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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말 13 가는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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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13 가는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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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책에 ‘가는곳’이나 ‘가는길’ 같은 낱말은 아직 없습니다만, 저는 이런 낱말을 거리끼리 않으면서 씁니다. 띄지 않고 붙입니다. 이제는 ‘타는곳’ 같은 낱말이 자리잡아요. ‘나가는곳’ 같은 낱말도 자리잡고요. 가장 수수하다 할 ‘가는곳·가는길’을 새말로 삼아 우리 넋과 삶과 길을 밝히면 한결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여느 낱말책을 뒤적이면 “행선지(行先地) : 떠나가는 목적지”처럼 풀이하고, “목적지(目的地) : 목적으로 삼는 곳 ≒ 신지”에다가 “목적(目的) : 실현하려고 하는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으로 풀이해요. 겹말·돌림풀이입니다. 우리말 ‘가다’랑 ‘나아가다·떠나다’를 알맞게 쓰는 결을 못 살피고 안 돌아보는 낱말책이네 싶습니다. 마음에 뜻한 바가 있기에 꿈을 그려요. 언제 어떻게 이룰는지 몰라도 한 발짝 내딛습니다. 둘레에서 하는 말이 아닌, 스스로 마음을 담아서 펼 말을 생각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가는곳마다 꽃내음이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가는길마다 풀꽃나무가 우거지기를 바라요. 몸도 눈도 손도 글도 즐겁게 어깨동무하면서 살림을 가꾸는, 아름드리 가는길을 차근차근 헤아립니다. 하나씩 해보려고요. 찬찬히 나아가려고요. 노래하는 몸짓으로 일어서려고요.

가는곳 (가다 + 는 + 곳) : 바라보거나 그리거나 생각하면서 마음에 담아, 몸으로 움직여서 이르거나 이루거나 있으려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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