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요컨대 타인에 대한 증오
요컨대(要-) : 1. 중요한 점을 말하자면 2. 여러 말 할 것 없이
타인(他人) : 다른 사람
대하다(對-) : 1. 마주 향하여 있다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3.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4. 작품 따위를 직접 읽거나 감상하다
증오(憎惡) : 아주 사무치게 미워함. 또는 그런 마음
‘말하자면’을 외마디 한자말로 ‘요컨대’로 쓰기도 하지만, “다시 말해”나 ‘그래서·그러니까’나 ‘뭐’나 ‘따라서·모름지기·무릇’처럼 다 다른 자리에 다 다른 뜻과 넋으로 쓸 적에 어울립니다. “타인에 대한 증오로”는 옮김말씨에 일본말씨입니다. 우리말씨로는 “남을 미워하기”나 “이웃을 미워하기”입니다. ㅅㄴㄹ
요컨대 타인에 대한 증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 이른바 남을 미워하기 때문입니다
→ 이웃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잇기 때문입니다
《고종석의 유럽통신》(고종석, 문학동네, 1995) 27쪽
ㄴ. 그 -의 사실 그 포개지며 그것 확산
사실(事實) : 1.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 2.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일을 솔직하게 말할 때 쓰는 말 3. 자신의 말이 옳다고 강조할 때 쓰는 말
번(番) : 1. 일의 차례를 나타내는 말 2. 일의 횟수를 세는 단위 3. 어떤 범주에 속한 사람이나 사물의 차례를 나타내는 단위
확산(擴散) : 1. 흩어져 널리 퍼짐 2. [물리] 서로 농도가 다른 물질이 혼합할 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같은 농도가 되는 현상 = 퍼짐
이 짧은 보기글에 ‘그’가 잇달아 나오고 ‘그것’까지 나옵니다. 옮김말씨예요. 세 군데 모두 털어냅니다. “그 하찮은 생각의 둘째는”은 “하찮은 둘째 생각”으로 손봅니다. “사실 그 첫번째 생각과 포개지며”는 “뭐 첫째 생각과 포개어”로 손보는데, 첫자락에는 ‘둘째’라고만 적더니 곧장 ‘첫번째’처럼 ‘번(番)’을 군더더기로 넣었어요. “그것을 더 확산하는 생각입니다만”은 “넓힙니다만”이라고만 적으면 되어요. 이 글월을 보면 ‘생각’이란 낱말도 잇달아 쓰는데, 한 군데는 덜어낼 만합니다. ㅅㄴㄹ
그 하찮은 생각의 둘째는, 사실 그 첫번째 생각과 포개지며 그것을 더 확산하는 생각입니다만
→ 하찮은 둘째 생각은, 뭐 첫째 생각과 포개어 넓힙니다만
《고종석의 유럽통신》(고종석, 문학동네, 1995) 26쪽
ㄷ. 속독 교실에서의 내 존재 당연 불청객
속독(速讀) : 책 따위를 빠른 속도로 읽음
교실(敎室) : 1.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서 학습 활동이 이루어지는 방 2. 대학의 연구실. 또는 교수가 소속되어 있는 방 3. 주로 대학에서 일정한 분야를 연구하는 모임 4. 어떤 것을 배우는 모임
존재(存在) : 1. 현실에 실제로 있음 2. 다른 사람의 주목을 끌 만한 두드러진 품위나 처지 3. [철학]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외계(外界)에 객관적으로 실재함 ≒ 자인 4. [철학] 형이상학적 의미로, 현상 변화의 기반이 되는 근원적인 실재 5. [철학]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객관적인 물질의 세계. 실재보다 추상적이고 넓은 개념이다
당연하다(當然-) :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볼 때 마땅히 그러함
불청객(不請客) : 오라고 청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찾아온 손님 ≒ 불속지객
‘나’라 하면 될 자리에 “내 존재”처럼 쓰는 분이 곧잘 있습니다. 힘줌말로 쓰고 싶다면 “나란 사람”이나 “나란 아이”라 할 만합니다. 빠르게 읽으니 ‘빨리읽기·빠른읽기’일 테지요. 반기지 않는데 오면 불쑥 찾아온 셈이고, 난데없다고 여길 만하고, 껄끄럽다고 볼 만해요. 어디에서 어떤 나로 있으면 무엇을 읽는지 가만히 헤아립니다. ㅅㄴㄹ
속독 교실에서의 내 존재는 당연히 불청객에 가까웠다
→ 나는 빠른읽기 모둠에서 불쑥손님이었다
→ 빨리읽기 모둠에서는 나를 껄끄러이 여겼다
《읽는 생활》(임진아, 위즈덤하우스, 2022) 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