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 여독에 지치다
여독에 지쳐버린
→ 지쳐버린
→ 느른한
→ 나른한
→ 고단한
여독(旅毒) : 여행으로 말미암아 생긴 피로나 병
피로(疲勞) :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또는 그런 상태
지치다 : 1. 힘든 일을 하거나 어떤 일에 시달려서 기운이 빠지다 2.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하여서, 원하던 결과나 만족, 의의 따위를 얻지 못하여 더 이상 그 상태를 지속하고 싶지 아니한 상태가 되다
한자말 ‘여독’은 “여행으로 생긴 피로”를 뜻한다 하고, ‘피로’는 “지쳐 힘듦”을 뜻한다고 하는군요. “여독에 지쳐버린”은 겹말입니다. 그런데 낱말책 뜻풀이 “지쳐 힘듦”도 겹말풀이에요. 이 보기글은 “지쳐버린”으로 고쳐쓸 노릇이고, ‘느른한·나른한’이나 ‘고단한·고달픈’으로 고쳐쓸 만합니다. ㅅㄴㄹ
여독에 지쳐버린 여행자들의 안식처로 제격인
→ 지쳐버린 나그네가 쉴 만한
→ 느른한 길손이 머물기 좋은
《한국의 아름다운 마을》(이영관, 상상출판, 2011) 85쪽
ㄴ. 겹말 손질 : 남긴 여독
남긴 여독 중의 가장 큰 것의 하나니까
→ 남긴 고름 가운데 커다란 하나니까
→ 남긴 멍울 가운데 커다란 하나니까
여독(餘毒) : 1. 채 풀리지 않고 남아 있는 독기 ≒ 후독 2. 뒤에까지 남아 있는 해로운 요소 ≒ 여열·후독
남긴 사나운 기운을 가리키는 ‘여독’이라면, “남긴 여독”은 겹말입니다. “가장 큰 것의 하나”는 옮김말씨예요. 우리말 ‘가장’은 오직 하나를 가리킬 적에만 씁니다. 이 보기글은 “아주 커다란 하나”나 “커다란 하나”로 고쳐씁니다. 그런데 보기글을 가만히 보면, 일본이 총칼로 억누른 탓에 글을 모르는 이가 많았다는 줄거리예요. 이 줄거리하고 흐름을 살피면서 “일본이 총칼로 짓밟은 멍울로”로 더 손질할 수 있고, “총칼로 억눌렀기 때문에”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조선에 문맹자 많은 것은 일제통치가 남긴 여독 중의 가장 큰 것의 하나니까
→ 조선은 일본이 총칼로 억눌렀기 때문에 글못보기가 아주 많으니까
→ 조선은 일본이 총칼로 짓밟은 멍울로 글모르는 이가 무척 많으니까
《월북작가에 대한 재인식》(채훈·이미림·이명희·이선옥·이은자, 깊은샘, 1995) 138쪽
ㄷ. 겹말 손질 : 같은 동족
같은 동족의 피를 빨아먹는
→ 같은 겨레 피를 빨아먹는
→ 한겨레 피를 빨아먹는
동족(同族) : 1. 같은 겨레 2. 한 조상에서 내려온 성과 본이 같은 일가(一家) = 동종
부려먹는 이들은 일삯을 밀리거나 떼먹기도 합니다. 일을 시키면서 품삯을 자꾸 미루는 이는 피를 빨아먹는 몹쓸놈으로 여길 만합니다. 처음 태어날 적부터 못되거나 나쁜 마음이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해요. 스스로 사납게 갉아먹다 보니 어느새 착한 숨결을 잃었을 테지요. 같은 겨레여도 피를 빨아먹어요. 한겨레인데 한마음이나 한사랑하고 등지고 말아요. ㅅㄴㄹ
노동력을 착취하고 임금도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같은 동족의 피를 빨아먹는 악덕 업주들도 있고
→ 부려먹고도 일삯을 으레 떼먹는, 같은 겨레 피를 빨아먹는 못된놈도 있고
→ 일을 시키고 돈을 자꾸 미루는, 한겨레 피를 빨아먹는 나쁜놈도 있고
《페달을 밟으면 떠나고 싶다》(이재호, 깊은사랑, 1993) 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