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0
주먹질
거칠게 일삼는 짓을 한자말로 ‘폭력’이라고 합니다. 어느 한 나라가 총칼(전쟁무기)을 앞세워 쳐들어가는 짓은 ‘국가폭력’이라 하고, 배움터에서 아이를 괴롭히는 짓은 ‘학교폭력’이라 하며, 싫다는 사람을 추근거리거나 마구 다루어 몸을 괴롭히는 짓은 ‘성폭력’이라 하고, 말로 못살게 굴 적에 ‘언어폭력’이라 합니다.
‘폭력’은 거칠거나 사나운 짓을 가리킵니다. 우리 터전이 아름답지 못한 길로 흐른다면 자꾸 새로운 폭력이 불거질 테지요. 그렇다면 이 슬프도록 안타까운 거칠거나 사나운 짓을 예전에는 어떤 말로 가리켰을까요? 또 앞으로 우리는 어떤 이름으로 가리킬 수 있을까요?
먼저 여느 폭력이란 ‘주먹질·발길질’이곤 합니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찬다면 ‘주먹발질·발주먹질’이겠지요. 나라가 일삼는 주먹질이라면 ‘막 + 짓·질’ 얼거리로 ‘나라막짓·나라막질’이라 해 볼 수 있습니다. 배움터에서는 ‘또래주먹질·또래막짓’이 될 테고, 성폭력이라면 ‘추근짓·추근질·막추근짓·막추근질’이 될 테며, 말로 못살게 구는 일이란 ‘막말짓·막말질’이 되겠지요.
어느 모로 본다면 말로 괴롭히는 짓은 ‘말주먹·말발길’을 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말로 때리거나 걷어차는 느낌이거든요. 막말짓은 ‘말주먹질·말발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삶터가 넓어지거나 온갖 일이 생기기에 말도 이러한 결에 맞추어 태어납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삶을 나타낼 아름다운 말이 아닌, 아프거나 괴로운 삶을 밝힐 아프거나 괴로운 말이라면, 이런 말을 지어서 쓰는 사람도 나란히 아프거나 괴롭습니다. 이 같은 일을 겪는 사람도, 이러한 말을 해야 할 사람도 똑같이 아프거나 괴롭겠지요.
말은 슬기롭게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을 슬기롭게 짓기에 앞서 무엇보다 헤아릴 대목은 삶과 삶터부터 슬기롭게 가꾸어야지 싶습니다. 주먹질을 걷어치워야겠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