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삶 63] 따스하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63] 따스하다 문 앞에서 작은딸을 보내고 들어오는데 신발 벗던 아들이 ‘따뜻하네’ 하고 폴짝 뛰면서 방으로 간다. 작은딸이 짝을 맺고 첫 설을 우리 집에서 쇠고 갔다. 하룻밤 자고 갔지만 남겨놓은 따뜻함은 크다. 우리는 둘이 있다가 애들이 오면 잠자리가 뒤죽박죽이다. 나야 책마루(서재)가 있어서 누가 오든 안 오든 아무렇지 않다만, 곁님이 늘 비켜준다. 작은딸이 짝을 맺은 한 달이 조금 넘는데 새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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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30 19:46
[작은삶 62] 칼 안 쓰는 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62] 칼 안 쓰는 날 “야야, 칼 쓸 일 있으면 오늘 다 장만하거라.” “왜요, 아버님?” “칼 안 쓰는 날이다.” “사과하고 배는 어떻게 해요?” “그건 작은 칼로 도려내고, 큰 칼은 쓰지 마래이.” 달걀을 노른자 흰자를 따로 부쳐서 채썰었다. 무와 고기도 미리 손질해서 그릇에 담았으니 두부만 숟가락으로 으깬다. 다진고기에 참기름을 부어 볶다가 두부를 넣고 으깬다. 김 두 장을 비벼서 가루로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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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30 19:46
딸한테 6 ― 책수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6 ― 책수다 2022년 12월 27일 저녁 여섯 시 서울 방배동 메종인디아 트래블앤북스. 시골에서 나고자라면서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로 책수다를 편다. 대구에서 서울로 가기 앞서 떨리고 걱정스럽고 조마조마했는데 막상 ‘작가님’ 자리에 처음으로 앉으니 떨리던 마음이 걷혔다. 그래도 미리 적어 온 글을 읽었다. 이미 몸에 아로새긴 삶인데 미리 안 적어 왔으면 말을 못 했을 뻔했다. 둘러앉은 분들도 저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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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4 21:48
딸한테 5 ― 스물둘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5 ― 스물둘 열 몇 해 앞서 장만했지만 좀처럼 입을 길 없던 비싼값 치른 꽃치마를 챙긴다. 옷이 구겨질까 다칠까 살살 달래면서 종이자루에 담았고 택시를 탄다. 스물두 해 만에 와 보는 사진관이다. 챙겨 온 꽃치마로 갈아입는다. 사진을 찍고서 꽃치마는 다시 종이자루에 담는다. 투박하고 값싼 옷으로 갈아입는다. 2022. 07. 22.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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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4 21:47
딸한테 4 ― 햇빛따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4 ― 햇빛따라 누리책집에 내 책이 들어갔다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 궁금해서 들어가서 보고 잘 있나 싶어 또 가서 보고 좀 팔리나 싶어 다시 가서 보고 자꾸자꾸 들여다본다. 누가 사주는지 몰라도 35, 29, 30, 20, 14 널을 뛰는 듯하지만 무슨무슨 자리에 올랐다는 말에 덩실덩실 궁둥춤이다가 끙 이맛살을 찡그린다. 내가 내 책을 사면 저 자리가 더 올라갈까? 두근두근 내 책을 내가 사 본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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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4 21:46
딸한테 2 -글삯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2 ― 글삯 일을 해서 아이를 돌보았고 일을 해서 집을 마련했고 일을 해서 자가용을 들였고 일을 해서 옷을 산다. 일만 하고 살아온 날을 돌아보다가 우리 세 아이한테 어떤 어머니로 남을까 문득 궁금했고 어쩌면 세 아이는 모두 어머니한테도 삶이 있고 생각이 있고 마음이 있는 줄 모르고 살아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글을 배우기로 했다. 학교는 다녔지만 학교를 다녔을 뿐, 내 하루를 내 손으로 쓰는 글살림을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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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4 21:44
[작은삶 61] 말랑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61] 말랑감 상주 푸른누리를 지난달에 다녀왔다. 상주 시내에서 한참 먼 멧골에 깊이 깃든 그곳은 숲집 같았다. 그날 그곳에서 얻어온 말랑감이 남았다. 빛깔이 곱고 말랑한 감을 먼저 골라 먹다 보니 까맣고 흉이 난 감만 남았다. 어찌할까 하다가 까치밥으로 삼기로 한다. 물을 큰 그릇에 옮긴 날 말랑감을 하나 놓았다. 아침에 문을 열어 빼꼼히 보니 쪼아먹은 구멍이 났다. 물을 더 붓고 감을 둘 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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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1 06:25
딸한테 9 ― 수밭고개 1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9 ― 수밭고개 1 머리가 돌처럼 딱딱하다 자꾸 잠이 온다 집을 나선다 멍하니 대구 시내를 벗어난다 골프장 알림판이 보인다 고개를 돌린다 못가에 선다 둥그런 보랏빛 꽃을 본다 빗물이 내려앉은 꽃잎이다 잔디밭 앞에서 할매가 나물을 캔다 바닥만 보며 고갯길을 오른다 다리를 쉬려고 허리를 편다 고개를 들어 둘러본다 대구 시내에 집집이 빼곡하다 삣쫑삣쫑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그래 이곳엔 새가 있지 2023. 01…
- 숲하루 글쓴이
- 2023-01-09 18:03
[작은삶 60] 사위 온다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60] 사위 온다고 “엄마, 우리 내일 옷 편하게 입고 가도 되나?” “그래, 그래도 깔끔하게 입고 절은 해야지.” “나도 같이 하면 되나?” 지난해 설에 사위가 처음 우리 집에 왔다. 처음 오는데다가 그날이 설날인데도 세배를 하지 않았다고, 처음 온 애한테 말도 걸지 않고 싸늘하게 굴었다. 이잔치를 치르고서 처음 우리 집에 온다. 잔치를 치르던 무렵에 사위가 엉덩이를 수술하느라 노래를 듣지 못했다. 우…
- 숲하루 글쓴이
- 2023-01-09 17:59
[작은삶 59] 딸이 온다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9] 딸이 온다고 이틀 뒤에 작은딸네가 온다. 짝을 맺으니 사위가 덤으로 따라온다. 딸은 따라오는 일이 있는 이름 같다. “장모님!” 하고 부르는 말이 처음에는 낯설다가 이제는 살갑다. 처음 인사 왔을 적에는 목소리에 꽤 힘이 들어갔다. 이제는 부드러운데 저도 나처럼 낯설 테지. 그나저나 무얼 해야 하나. 그제는 둘이 덮을 이불을 빨고 어제는 화장실 구석구석 씻고 오늘은 떡을 맞추고 고기집에 갔다. 서…
- 숲하루 글쓴이
- 2023-01-09 17: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