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삶 15] 하얀옷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5] 하얀옷 네거리에서 문득 아는 언니가 생각났다. 자고 일어나서 그런가, 목소리에 힘이 없다. 입맛이 없어 이것저것 넣어 김밥을 말았단다. “주말 보냈고?” 묻길래, 그제 용암산에 올라, 누워서 하늘바라기하고 시를 썼다고 했다. “둘이 마음 잘 맞아가고 시인 길도 잘 가고 있다” 한다. 다 언니한테 좋은 기운 받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렇제, 착하게 살아서 좋은 사람이 오는 거다” 언니 말에 부끄럽…
- 숲하루 글쓴이
- 2022-07-23 07:20
[작은삶 14] 하늘바라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4] 하늘바라기 여름숲이다. 싱그럽다. 맑다. 나무도 푸르고 온통 풀빛이다. 흙을 움켜쥐어 본다. 풀이 뒤덮은 이 땅이 바로 별이라고 새롭게 느낀다. 어린 날 모깃불 피워 놓은 마당에 누워 놀던 캄캄한 하늘은 놀이터였다. 별똥별 하나가 떨어지면 한 사람 숨결이 멎는다고 들어서 슬퍼하다가도 별자리 찾기 놀이는 자장노래가 아닌, 우리 눈을 더 초롱초롱 밝히는 가락이었다. 밤에는 별바라기를 하고, 낮에는 잔…
- 숲하루 글쓴이
- 2022-07-23 07:20
[작은삶 12] 능소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 삶 12] 능소화 라면을 먹을까 하고 물을 채우는데, 곁님이 일꾼하고 밖에서 먹고 오란다. 그동안 밥때를 넘기고 집에 가서 먹는데 모처럼 밖에서 먹는다. 가랑비가 그치고 담벼락 따라 걷는 마음이 산뜻하고 가볍다. 김밥집 바람갈이(환풍기)가 시끄럽게 돌아가고 바람에 나무가 흔들린다. 벌써 능소화가 피었네. 바닥에는 꽃이 떨어졌네. 이 길로 차를 몰고 다녀서 못 보았구나. 이렇게 시끄러운 소리에도 꽃을 피우다…
- 숲하루 글쓴이
- 2022-07-23 07:19
[작은삶 11] 연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1] 연꽃 몇 해 앞서 반야월 연꽃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벼가 한창 익은 가을이었다. 이미 연꽃은 지고 뿌리를 캐는 밭이었다. 열매가 송송 박힌 연이 꽃만큼이나 소담스러웠다. 물이 말라 논바닥을 드러내기에, 연대를 꺾으러 논둑을 밟고 깊이 들어갔다. 진흙이 미끌미끌하다. 철퍽 미끄러졌다. 발이 푹푹 더 빠질 듯해서 그만 나왔다. 그런데 허리에 묶은 웃옷이 사라졌다. 미끄러지면서 잃어버린 옷을 찾으러 …
- 숲하루 글쓴이
- 2022-07-23 07:19
곁말 24 작은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24 작은님 언니가 있어 언제나 ‘작은아이’였습니다. ‘작은’이란 이름은 마흔 살이 넘든 여든 살이 지나든 매한가지입니다. 그러고 보…
- 숲노래 글쓴이
- 2022-07-16 00:59
곁말 23 먹깨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23 먹깨비 저는 어릴 적에 무엇이든 참 못 먹는 아이였습니다. 스무 살까지 변변하게 안 먹으면서 살았는데, 싸움터(군대)에 끌려갈 …
- 숲노래 글쓴이
- 2022-07-16 00:55
[작은삶 10] 소나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0] 소나기 소나기가 쏟아진다면 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감기 들지 않을 만큼 소낙비 실컷 맞고 싶다. 그렇지만 소나기처럼 쏟아내는 말은 실컷 들어서 이제는 그만 비껴가고 싶다. 시골로 가는 길에 소낙비가 내렸다. 곁님 입에서도 소낙비가 쏟아졌다. 둘 다 바빴다. 내가 먼저 집에 왔다. 문 앞에는 출판계약서가 왔다. 발간신청일이 며칠 남지 않아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다. 몇 가지 적고 두 종이를 붙여서 가…
- 숲하루 글쓴이
- 2022-07-07 20:44
[작은삶 9] 두부비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9] 두부비지 곁님은 두부비지를 차리면 아예 입에 대지 않는다. 먹으면 구수한데 왜 안 먹느냐고 물으면 ‘그건 못 먹고 살 때나 먹었지, 난 안 먹어’ 하면서 숟가락을 들지도 않았다. 이렇게 구수한 비지를 맛보면 안 먹는다는 말이 나올까. 약을 살살 올려도 먹을 생각을 않던 사람이 어쩐 일인지 비지찌개를 먹었다고 한다. 바나나가 점박이가 찍혀 곧 안 먹으면 물러 버릴 듯했다. 뒤에 빼두고 아줌마들이 오면…
- 숲하루 글쓴이
- 2022-07-07 20:38
[작은삶 8] 심부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8] 심부름 부엌종이가 똑 떨어졌다. 뒤쪽에 있나 싶어 가니 없다. 지하실에 있는데 가지러 가지 못한다. 아침 일꾼이 없어 자리를 비우지 못한다. 이따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자니 그래서, 신문을 손바닥 크기로 잘랐다. 그릇에 올리고 버섯을 담는데. 마침 상자 할아버지가 왔다. 얼음 담는 가방을 하나 달라는데 지하실에 있다. 가지러 가지 못한다. “할배가 찾아 보실래요?” “어디 있는데?” “이쪽…
- 숲하루 글쓴이
- 2022-07-07 20:34
오늘말. 하늘지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하늘지기 보는 대로 이름을 붙이고, 느끼는 대로 이름을 달아요. 한자를 아는 이들은 우리말 ‘기둥’을 ‘주상(柱狀)’으로 적더군요. 깎아지른 듯한 기둥이라면 우리말로 ‘깎은기둥’일 텐데, 한자말로는 ‘주상절리’입니다. 이웃나라 사람이 쓴 글…
- 숲노래 글쓴이
- 2022-07-07 2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