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8 푸른씨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다니던 1991년에 즐겨읽은 여러 가지 책을 펴낸 곳으로 ‘푸른나무’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낸 어느 책을 읽다가 ‘푸름이’란 낱말을 처음 만났어요. 깜짝 놀랐지요. ‘청소년’이란 이름이 영 거북하고 못마땅하다고 여기던 열일곱 살에 만난 ‘푸름이’는 즐겁게 품을 새말을 짚어 주는 반가운 길잡이였습니다. 그 뒤로 즐겁게 ‘푸름이’라는 낱말을 쓰는데, 적잖은 분은 제가 ‘청소년’이란 한자말을 손질해서 쓰는 줄 잘못 압니다. 요즈음도 이 낱말을 즐겨쓰지만 이따금 말끝을 바꾸어 ‘푸른씨’나 ‘푸른순이·푸른돌이’나 ‘푸른님’처럼 쓰기도 합니다. 어린이 곁에서 ‘어린씨·어린순이·어린돌이·어린님’이라고도 하고요. 꼭 한 가지 이름만 있을 까닭은 없다고 생각해요. ‘씨’는 ‘씨앗’을 줄인 낱말입니다. ‘푸른씨 = 푸른씨앗인 사람’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7 때 모든 책은 때가 되면 손길을 받습니다. 손길을 받는 책은 천천히 마음을 보여줍니다. 책이 되어 준 숲은 사람들 손길·손때·손빛을 받으며, 새롭게 살아가면서 노래하는 길을 느끼고는, 나무라는 몸으로 받아들인 숨빛을 들려줍니다. 오늘은 다 다른 어제가 차곡차곡 어우러져, 앞으로 나아가는 꿈길을 심는 씨앗이지요. 우리는 이 씨앗을 말이라는 소리에 가볍게, 그리는 삶을 사랑이라는 별빛으로 얹어, 서로서로 웃고 나누는 살림으로 지핍니다. 아이가 가을을 맞이하며 뛰놉니다. 어른이 봄을 바라보며 아이를 안습니다. 여름은 비바람으로 하늘을 씻습니다. 겨울은 눈꽃으로 온누리를 보듬습니다. 하루는 별길을 따라서 걸어갑니다. 이때에 무엇을 느끼고 싶습니까. 저때에 누구하고 살아가고 싶습니까. 그때에 어떤 꿈씨를 살포시 묻으면서 살림을 짓고 싶습니까. 스스로 즐겁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6 걷는이 저는 부릉이(자동차)를 거느리지 않아요. 부릉종이(운전면허)부터 안 땄습니다. 으레 걷고, 곧잘 자전거를 타고, 버스나 전철이 있으면 길삯을 들여서 즐겁게 탑니다. 걸어서 다니는 사람은 ‘걷는이’입니다. 걸으니 ‘걷는사람’입니다. 걸으며 삶을 누리고 마을을 돌아보는 사람은 ‘보행자’이지 않아요. 걷다가 건너니 ‘건널목’일 뿐, ‘횡단보도’이지 않습니다. 아이랑 걷든 혼자 걷든 서두를 마음이 없습니다. 시골에서든 서울에서든 거님길 귀퉁이나 틈새에서 돋는 풀꽃을 바라봅니다. 어디에서나 매캐한 부릉바람(배기가스) 탓에 고단할 테지만 푸르게 잎을 내놓는 나무를 살며시 쓰다듬습니다. 걷기 때문에 풀꽃나무하고 동무합니다. 걸으니까 구름빛을 읽습니다. 걸으면서 별빛을 어림하고, 걷는 사이에 아이들한테 노래를 들려주거나 함께 뛰거나 달리며 놀기도 합니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울산고을 우리말 땅이름 살펴보기 3. 한실거랑으로 흘러드는 물줄기와 그 물길이 지나는 마을들(2) 새김돌에서 물은 조금 더 흘러 아름다운 방구대(반구대)를 지나 다시 새녘으로 꺾이는데, 그 어름에서 또 한줄기 새 물을 만난다. 바로 고헌메 새마녘(남동쪽)으로 흘러내린 물이 고래섬, 갈밭, 새말, 괴말, 솔배기, 새터(모두 다개와 반곡에 딸린 마을) 같은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이 그대로 살아있는 마을을 지나 흘러온 물이다. 바로 이 두 물이 만나 흐르는 오른쪽 바위 벼랑에 고래그림, 고래잡는 그림, 범그림, 사람그림, 사슴그림,,, 온갖 그림이 새겨져 있다. 오랫동안 잊혀져 있다가, 아니 가까운 마을 사람이나 그 고장사람은 옛부터 알고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부터 쉰 해쯤 앞에야 이것을 알아내고 보니, 여태까지 알아낸 가장 오래된 그림이라고 한다. 하기는 조금 위쪽에 있는 새김돌(각석)이 더 오랜 것이고 (새김돌엔 아득한 옛날에 새긴 세모꼴, 동그라미 같이 그림이라고 하기 앞 것과 세나라 때에 새긴 것이 아울러 있음), 이 바위그림(암각화)이 그 다음 것이라고 한다. 이 바위그림이 있는 곳부터 한실로 들어가는데, 바위그림 바로 아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울산고을 우리말 땅이름 살펴보기 3. 한실거랑으로 흘러드는 물줄기와 그 물길이 지나는 마을들(1) 어릴 때 동네 어른들한테서 ‘밝메(백운메) 세가람오름(삼강봉)에 떨어지는 비는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때로는 쇠동골(소호) 쪽으로 떨어져 가라가람(낙동강)으로 가고 어떨 때는 안에(내와), 바데(외와) 쪽으로 떨어져 형산가람으로 가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탑골 쪽으로 떨어지면 테화가람으로 내리 흐른다’는 우스개소리같은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세 가람으로 갈라지는 꼭지점이 바로 세가람오름이다. 이 밝메에서 흘러내린 물이 탑골을 지나면 아름다운 가메들 골짜기를 굽이굽이 돌아 마넉골(미호)내를 이루어 마넉골 벌을 적시고 흘러가서 만나는 첫 마실이 버던(유촌)이다. 우리가 어릴 적 어머니한테 듣던 ‘버던 김서방네 잔치한단다’처럼 들었던 버던이란 아름다운 우리말은 사라지고 모두 유촌이라 일컫는다. 하기는 마넉골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미호라고 일본사람들이 와서 지었을 것 같은 한자말 이름을 쓴다. 아랫마넉골(하동)까지 새녘(동쪽)으로 흘러오던 물줄기가 마녘(남쪽)으로 조금씩 굽어지다가 버던에서부터는 마녘으로 오롯이 굽어 흐르면서 삼정골에 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5 빛 쟤가 주어야 하는 ‘빛’일 수 있지만, 쟤가 주기를 바라기만 하면 어느새 ‘빚’으로 바뀝니다. 내가 주어야 하는 ‘빛’이라고 하지만, 내가 주기만 하면 너는 어느덧 ‘빚’을 쌓습니다. 하염없이 내어주기에 빛인데, 마냥 받기만 할 적에는 어쩐지 ‘빚’이 돼요.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가없이 사랑빛을 받습니다. 아이가 받는 사랑은 빚이 아닌 빛입니다. 아이도 어버이한테 끝없이 사랑빛을 보내요. 어버이가 받는 사랑도 빚이 아닌 빛입니다. 오롯이 사랑이 흐르는 사이라면 빚이란 터럭만큼도 없습니다. 옹글게 사랑이 흐르기에 언제나 빛입니다. 사랑이 아닌 돈이 흐르기에 빚입니다. 사랑이란 티끌만큼도 없다 보니 그냥그냥 빚일 테지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건네는 돈은 ‘살림’이란 이름으로 스밉니다. “가엾게 여겨 내가 다 베푼다”고 하는 몸짓일 적에는 “받는 사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울산고을 우리말 땅이름 살펴보기 1. 울주군 두서면 보안골을 가운데 두고(1) 울주군 두서면은 처음 경주군 외남면에 딸렸는데, 1906해에 울산군 두서면이 되고 1914해에 다시 떼고 붙이고 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보안골은 옛날부터 사람들이 불러오던 이름인데, 왜놈종살이 뒤로 복안(伏安)이라고 쓰면서, 요즘은 보안이라 소리내는 이가 드물다. 오늘날 복안리라고 부르는 보안골 안에는 네 마을이 있는데, 볕바른 한가운데 있는 볕달(양지)마을이 가장 크고, 그 마녘(남쪽)으로 천마메 기슭에 자리잡은 응달(음지)마을이 있고, 응달마을 앞에 솟은 절터메(또는 성불암메라고도함)를 사이에 두고 응달마을에셔 보면 새녘에 있고, 볕달마을에서 보면 새마녘(동남쪽)에 자리잡은 새터마을이 있고, 이 세 마을보다 큰겨랑 윗쪽에 있는 안에(내와), 바데(외와) 마을 쪽으로 한참 올라가서 천마메 달갯골을 마주 보고 자리잡은 당수마을, 이렇게 네 마을을 통틀어 보안(흔히 보안사일래)이라 불렀다. 새터마을에서 마녘으로 당만디고개를 넘어가면 마넉굴(미호) 마을이 아미메(또는 헤미메) 기슭에 펼쳐지는데, 길다랗게 절터메와 삼봉메를 등지고 웃마넉골(상동), 가운데마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울산고을 우리말 땅이름 살펴보기 1. 울주군 두서면 보안골을 가운데 두고(2) 성불암메(=절터메)는 새터마을을 옆에서 품고 있어 마을에서는 가장 종요로운 메다. 옛날엔 아랫녘은 밤나무밭과 잔솔밭, 웃녘은 참나무가 많았고 오늘날엔 밭으로 일군 넓이도 꽤 되고 밤나무 잣나무 참나무 제피나무가 많이 자란다. 제피나무는 죄피나무라고도 하는데 어린 싹은 간장과 고추장에 조려 밑반찬으로 쓰고, 익어가는 열매껍질은 말려 가루를 내어 미꾸라지국에 넣어 먹고, 뿌리나 줄기 껍질은 말렸다 가루를 내어 물고기 잡는데 쓰는 값진 나무다. 그 밖에도 더덕, 취나물, 참나물, 부지깽이, 비비취 같은 맛있는 나물도 많이 자란다. 마을쪽 아랫녘에 작은 딷밭골짜기가 있고 마을에서 봐서 그 오른쪽 옆에 버무굴(범이 살았다는 굴)이 있고 그 아랫녘이 못골이다. 아주 작은 못이 골짜기 끄트머리에 있어 붙은 이름이다. 갓재이, 또는 갓쟁이 골짜기는 새터마을에서 보면 가장자리에 있는 골짜기다. 끝에 있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그런데 ‘옛날에 갓 만드는 이가 살았다’는 둥 없던 얘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갓재이라는 말뜻을 몰라서 생기는 일이다. 앞봇갓은 새터마을 바로…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울산고을 우리말 땅이름 살펴보기 2. 보안 새터에서 못앞(천전) 가는 길 어머니가 나서 자란 곳은 한실 마을이고 열일곱살 때 못앞(한실에서 한실내를 거슬러 시오리쯤 떨어진 마을)으로 옮겨와 살다가 열아홉에 가마 타고 보안 새터로 시집오셨으니, 엄마집(외가) 가는 길은 새터마을에서 못앞마을까지 걸어가는 길이었다. 누구나 다 그랬겠지만, 옛날엔 따로 나들이(여행)가 없고 동네 속에서 뱅뱅거리며 지내다 엄마집(외가) 가는 나들이는 언제나 꿈길이다. 어쩌다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걸음을 줄일 때도 있었지만, 어머니 따라 온 길을 걸어가기가 일쑤였다. 집을 나서면 먼저 당만디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오르막길 얼추 가운데쯤에 가웃방구(반방구)가 있고, 거기쯤 지날 때 엄마가 “반방구네!” 하시면 고개까지 가웃 넘게 왔으니 힘내라는 말로 들렸다. 당만디 고갯길은 꽤 가파른 길이어서 아이들에겐 오르기가 제법 힘들었다. 가웃방구를 지나 한참 더 올라가면 가파르던 길이 좀 눅어지면서 덜 가파른 길로 바뀌어 당만디 고개까지 이어져 한결 쉽게 갈 수 있고 그 어름에 있는 중산골을 지나면 진풀밭이 나오고 그러면 곧 당만디 고개에 이른다. 당만디 고개는 네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100 메지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메지'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일의 한 가지가 끝나는 단락'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메지가 나다. 메지를 내다 메지를 짓다. 영두는 한 가지 걸리던 일이 단박에 그렇게 메지가 나자 홀가분한 기분으로 좌우를 둘러보았고...(이문구, 산너머남촌)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일이 마무리되는 한 단락'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지만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에 다 나오는 '단락'을 비슷한 뜻인 '마디'라고 해도 되겠다 싶어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메지: 일의 한 가지가 끝나거나 마무리되는 마디(단락). 이 말은 제 생각에 '하던 일을 끝내다'는 뜻이 있는 '맺다'의 '맺'에 이름씨를 만드는 뒷가지 '이'를 더한 '맺이'가 소리이음으로 '매지'가 되었다가 본디꼴이 흐려져 '메지'가 되었지 싶습니다. 그렇게 보면 뜻도 이어지고 뒤에 이어서 나오는 '나다', '내다', '짓다'와도 잘 이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낱말의 본디꼴을 알거나 밝힐 수 있는 것은 밝혀 적는 것이 말밑(어원)을 아는 데도 도움이 되고 새로운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