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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날 이레말 - 겹말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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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ㄱ. 겹말 손질 : 가르치는 교육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목적 아닌가요

→ 가르쳐야 하지 않나요

가르치다 : 1. 지식이나 기능, 이치 따위를 깨닫게 하거나 익히게 하다 2. 그릇된 버릇 따위를 고치어 바로잡다 3. 교육 기관에 보내 교육을 받게 하다 4. 상대편이 아직 모르는 일을 알도록 일러 주다 5. 사람의 도리나 바른길을 일깨우다

교육(敎育) :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

우리말 ‘가르치다’를 한자말로 옮기니 ‘교육’입니다. 그런데 낱말책을 보니, ‘가르치다’를 ‘익히다’하고 ‘교육’으로 풀이하고, ‘교육’을 ‘가르치다’로 풀이합니다. 낱말풀이부터 돌림풀이인 터라 “가르치는 교육”처럼 겹말을 얄궂게 쓴다고도 여길 만합니다. ㅅㄴㄹ

투쟁심을 억제하며 협동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목적 아닌가요

→ 싸움을 말리며 서로돕기를 가르쳐야 하지 않나요

→ 다투기보다는 띠앗을 가르쳐야 하지 않나요

《아이 실격 1》(마츠야마 하나코/김부장 옮김, 애니북스, 2013) 122쪽

 

 

ㄴ. 겹말 손질 : 복이 되어 큰 기쁨

복이 되어 큰 기쁨을 갖게 해줄 거야

→ 기뻐하도록 해주겠어

→ 기뻐할 일을 할게

복(福) : 1.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 ≒ 복조 2. 배당되는 몫이 많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행복(幸福) :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

행운(幸運) : 좋은 운수. 또는 행복한 운수

기쁨 :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의 흐뭇하고 흡족한 마음이나 느낌

낱말책은 외마디 한자말 ‘복’을 ‘행운·행복’으로 풀이하는군요. 그런데 ‘행운’은 “복된 좋은”이나 “기쁜 흐뭇함”으로, ‘행복’은 “좋고 행복한”으로 풀이하는군요. 뒤죽박죽입니다.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는 도무지 낱말풀이로 여길 수조차 없습니다. 한자말 ‘만족’은 “1. 마음에 흡족함 2. 모자람 없이 넉넉함”을 뜻한다니, ‘충분한 만족’부터 겹말이요, ‘기쁨을 느끼는 흐뭇함’도 겹말이에요. 이 보기글에서는 “기뻐할 일”로 손볼 만합니다. 그리고 “기쁨을 갖게 해줄” 수는 없어요. 기쁨이나 흐뭇함이란, 가지거나 안 가지는 마음이 아닌, 샘솟거나 피어나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

너에게 복이 되어 큰 기쁨을 갖게 해줄 거야. 그것은 진보하는 거란다

→ 네가 몹시 기뻐하도록 해주겠어. 나아지는 길이란다

→ 네가 아주 기뻐할 일을 할게. 피어나는 길이란다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전김해, 지식과감성, 2020) 141쪽

 

 

ㄷ. 겹말 손질 : 모든 -마다

​​

모든 도시마다

→ 모든 고장에

→ 고을마다

모든 : 빠짐이나 남김이 없이 전부의

-마다 : 1. ‘낱낱이 모두’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2. ‘앞말이 가리키는 시기에 한 번씩’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

말끝에 붙이는 ‘-마다’는 “낱낱이 모두”를 뜻한다지요. 보기글처럼 “모든 도시마다”처럼 쓰면 겹말입니다. ‘-마다’를 덜거나 ‘모든’을 덜 노릇입니다. 한자말 ‘도시’는 ‘서울’이나 ‘고장·큰고장·고을·큰고을’로 손질합니다. 박물관은 도시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살림숲(박물관)은 여러 고장이나 고을에 ‘있’습니다. ㅅㄴㄹ

​​

모든 도시마다 박물관을 갖고 있으며

→ 모든 고장에 살림숲이 있으며

→ 고을마다 살림숲집이 있으며

《소설가의 사물》(조경란, 마음산책, 2018) 8쪽

 

 

ㄹ. 겹말 손질 : 따개 오프너

오프너, 깡통따개까지

→ 병따개, 깡통따개까지

→ 따개까지

오프너 : x

opener : 1. 여는[따는] 기구 2. (여러 시합으로 이뤄지는 운동 경기의) 첫 경기, (행사·게임 등의) 첫 행동[개시] 3. 경기를 시작하는 타자

따개 : 병이나 깡통 따위의 뚜껑을 따는 물건

​​

무엇을 딸 적에 쓰는 살림은 ‘따개’입니다. 보기글은 “오프너, 깡통따개”처럼 영어랑 우리말을 섞는군요. 그러나 우리말로 하면 되어요. “따개까지”처럼 단출히 쓸 만하고, “병따개, 깡통따개”처럼 쓰임새가 다른 두 가지 따개를 하나하나 밝힐 수 있습니다. ㅅㄴㄹ

칼, 오프너, 깡통따개까지 척척 겹쳐 있는 게 놀라워 보였다

→ 칼, 병따개, 깡통따개까지 척척 겹쳐서 놀라워 보였다

→ 칼, 따개까지 척척 겹치니 놀라워 보였다

《소설가의 사물》(조경란, 마음산책, 2018) 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