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태산준령 일행들의 얼굴 -게 되었지만
태산준령(泰山峻嶺) : 큰 산과 험한 고개
번(番) : 1. 일의 차례를 나타내는 말 2. 일의 횟수를 세는 단위 3. 어떤 범주에 속한 사람이나 사물의 차례를 나타내는 단위
일행(一行) : 1. 함께 길을 가는 사람들의 무리 2. 함께 길을 가는 사람
높다란 멧자락을 넘습니다. 함께 길을 가는 사람들은 햇볕에 그을립니다. 그을린 빛깔은 검습니다. 높은 멧길이라면 ‘높메’처럼 새말을 여밀 만하고, ‘고개·고갯길’이나 ‘재·잿길’처럼 수수하게 나타낼 수 있어요. 보기글은 “그을리고 검게 되었지만”이라 적는데, 겹말입니다. ‘-게 되다’는 옮김말씨이니 털어내고, “얼굴은 그을렸지만”으로 다듬습니다. ㅅㄴㄹ
태산준령을 그 몇 번이나 넘어오기에 일행들의 얼굴은 그을리고 검게 되었지만
→ 고갯길을 몇 판이나 넘어오기에 다들 얼굴은 그을렸지만
→ 높메를 숱하게 넘어오기에 모두 얼굴은 그을렸지만
《제시의 일기》(양우조·최선화, 우리나비, 2019) 78쪽
ㄴ. 그럼에도 탐조 -게 되 선사 것 자신
탐조(探鳥) : 조류(鳥類)의 생태, 서식지 따위를 관찰하고 탐색함
선사(膳賜) : 존경, 친근, 애정의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남에게 선물을 줌
자신(自信) :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거나 어떤 일이 꼭 그렇게 되리라는 데 대하여 스스로 굳게 믿음
‘그럼에도’라 끊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하고 매한가지로 얄궂습니다. 우리말씨로는 ‘그러나·그렇지만’입니다. 새를 보지 않으니 새가 베푸는 기쁜 빛을 못 누린다고 여길 만해요. 새바라기를 하면서 새노래를 듣고 새빛을 볼 뿐 아니라, 하늘하고 땅을 잇는 새길을 읽어요. 새보기를 하는 사이에 숲하고 사람이 어우러지며 빛나는 하루를 누립니다. 기쁘게 흠뻑 젖어들어 봐요. ㅅㄴㄹ
그럼에도 나는 사람들이 탐조를 하게 된다면 새가 선사하는 기쁨에 흠뻑 빠질 것이라 자신한다
→ 그러나 사람들이 새를 본다면 언제나 기쁘리라 생각한다
→ 그렇지만 사람들이 새바라기를 하면 늘 기쁘리라 본다
《도시를 바꾸는 새》(티모시 비틀리/김숲 옮김, 원더박스, 2022) 26쪽
ㄷ. 농경 사회 생산력 -의 목적 소외 여유
농경(農耕) : 논밭을 갈아 농사를 지음
사회(社會) : 1. 같은 무리끼리 모여 이루는 집단 2. 학생이나 군인, 죄수 들이 자기가 속한 영역 이외의 영역을 이르는 말 3. [사회 일반]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 집단 4. [역] 촌민(村民)이 입춘이나 입추가 지난 뒤에 다섯째 무일(戊日)인 사일(社日)에 모이던 모임
생산(生産) : 1.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각종 물건을 만들어 냄 2. 아이나 새끼를 낳는 일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목적(目的) : 1. 실현하려고 하는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
소외(疏外) : 어떤 무리에서 기피하여 따돌리거나 멀리함
여유(餘裕) : 1. 물질적·공간적·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 2.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
땅을 짓고 논밭을 가꾸는 곳은 푸른고을이요, ‘시골’입니다. 시골에서 손수 지어서 거두고 누릴 적에는 많이 안 먹어도 넉넉합니다. 알맞게 지어서 즐겁게 누려요. 바깥에서 보면 적게 버는 듯한데, 돈벌이가 아닌 살림짓기인 터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습니다. 돈만 바라볼 적에는 얼핏 많이 버는 듯 보여도, 막상 갇히거나 쳇바퀴에서 헤매기 일쑤입니다. 느긋하기에 나긋하고, 따돌리기에 스스로 고단하지요. ㅅㄴㄹ
농경 사회에서는 비록 생산력은 낮았지만 생산의 목적이 소외된 돈벌이가 아니라, 여유롭게 누리는 것이었어요
→ 푸른고을은 적게 벌지만 돈벌이만 챙기지 않고 넉넉히 누렸지요
→ 시골살이는 적게 벌더라도 돈벌이만 안 따지고 느긋이 누렸지요
《10대와 통하는 노동인권 이야기》(차남호, 철수와영희, 2013) 1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