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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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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태산준령 일행들의 얼굴 -게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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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준령(泰山峻嶺) : 큰 산과 험한 고개

번(番) : 1. 일의 차례를 나타내는 말 2. 일의 횟수를 세는 단위 3. 어떤 범주에 속한 사람이나 사물의 차례를 나타내는 단위

일행(一行) : 1. 함께 길을 가는 사람들의 무리 2. 함께 길을 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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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다란 멧자락을 넘습니다. 함께 길을 가는 사람들은 햇볕에 그을립니다. 그을린 빛깔은 검습니다. 높은 멧길이라면 ‘높메’처럼 새말을 여밀 만하고, ‘고개·고갯길’이나 ‘재·잿길’처럼 수수하게 나타낼 수 있어요. 보기글은 “그을리고 검게 되었지만”이라 적는데, 겹말입니다. ‘-게 되다’는 옮김말씨이니 털어내고, “얼굴은 그을렸지만”으로 다듬습니다. ㅅㄴㄹ

태산준령을 그 몇 번이나 넘어오기에 일행들의 얼굴은 그을리고 검게 되었지만

→ 고갯길을 몇 판이나 넘어오기에 다들 얼굴은 그을렸지만

→ 높메를 숱하게 넘어오기에 모두 얼굴은 그을렸지만

《제시의 일기》(양우조·최선화, 우리나비, 2019) 78쪽

 

 

ㄴ. 그럼에도 탐조 -게 되 선사 것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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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探鳥) : 조류(鳥類)의 생태, 서식지 따위를 관찰하고 탐색함

선사(膳賜) : 존경, 친근, 애정의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남에게 선물을 줌

자신(自信) :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거나 어떤 일이 꼭 그렇게 되리라는 데 대하여 스스로 굳게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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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라 끊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하고 매한가지로 얄궂습니다. 우리말씨로는 ‘그러나·그렇지만’입니다. 새를 보지 않으니 새가 베푸는 기쁜 빛을 못 누린다고 여길 만해요. 새바라기를 하면서 새노래를 듣고 새빛을 볼 뿐 아니라, 하늘하고 땅을 잇는 새길을 읽어요. 새보기를 하는 사이에 숲하고 사람이 어우러지며 빛나는 하루를 누립니다. 기쁘게 흠뻑 젖어들어 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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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는 사람들이 탐조를 하게 된다면 새가 선사하는 기쁨에 흠뻑 빠질 것이라 자신한다

→ 그러나 사람들이 새를 본다면 언제나 기쁘리라 생각한다

→ 그렇지만 사람들이 새바라기를 하면 늘 기쁘리라 본다

《도시를 바꾸는 새》(티모시 비틀리/김숲 옮김, 원더박스, 2022) 26쪽

 

 

ㄷ. 농경 사회 생산력 -의 목적 소외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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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農耕) : 논밭을 갈아 농사를 지음

사회(社會) : 1. 같은 무리끼리 모여 이루는 집단 2. 학생이나 군인, 죄수 들이 자기가 속한 영역 이외의 영역을 이르는 말 3. [사회 일반]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 집단 4. [역] 촌민(村民)이 입춘이나 입추가 지난 뒤에 다섯째 무일(戊日)인 사일(社日)에 모이던 모임

생산(生産) : 1.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각종 물건을 만들어 냄 2. 아이나 새끼를 낳는 일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목적(目的) : 1. 실현하려고 하는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

소외(疏外) : 어떤 무리에서 기피하여 따돌리거나 멀리함

여유(餘裕) : 1. 물질적·공간적·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 2.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

​땅을 짓고 논밭을 가꾸는 곳은 푸른고을이요, ‘시골’입니다. 시골에서 손수 지어서 거두고 누릴 적에는 많이 안 먹어도 넉넉합니다. 알맞게 지어서 즐겁게 누려요. 바깥에서 보면 적게 버는 듯한데, 돈벌이가 아닌 살림짓기인 터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습니다. 돈만 바라볼 적에는 얼핏 많이 버는 듯 보여도, 막상 갇히거나 쳇바퀴에서 헤매기 일쑤입니다. 느긋하기에 나긋하고, 따돌리기에 스스로 고단하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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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 사회에서는 비록 생산력은 낮았지만 생산의 목적이 소외된 돈벌이가 아니라, 여유롭게 누리는 것이었어요

→ 푸른고을은 적게 벌지만 돈벌이만 챙기지 않고 넉넉히 누렸지요

→ 시골살이는 적게 벌더라도 돈벌이만 안 따지고 느긋이 누렸지요

《10대와 통하는 노동인권 이야기》(차남호, 철수와영희, 2013) 1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