집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숲살림을 받아들여 가꾼 터전이 아니기에, 늘 다시짓기(재개발)에 얽매입니다. 잿빛터를 허물면 모두 쓰레기가 될 테지요. 한때 이름을 드날리는 높다란 꽃얼굴이라 하더라도, 머잖아 쓰레기터를 그득그득 채울 잿더미입니다. 우리 삶은 이름꽃일 수 있을까요. 서로 날개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자리바꾸기 겨울이 저물 즈음 돋아나는 들꽃은 찬바람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꽃대를 냅니다. 봄이 무르익으면 2월꽃은 수그러들며 4월꽃이며 5월꽃하고 자리를 바꾸어요. 여름이 다가오면 어느새 봄꽃은 자취를 감추고 여름꽃이 새자리를 차지합니다. 여름이 깊으면 여러 여름꽃이 올망졸망 섞이며 짙푸른 빛깔로 반짝입니다. 봄에는 봄빛으로 잇는 하루라면, 여름에는 여름볕을 후끈후끈 누리면서 한결같이 반짝이는 하루예요. 볕을 반기는 볕나물한테는 ‘가락지나물’하고 ‘쇠스랑개비’란 이름이 더 있습니다. 나물 한 포기를 곁에 두는 사람들은 나물빛을 그대로 마주하면서 이름을 붙여요. 나물마다 다 다른 숨결을 고스란히 읽으면서 즐겁게 만납니다. 사람도 반가이 오가면서 어우러질 적에 서로서로 즐겁게 이름을 부르고 기쁜 오늘 이야기를 마음에 새록새록 품습니다. 우두머리 자리에 앉은 이들은 곧잘 총칼을 앞세워 제 나라 사람들을 억누르다가 이웃나라로 쳐들어갑니다. 이때에 이 바보짓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숲노래 우리말 말 좀 생각합시다 29 푸르다 지난날에는 어디나 모두 푸른 터전이었어요. 뚝딱터(공장)나 큰고장(도시)이 따로 없던 무렵에는 쓰레기도 딱히 없었기에 어디에서나 맑고 밝게 물하고 바람이 흘렀어요. 누구나 물하고 바람을 싱그러이 마시며 살았어요. 지난날에는 ‘친환경’이나 ‘환경친화’를 딱히 헤아리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에 이르러 맑거나 정갈한 터전을 그리면서 ‘녹색(綠色)’이라든지 ‘초록(草綠)’이라든지 ‘그린(green)’을 이야기하는 분이 늘어납니다. 모임(단체·정당)이나 배움터에서 이런 이름을 쓰지요. 그런데 우리말 ‘푸른’을 쓰면 될 노릇일 텐데 싶어요. ‘친환경 제품’이라면 ‘푸른것·푸른살림’이라 하면 어울립니다. ‘맑푸르다’ 같은 낱말을 새로 지을 수 있습니다. ‘맑은것·맑은살림’ 같은 이름을 쓸 수 있고, ‘맑은물·맑은바람’이나 ‘푸른물·푸른바람’ 같은 이름을 쓸 만해요. ‘파란하늘·파란바람’은 하늘빛을 가리키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섬찟 잘 안 되는구나 싶어 고단할 때가 있다면, 잘 되는구나 싶으나 고달픈 때가 있습니다. 한여름이라 더워서 힘들다고 할 만하다면, 한겨울이라 추우니 괴롭다고 할 만합니다. 아이들하고 한여름 뙤약볕을 받으며 걷다가 속삭입니다. “우리 마음이 얼음장처럼 차가우면 한여름이어도 춥단다. 우리 마음이 모든 열매를 무르익도록 북돋우는 해님을 품는 따사로운 빛이라면, 이 여름은 너무 더워 버거운 하루가 아닌, 알맞게 자라고 싱그럽게 바람이 찾아드는 길이야.” 누가 억누르기에 들볶이기도 하지만, 따로 짓누르거나 밟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가시밭길일 수 있습니다. 늘 마음에 따라 다른 하루라고 느껴요. 그놈들 등쌀에 애먹을까요? 저놈들 서슬에 소름이 돋나요? 이놈들 무쇠낯 탓에 섬찟하면서 벅찬 나날인가요? 못된 녀석을 굳이 봐주어야 하지는 않아요. 다만, 모질고 맵찬 녀석이 아닌, 우리랑 그들을 잇는 길에 드리우는 빛줄기를 보기를 바라요. 해는 누구한테나 비추어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어정쩡하다 말로 풀면 아름답습니다. 치고받는 주먹다짐이 아닌, 부드러이 이야기하면서 응어리를 풀기에 어깨동무하는 길을 열 만합니다. 그러나 말만 하면 고단해요. 입만 살아서 번드르르 지껄인다면 지쳐요. 우리 삶은 틀림없이 말 한 마디가 씨앗이 되어 자라납니다만, 입으로 읊기만 하는, 그러니까 마음이 없고 생각이 없으며 사랑이 없는 엉성한 말씨로는 삶을 낳지 않아요. 흙한테 안긴 씨앗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는지 가만히 지켜봐요. 아무리 바쁘더라도 틈을 내어 풀씨랑 꽃씨랑 나무씨를 살펴봐요. 설익은 씨앗은 싹트지 않아요. 어정쩡해서는 움틀 수 없어요. 어영부영한다면 피어나지 않습니다. 장난으로 하는 말은 삶하고 멀어요. 장난말은 놀림말로 흐르고, 놀림말은 이웃을 누릅니다. 혼자만 재미있다면 이웃은 재미없겠지요. 놀림길 아닌 놀이로 나아가야 비로소 말꽃이 되고 웃음글로 이으며 익살스러운 이야기로 피어요. 숱한 사람들이 잿빛터에 모여서 잿빛집에 웅크리는 오늘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안 사기 다 다른 풀은 다 다르게 자라서 다 다르게 꽃을 피웁니다. 한 갈래로 여기는 풀이라 해도 똑같은 날 똑같이 자라거나 올라오지는 않습니다. 같은 갈래인 풀이어도 꽃이 저마다 다르고 꽃내음도 모두 달라요. 모든 풀을 고루 헤아린다면 향긋풀 아닌 풀이 없는 줄 깨닫습니다. 무엇은 좋고 무엇은 나쁘다고 금을 긋기에 풀빛을 잊거나 놓쳐요. 들꽃을 들님으로 바라보는 눈이 있다면, 이웃을 우리 둘레에서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상냥하게 마주하겠지요. 길꽃 한 송이를 투박하면서 곱게 쳐다보지 않는 마음이라면, 등지거나 내치거나 쳐내는 몸짓이라면, 그만 수수한 우리 모습을 도리도리하거나 고개돌리기를 하고 말아요. 굳이 뭘 사야 하지 않습니다. 안 사기를 해도 즐거워요. 돈으로 사들이는 살림살이가 아닌, 씀씀이를 끊고서 스스로 짓는 살림살이로 나아간다면 아름답지요. 마음부터 달래기로 해요. 싫음도 시샘도 녹이면서 기쁨이며 보람을 찾기로 해요. 더위라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온눈 바라볼 수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뛰어난 남처럼 꿰뚫지 못한다고 여기는 마음이 자라면서 그만 흔히 알 만한 길을 못 보는구나 싶어요. 깨닫지 못할 사람은 없는데, 빼어난 남이 아닌 수수하거나 모자란 나는 안 된다고 지레 생각하면서 어느새 온눈도 속눈도 스스로 잃는구나 싶습니다. 갈고닦는 온눈길이 있고, 문득 알아차리는 속눈길이 있습니다. 타고나야 밝은눈이지 않습니다. 찬찬히 헤아리면서 하나하나 알아갑니다. 저 새를 볼까요? 이 풀벌레를 보면 어떤가요? 가만히 새바라기를 해요. 물끄러미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하루를 누려요. 멀리보기를 하려고 먼길만 살피다가는 곁을 쉽게 놓칩니다. 단단한 쇠붓으로 새겨야만 오래가지 않아요. 물감붓으로 부드러이 그려도 마음에 아로새길 만합니다. 아마 나무칼보다 쇠칼이 단단할는지 모르는데, 단단하기에 더 좋거나 낫거나 세지 않습니다. 그저 쓰임새가 다를 뿐입니다. 환하게 깨우치고 싶다면 마음부터 느긋하게 풀어놓으면 돼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숲노래 우리말 말 좀 생각합시다 28 책노래 처음 ‘북큐레이션’이라는 영어를 듣고는 어리둥절했습니다. 못 알아들었거든요. 한참 멍하니 있다가 생각을 가다듬었고, ‘북큐레이션’을 한다는 분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가를 지켜보았어요. ‘북큐레이터’라 하는 분은 이녁이 즐겁게 읽은 책을 이웃이 어떻게 즐거이 만나면 좋을까를 헤아리면서 짝맞춤을 하는군요. 사랑하는 이가 만나는 일을 두고 짝짓기라 한다면, 우리한테 맞을 만한 책을 만나도록 다리를 놓는 일은 짝맞춤, 곧 ‘책맞춤’이라 할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북큐레이션을 ‘책맞춤’이라 하기에는 살짝 아쉽구나 싶던데, 우리한테 맞는 책을 알려준다면 이 책을 ‘맞춤책’이라고는 쓸 만하다고도 느껴요. 더 헤아려 보기로 합니다. 흔히 ‘책얘기’를 하는 일이 북큐레이션하고 맞아떨어집니다. 책을 알려주는 일, 곧 ‘책알림’일 수 있더군요. 수수하게 ‘맞춤책·책알림·책얘기’ 같은 이름을 써도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