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한테 7 ― 서울 가는 길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7 ― 서울 가는 길 서울에 간다. 책수다를 하러 간다. 작은딸 꽃잔치를 마치고서 새로 책이 나왔고, 이 책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서울 방배동에 있는 작은 마을책집에서 모인다고 한다. 며칠 몸살을 앓느라 어수선하고, 집안일도 있고 가게일도 있는데, 무슨 옷을 입을지도 망설인다. “딸아, 뭘 입어야 하겠노? 뭘 입어야 나아 보일까? 시골스럽지 않을까? 아니, 시골스럽게 입어야 할까?” 내 책을…
- 숲하루 글쓴이
- 2023-01-09 17:34
딸한테 8 ― 빛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8 ― 빛 “책 나왔네요? 우리 고장 으뜸가는 신문에 알림글이 나왔어요. 기쁩니다. 올해 여러모로 큰일 하셨지요? 새해에도 힘차게 나아가 보세요!” “책 나왔네? 우예 냈노? 궁금하다. 내도 요새 뭔가 써 보려고 끄적이는데 잘 안 되더라. 용하다. 올해에 시집도 내고 수필책도 냈네? 무슨 좋은 재주가 있어 이리 책을 내노?” 다른 사람들이 쓴 글하고 책만 읽다가 쉰 줄이란 나이에 이르러 시집도 …
- 숲하루 글쓴이
- 2023-01-09 17:32
[시2] 어제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어제/숲하루 굴다리로 몰았다 내가 모는 차를 비키려던 아저씨가 오르막 눈길에 넘어졌다 우편배달부는 눈길에 잘 올라갔기에 뒤에서 천천히 가자 여겼는데 잘못했어요 차도 미끄러워 느린데 걷는 길은 더 미끄럽지요 부끄러워요 꽁꽁 얼며 집으로 가는 마음을 걷는 마음을 잃었어요 2022. 12. 25. 숲하루
- 숲하루 글쓴이
- 2022-12-25 16:17
[시1]작은딸한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딸한테 /숲하루 햇빛이 써놓은 봄날 꽃잎을 꿈에서 보았다 뱃속에서 넉 달 만에 꼼지락 다섯 손가락을 본 이날 너는 첫 끈을 꽉 잡았단다 여섯 달째는 길에서 옷을 고르다가 갑자기 쓰려져서 구급차를 탔고 아기는 걱정없으나 엄마는 피가 모자라고 하더구나 너는 둘쨋끈을 척 잡았네 아홉 달째는 계단에서 굴렀단다 둥실한 배를 움켜잡고 3층부터 열 칸이나 데굴데굴 엎드린 채 미끄러졌지 손등 발등 까지고 부축 받아 실려갔어…
- 숲하루 글쓴이
- 2022-12-25 16:16
[작은삶 58] 드디어 책이 왔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8] 드디어 책이 왔다 책이 온다는 쪽글을 받고 책맞이를 한다. 책 낼 적에 살피고 모아둔 종이를 버리고 책상을 닦았다. 책상 밑도 물걸레도 닦고 책꽂이에 올려둘 자리에 쌓인 먼지도 닦는다. 두 시가 훌쩍 넘자 문을 열어 봤다. 네 시가 되자 또 열어 보았다. 아저씨한테 전화하니, 삼십 분이나 한 시간 더 걸린단다. 어제 새벽에는 ㅎ 신문에 새책 알림글이 뜬다고 잠 설치면서 보고, 보고 나니 누리책집(…
- 숲하루 글쓴이
- 2022-12-19 19:22
[작은삶 57] 부조금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7] 부조금 꽃잔치(결혼식)를 마쳤다. 딸은 괌으로 떠났다. 괌에서 보내는 하루를 사진으로 보내온다. 딸아이 눈과 손을 거쳐서 저 너머 모습을 본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바닷가가 그림 같다. 구름이 물결치는 듯하다. 사람들이 헤엄치는 바닷물이 맑다. 물속으로 모래가 훤히 보이는 곳에서 놀면 참 신나겠다. 두 사람이 여기에 오기까지 숱한 사람들이 기뻐해 주었다. 꼭 올 만한 사람한테 모심글(청첩장)을 먼저…
- 숲하루 글쓴이
- 2022-12-19 19:18
[작은삶 56] 눈떨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6] 눈떨림 눈이 떨린다. 바른쪽보다 왼쪽이 좀 들어가고 눈꺼풀이 처져도 떨리지는 않았는데, 팔딱팔딱 떨리다가 멈추기를 사흘째 한다. 일이 한꺼번에 몰려서 그런가. 작은딸 잔치(결혼식)도 이제 이틀 남았고, 내 새로운 책이 곧 나온단다. 씻는데 숨 쉬는 길이 쏴하다. 이대로 멎을 듯 어질하다. 내가 많이 떠는구나. 날이 겹치거나 다른 일로 못 온다는 사람이 많다. 꽃돈(축의금)이 들어오니 몸둘 바를 모…
- 숲하루 글쓴이
- 2022-12-19 19:14
[작은삶 55] 흰김치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5] 흰김치 시골에서 배추를 잔뜩 갖고 왔다. 요즘은 예전하고 달라서 이웃한테 좀 팔까 싶어도 팔리지 않는다. 싱싱할 적에 김치를 담그면 좋겠지만, 올해 나는 김치 안 한다. 엄마가 한 통 담아 놨고 묵은김치도 아직 있다. 곁님은 어디서 봤는지 물김치를 담그는 길을 적어 왔다. 바구니에 물김치에 들어갈 마늘이며 양파, 쪽파, 양배추, 생강, 배, 사과, 무, 배추를 담아 왔다. 믹서기가 가게에 있어 김…
- 숲하루 글쓴이
- 2022-12-07 20:04
[작은삶 54] 남동생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4] 남동생 금값이 스무 해 앞서보다 여섯 곱이나 올랐다. 막내네 두 아이가 돌인데 반지 하나 못 받았다길래 한 돈 장만했다. 둘을 한꺼번에 치르자니 짐이 크지만 우리는 따로 이십만 원 더 넣는다. 하룻밤 묵을지도 몰라서 짐을 챙겼더니 가방이 무겁다. 그만 긴 끈이 뚝 떨어진다. 손잡이를 팔에 걸고 들기로 하고 서울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거꾸로 보는 자리에 앉는다. 앞으로 달리는데 뒤로 지나가는…
- 숲하루 글쓴이
- 2022-12-02 19:03
[작은삶 53] 기차 탔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3] 기차 탔네 기차를 탔다. 1호차이다. 타고 내리기 쉬운 가운데쯤 맡으면 좋았을걸. 차표 끊는 일이 서툴어서, 알림창에 뜨는 대로 끊었더니, 처음과 끝이다. 서울길은 첫머리에 가까운 1호차이고, 대구길은 맨 끝이다. 쭉 뻗은 곧은 줄에 처음이고 끝이 따로 있을까, 뾰족한 기차 머리를 앞과 뒤에 마주 잇대어 이쪽저쪽 한 줄만 타는 기차이다. 같이 나온 곁님은 시골로 배추를 가지러 간다. 가는 길에 배…
- 숲하루 글쓴이
- 2022-12-02 1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