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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말 77 깨비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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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77 깨비잔치

우리가 누리는 잔치는 예부터 시골에서 마을을 이루면서 오순도순 지내는 사이에 하나둘 마련했습니다. 설이나 한가위를 비롯해 다달이 여러 잔치가 있고, 철눈(절기)마다 철빛을 헤아리면서 마음결이나 몸짓을 가다듬었어요. 시나브로 시골사람이 줄고 시골마을이 사라지기까지 하면서 ‘잔치’를 마련하거나 나누는 뜻이 잊힙니다. 오늘날 설이나 한가위는 ‘서울에서 시골까지 북새통인 길을 뚫고 겨우 찾아가서 얼굴을 슬쩍 보고는 다시 서울로 북새통을 가로지르며 돌아가는 날’쯤으로 여깁니다. 설놀이나 한가위놀이를 하는 사람은 드물고 모두 잊어버렸구나 싶어요. 겨울에 날개(연)를 띄운다거나 얼음을 지친다거나 눈을 뭉치는 놀이를 마을에서 안 해요. 봄에 멧자락으로 나물하고 봄꽃을 훑으러 바구니를 끼고서 노래하며 마실하는 살림도 이제는 없다시피 해요. 섣달에 ‘섣달잔치(크리스마스파티)’를 하고, 한가을에 ‘깨비잔치(핼러윈파티)’를 하고, 새해첫날 쇠북(종)을 울리기는 한다는데, 우리 살림살이를 이루는 풀꽃나무하고 숲을 기리려고 고요히 즐겁게 어깨동무하는 마음하고는 사뭇 멀어요. 서울·큰고장 한복판에서 으레 술잔치로 사람물결을 이루는 노닥판으로 바뀌었지요? 깨비를 쫓으려는 깨비잔치라는 하늬잔치(서양축제)인데요.

ㅅㄴㄹ

깨비잔치 (깨비 + 잔치) : 깨비 같은 차림새를 하고서 하루를 고요하면서 즐겁게 보내는 잔치. 옛 아일랜드인 켈트(Celt) 사람들이 한가을로 접어드는 11월 1일을 ‘하늘에 있는 모든 거룩한 사람’을 기리려는 뜻으로 여는 잔치(Samhain)를 가리키는데, 죽은 사람 넋은 산 사람 몸에 한 해 동안 들어갈 수 있다고 믿었기에, 산 사람 몸에 죽은 사람 넋이 못 들어오도록 이날을 맞이해서 깨비 차림을 하면서 궂은땜을 해왔다고 한다. (= 깨비날·깨비마당·깨비놀이. ← 핼러윈데이, 핼러윈축제, 할로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