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전쟁 주먹을 흔드니 사납고 꽃씨 한 톨 쥐니 상냥해 발길질 해대니 거칠고 맨발로 풀밭 거닐어 기뻐 총칼은 그저 죽임길이야 무엇도 안 살리고 스스로 캄캄히 가두어 무엇이든 태우고 밟아 숲짐승은 낫도 호미도 없이 들숲을 푸르게 돌봐 헤엄이는 배도 나루도 없이 바다를 파랗게 감싸 싸우고 다투고 겨루면 빼앗고 가로채고 거머쥐겠지 사람하고 살림하고 살아가면 나누고 노래하고 다사로워 ㅅㄴㄹ 주먹으로 치고박는 싸움도 서로 다치고 아프고 괴롭습니다. 누가 앞서느냐 하는 다툼질도 서로 다치거나 아프거나 괴롭기 일쑤입니다. 누가 뛰어나느냐 하는 겨루기도 서로 다치거나 아프거나 괴롭지요. 모든 ‘싸움·다툼·겨룸’은 살림하고 등진 채 죽음으로 치닫습니다. ‘전쟁(戰爭)’은 “1. 국가와 국가, 또는 교전(交戰) 단체 사이에 무력을 사용하여 싸움 2. 극심한 경쟁이나 혼란 또는 어떤 문제에 대한 아주 적극적인 대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가리킨다지요. ‘싸움’을 한자말로 옮겨 ‘전쟁’인데, 우리 삶터 곳곳에 이 말씨가 스미거나 퍼졌습니다. 그만큼 우리 하루가 어울림·어깨동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국가 톨스토이는 외쳤어 “국가는 폭력이다!” 나는 속삭여 본다 “숲을 잊으니 사슬이야.” 내가 나답게 날면서 네가 너로서 노래하는 아름누리 별누리 꽃누리 그려 본다 벼슬도 감투도 없이 위아래 왼오른 치워 어진 어른이 일하고 철드는 아이가 노는 “숲으로 사랑하니 사람이야.” 한마디 도란도란 나눈다 오늘 하루를 푸른들로 모든 나날을 파란하늘로 ㅅㄴㄹ ‘국가(國家)’는 “일정한 영토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주권(主權)에 의한 하나의 통치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회 집단. 국민·영토·주권의 삼요소를 필요로 한다 ≒ 나라·방가·방국”처럼 풀이를 하는데, 우리말로는 ‘나라’입니다. 사람들은 예부터 ‘나라·나라님’이라 했고, ‘나라님·임금’처럼 윗자리에 서서 아랫자리에 눌린 수수한 사람들을 옥죄는 벼슬아치를 ‘나리’라 일컫곤 했습니다. 이른바 우두머리가 서면서 힘을 부리는 이가 틀(계급)을 세울 적에 ‘나라(국가)’라 합니다. 사람들은 높낮이(신분·계급·지위)가 없을 적에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이좋게 마을을 이룹니다만, ‘꽃누리·꽃나라·꽃판·꽃밭’처럼 섞어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푸새 땅에 뿌리를 내리면서 자라는 남새는 햇볕뿐 아니라 햇빛도 별빛도 받으면서 싱그럽습니다. 사람이 심고 돌보아 거두는 푸새는 사람한테 이바지할 뿐 아니라 새나 애벌레나 풀짐승한테도 이바지합니다. 사람한테만 베푸는 해바람비가 아니에요. 사람 혼자 열매를 다 누리려고 하면 아무래도 얕아요. 이 별에서 함께하는 이웃입니다. 애벌레가 잎을 조금 갉기에 어느새 나비로 깨어나 꽃가루받이를 합니다. 작은 손길을 들여다봐요. 새는 사람한테서 조금 얻어먹기에 곳곳에 나무를 심어 놓습니다. 삶을 이루는 밑동은 얽혀요. 풀벌레는 사람 곁에서도 숲에서도 싱그럽고, 사람은 풀벌레랑 어우러지면서도 스스로도 씩씩합니다. 심는 푸성귀로 푸르게 일렁이는 들살림에는, 따로 심지 않아도 가만히 들어오는 들풀이 같이합니다. 쓸모없는 풀이란 없습니다.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른 몫으로 땅을 사랑하는 풀입니다. 온갖 풀이 돋는 자국을 찾아보면, 풀마다 어떤 몫을 하려고 자라는가를 알 만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뜰님 따사로이 쓰다듬는 손길이 아니라면 아이를 보살피지 못 합니다. 부드러이 감싸는 손이 아니라면 풀꽃을 가꾸지 못 합니다. 모름지기 어버이는 포근손으로 아이를 토닥여 사랑으로 보듬습니다. 들숲바다에서 어진 어른은 푸른손으로 풀꽃나무를 다독여 반짝반짝 품어요. 사랑손이기에 풀빛손일 수 있습니다. 꽃손이기에 꽃밭지기 노릇을 합니다. 집에서는 살림님으로서 즐겁게, 밭에서는 밭님으로서 알차게, 뜰에서는 뜰님으로서 푸르게 하루를 짓습니다. 우리는 푸른손가락으로 마주하면서 서로 반갑고 싱그럽습니다. 시골에서도 서울에서도 풀꽃지기로 만날 만해요. 둘레를 봐요. 잿빛으로 높다랗게 집채를 쌓아야 살 만하지 않아요. 사람도 새도 벌레도 짐승도 숲내음을 마시기에 튼튼하게 건사하는 몸입니다. 부릉부릉 매캐하다면 콜록콜록 기침이 안 멎어요. 굴뚝에서 불뚝불뚝 시커먼 김만 솟는다면 자꾸자꾸 재채기를 합니다. 거닐 자리를 되찾으면 들꽃이 피어나면서 풀내음이 퍼지는 빈터가 늘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열여섯 우리가 쓰기에 우리글입니다. 그저 그렇습니다. 무슨 대단한 뜻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오순도순 마음을 나누면서 쓸 밝은글이라서 우리글입니다. 지난날 옆나라가 우리를 이웃으로 바라보지 않은 나머지 총칼을 앞세워 마구잡이로 짓밟으려 한 적이 있어요. 그때까지 우리는 아침글이라 할 우리 글빛을 스스로 밝게 느끼지 않았어요. 푸른글에 서린 풀빛을 안 보았어요. 그저 중국을 섬기면서 중국글을 우러러야 글답다고 추켜세웠습니다. 이러다가 모든 사람이 마음빛을 스스로 밝히는 실마리는 어렵거나 딱딱하게 힘·이름·돈을 내세우는 중국글이나 일본글이 아닌, 숲에서 깨어난 삶말인 줄 알아차린 어른이 있어 비로소 한글이란 이름이 태어납니다. 꽃봉오리 같은 배달글입니다. 풀빛꽃이라 할 한겨레글이에요. 글살림은 삽질로 때려지을 수 없습니다. 하루아침에 높다랗게 올릴 잿빛집 같은 글이라면 사납고 아찔합니다. 갓난이를 품에 안고 사랑노래를 들려주는 어버이 눈빛을 담은 글줄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4 몽돌 바닷가에 옵니다. 드넓은 모래밭을 걷습니다. 그물막 뒤켠으로 모래가 쌓여 작게 덩이를 이룹니다. 썰물로 바닥이 드러나자 몽돌 하나도 드러납니다. 밀물이 밀려오자 몽돌이 모서리만 남습니다. 하염없이 바닷물과 몽돌을 바라보는데, 이 몽돌이 꼭 사람처럼 달리다가 멈추다가 하는 듯합니다. 어릴 적 살던 멧골에는 돌이 참 많았습니다. 바위가 얇은 켜는 살짝 밟으면 부서지기도 했습니다. 돌이 푸스스 떨어지고 떼굴떼굴 굴러가요. 어느 날은 돌을 잘못 밟아 자빠졌어요. 오늘 바닷가에서 보는 납작한 몽돌은 닳고 닳아 둥글둥글 구릅니다. 몽돌은 물결을 타면서 놀이를 하듯 일어났어요. 물살에 휩쓸리다가 바람을 잡아당기며 웃어요. 뾰족하면 ‘모서리’인데, 물과 바람에 모를 깎으면 ‘몽톡’하다고 해요. 모가 나면 뾰족하지만, 세모나 네모는 든든히 서요. 모를 지우면 신나게 구르며 놀고 노래해요. 2024. 2. 7.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84 책을 보듯이 《천재 유교수의 생활 4》 야마시타 카즈미 신현숙 옮김 학산문화사 1997.2.25. 《천재 유교수의 생활 4》은 아줌마와 학생과 애인과 노인과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길을 다룬다. 유교수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사람을 만나면서 생각을 얻는다. 달려가는 학생을 앞지르면서 ‘앞의 풍경’을 보는 기쁨을 얻고, ‘뜨거워진 손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앞에 펼쳐진 모습을 만나는 책읽기’를 하자고 다짐을 한다. 나이든 분을 만나 말동무가 되어 주면서 ‘오늘 이곳에서 배우고 즐기’는 하루를 살자고 여긴다. 가게에 가서 품을 들여 무를 고르면 곧잘 다른 아줌마가 끼어들어 낚아채곤 한다. 모든 아줌마가 이러지는 않을 텐데, 이렇게 밀치는 아줌마가 하는 짓을 보면, 이분은 둘레도 안 쳐다보지만 그분 마음속부터 안 들여다본다고 느낀다. 그런데 값싸게 뭘 사더라도 다른 데에서 흥청망청 쓴다면, 무 한 뿌리를 싸게 산들 무슨 이바지를 할까. 큰가게에 가 보면 줄을 길게 서서 더 싸게 사려는 사람들이 물결친다. 나는 이런 긴줄을 보면 돌아나온다. 왜 줄까지 서면서 더 싸게 사야 하는지 모르겠다. 기다리는 품이 아깝고, 기다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83 서로 들려주는 말 《나무의 말이 들리나요?》 페터 볼레벤 장혜경 옮김 논장 2020.6.15. 《나무의 말이 들리나요?》는 숲이 집인 나무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흐른다. 숲에 몸을 숨기며 먹고사는 짐승과 벌레 이야기가 나온다. 나무가 뿌리내린 바닥에서 버섯이 하는 일을 다루고, 나무에 깃드는 새 이야기를 두루 다룬다. 짐승과 새도 말을 하고 짝을 찾는다. 사람들은 새가 하는 말을 울음으로 여긴다. 나무는 나뭇잎으로 냄새를 퍼뜨리고, 나무냄새는 바람을 타고서 먼 이웃나무한테 스민다. 땅밑에서는 뿌리끼리 서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뭇잎이나 나무뿌리가 주고받는 말을 알아듣지 못 하기 일쑤이다. 도시에 집이 잔뜩 들어서고 찻길을 닦느라, 숲이 야금야금 잘리고 사라진다. 숲에 사는 나무를 도시 한쪽에 옮겨심고서 공원을 꾸민다. 찻길을 따라서 한 그루씩 드문드문 심은 나무는 외로워 보인다. 잿빛이 가득한 높다른 마을에는 나무를 조금 심어서, 사람도 쉬고 새도 깃든다. 겨울이 떠나고 봄이 찾아오는 3월에, 나라 곳곳에 꽃구경 이야기가 올라온다. 오늘 수목원에 가 보았다. 잎을 떨군 가지에 갓 새싹이 눈을 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숲 다듬읽기 20 《키워드 기후위기 이야기》 이상수 철수와영희 2023.6.28. 《키워드 기후위기 이야기》(이상수, 철수와영희, 2023)를 읽었습니다. “climate crisis”는 ‘기후위기’가 아닌, 우리말 ‘벼락날씨·날벼락·이아치다’로 옮겨야 어울립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다가 벼락이 내리치기도 하는데, 벼락이나 비나 바람은 나쁠 일이 없어요. 겨울이 지나고 봄이며 여름이 오듯, 더위가 가시면 산들바람에 눈보라가 찾아들어요. 푸른별이 일그러지면서 날씨가 뒤틀린다면, 왜 그러한가를 읽어야겠지요. 흔히 ‘기후위기·온실가스·환경운동·녹색성장’을 나란히 놓는데, 푸른별은 모든 살림이 넉넉합니다. 먼저 살필 대목은 ‘넉넉살림’을 누가 함부로 팽개치느냐입니다. 수수한 사람들이 쓰는 빛(전기)이랑, 수수한 사람이 먹거나 쓰는 살림은 대단히 적어요. ‘과학기술을 앞세운 군대·의학에 정부’가 푸른별을 갉습니다. 총칼(전쟁무기)에 들이부은 눈먼돈을 제대로 다잡고, 서울바라기로 치닫는 ‘수렁(물질문명 + 입시지옥)’을 함께 풀면 벼락날씨는 없어요. ㅅㄴㄹ 비행기는 기온이 높아질수록 날아오르는 힘이 약해져요 → 날개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숲 다듬읽기 19 《오십에 하는 나 공부》 남혜경 샨티 2023.6.22. 《오십에 하는 나 공부》(남혜경, 샨티, 2023)를 읽고서 생각합니다. 쉰 살은 나이가 많지도 적지도 않습니다. 쉰은 ‘쉴’ 줄 아는 나이요, ‘쉼(쉬다)’이란 몸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하늘빛을 읽는 철입니다. 책이름부터 어깨에서 힘을 빼고 “쉰에 나를 배우기”나 “쉰에 나를 보다”나 “나를 배우는 쉰 살”이나 “나를 읽는 쉰 살”처럼 수수하게 읽을 줄 안다면, ‘쉰’이 ‘숲’으로 ‘수수하게’ 나아가는 길목인 줄 알아차리겠지요. 여태껏 수수하게 쓰던 모든 말을 처음부터 새롭게 바라본다면 누구나 이 ‘쉬운 말’로 모든 삶·살림·사랑을 환하게 깨닫습니다. 늘 쓰는 수수하거나 쉬운 말을 스스로 안 바라본다면, 깨닫지도 깨우치지도 못 하는 채 쳇바퀴를 돌아요. 마음이란, 머리에서 띄운 생각을 몸을 일으켜서 일을 할 적에 삶을 겪으면서 여러 이야기를 말로 새기는 자리입니다. ‘마음·머리·몸’이 얽힌 수수께끼를 알려면 ‘말’부터 똑바로 보고 다루면 됩니다. ㅅㄴㄹ 내 옆에서 자는 거지? → 내 옆에서 자지? 8쪽 나란 존재는 대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