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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32 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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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2

 

 다솜

 

  ‘다솜’이라는 이름을 어버이한테서 받은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1970년대부터 ‘다솜’이라는 이름을 아이한테 붙이는 분이 나타났지 싶고, 1950∼1960년대에도 이 말을 아이한테 붙였을 수 있고, 더 먼 옛날에도 즐거이 썼을 수 있어요.

 

  2000년에도 2010년에도 2020년에도 국립국어원 낱말책에는 ‘다솜’이라는 낱말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이대로 갈 듯싶습니다. 국립국어원 일꾼은 ‘다솜’을 구태여 낱말책에 올려야 한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낱말을 매우 즐거우면서 기쁘게 써요. 생각해 보셔요. 아이한테 붙이는 이름으로 ‘다솜’을 쓴다면, 이 말을 얼마나 사랑한다는 뜻입니까.

 

  아이한테 ‘사랑’이란 이름을 붙이는 어버이도 많지요. ‘다솜·사랑’, 두 낱말은 한 뜻입니다. ‘다솜’은 사랑을 가리키는 옛말이라고도 해요. 그런데 이 대목에서 다시 헤아려 보기를 바라요. 참말로 ‘다솜’이 옛말일까요? 오늘날 낱말책에조차 오르지 않는 그저 아스라한 옛말일까요? 아직 말밑이 어렴풋하니 올림말로 다루기에는 엉성하다고 여기면 될까요?

 

  모든 말은 오늘 이곳에서 우리가 씁니다.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 쓰지 않는 말은 바로 죽습니다. 쓰지 않으니까 죽어요. 쓰니까 삽니다. 쓰기 때문에 살아나지요. ‘쓰는 말 = 오늘말’입니다. ‘안 쓰는 말 = 죽은말’이에요.

 

  오늘날 ‘다솜’은 사람이름뿐 아니라 가게이름이나 집이름으로 널리 씁니다. 여러 살림살이나 세간에까지 이 낱말을 이름으로 붙입니다. 이 낱말을 혀에 얹어서 말할 적마다 마음 가득 즐거운 숨결을 느낄 수 있기에 오늘 이곳에서 널리 써요.

 

  ‘사랑’ 한 가지만 써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다솜’이란 낱말을 굳이 오늘날 새롭게 쓰려고 하는 마음이란, 사랑을 더 깊고 넓게 살피고픈 마음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즐겁게 짓는 삶을 더 사랑스레 바라보고, 날마다 기쁘게 돌아보려는 뜻일 수 있어요. 머잖아 ‘다솜’뿐 아니라 ‘다솜하다’나 ‘다솜벗·다솜이웃·다솜님·다솜놀이·다솜노래·다솜꿈·다솜말·다솜잔치·다솜마을’처럼 갖가지 사랑스러운 말을 새롭게 쓸 수 있어요.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