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삶 50] 금지령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0] 금지령 병원에 갔다. 어제 아침에는 가볍게 몇 발짝 걸었는데 찜질을 하고 난 뒤에는 한 걸음도 걷기 힘들었다. 걸레를 짜는 듯 틀려서 딛지를 못했다. 이러다 못 걸으면 어떡하나 앞이 캄캄했다. 나을 낌새가 없다. 쪼그리고 앉은 지 꼬박 세이레, 버티다 못해 찾았다. 막상 병원에 오니 한결 나아 잘 걷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서기 힘들어 계단으로 2층을 오른다. 아홉 시가 조금 넘는데 앉아 기다…
- 숲하루 글쓴이
- 2022-11-19 06:47
[작은삶 49] 매천시장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49] 매천시장 “거기 불났따고 TV에 난리 났는데 너 집은 괴안나?” “어디에 불 났대요?” “모르는구나. 시장이라는데 불길이 어마해. 함 봐라.” 손언니 전화를 받고 TV를 켰다. ‘매천시장’이라는 글씨가 지나갔다. 누리글을 찾으니 불이 엄청나다. 곁님은 바쁜지 아직 모른다. 밤새 날벼락으로 뜬눈으로 보냈을 텐데, 우리가 가는 가게는 괜찮을까, 시장이 멈추면 어쩌지, 발을 동동거릴 사람보다 이 생각이…
- 숲하루 글쓴이
- 2022-11-19 06:46
[작은삶 48] 나뭇잎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48] 나뭇잎 여름내 푸르던 나뭇잎이 울긋불긋 물들었다. 꽃처럼 나뭇잎도 며칠 확 물들고는 찬바람에 후드득 떨어진다. 떨켜는 잎을 놓아 버리고 나무에 가지가 앙상하다. 우러러보면 힘줄처럼 파란 하늘에 뻗었다. 떨어진 잎은 멀리 갈 생각이 없는지 바닥에 떨어져 차곡차곡 쌓인다. 갓 떨어진 잎이 빨갛고 노랗고 주황빛으로 물감을 바른 듯 곱다. 나는 몸을 구부리고 잎을 줍는다. 은행잎 다섯 왕버들잎 열쯤 주웠…
- 숲하루 글쓴이
- 2022-11-19 06:46
[작은삶 47] 개미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47] 개미취 이틀 꽃구경을 했다. 햇살이 머리를 지날 무렵이라 얼굴이 익어도 꽃을 보는 일이 즐거웠다. 꽃 구경하는 김에 꽃이 지면 아쉽지 않게 멧골 아닌 개미취 꽃밭으로 간다. 꽃이 마음을 빼앗아 간다기보다, 꽃을 보면 눈빛을 거쳐 온몸에 가슴에 허파에 꽃이 가득 핀다고 느낀다. 꽃이 질 적에 보기 흉하다고 여겨 멀리하려 했는데, 문득 눈을 돌리니 꽃이 가장 아름다울 때를 놓치겠구나 싶더라. 한 잎 …
- 숲하루 글쓴이
- 2022-11-19 06:45
[작은삶 46] 해뜨는 새벽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46] 해뜨는 새벽 이레가 지나도록 절룩거린다. 발을 디디면 무릎이 기우뚱 쏠린다. 이대로 숲을 오르기엔 안 되겠고 숲은 가고 싶다. 930미터 감악산에 해돋이를 보러 간다. 차로 올라 가면 조금만 걸으면 된다. 새벽 네 시에 나섰다. 새해도 아닌데 해돋이를 보려고 차에서 자는 사람도 있다니 차가 밀리지 않게 서두른다. 새벽길이 캄캄하다. 앞차 꽁무리 불빛하고 앞을 밝히는 불빛이 어둠을 뚫는다. 안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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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19 06:27
[작은삶 45] 돌담집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45] 돌담집 소꿉동무하고 멧골을 오른다. 그제 못 간다고 했지만, 밥이나 먹자고 한다. 곁님이 문중에 ‘시사’ 지내러 가서 없으니 일꾼 밥만 바꾸어 준다. 쪽파를 한 단 까서 여섯 그릇에 담는 동안 일꾼이 이른 밥을 먹고 나온다. 곧 나서면 12시 반에는 닿겠다. 마을 앞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 길가에도 주차장에도 차가 가득찼다. ‘산을 오르는 사람이 이렇게 많나’ 걷다 보니 마을에 잔치…
- 숲하루 글쓴이
- 2022-11-19 06:27
[작은삶 44] 짜장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44] 짜장면 몸이 말한다. 생각이 움직인다. 어떤 말이 맞을지 모르나 둘을 몸으로 느낀다. 몸이 말할 적에는 생각이 꾸물할 틈 없이 말했다.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내 안에서 자꾸 말하라고 떠밀리듯 했다. 내가 받아들일 틈도 없이 몸이 먼저 입밖으로 내지만, 몸은 뭔가 눈치를 챘다. 신을 신으면서 나도 모르게 “오늘은 자꾸만 짜장면이 먹고 싶지.” 하고 뱉었다. 마침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아는 분이 “…
- 숲하루 글쓴이
- 2022-11-19 06:27
[작은삶 43] 자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43] 자리 이레를 해 달 불 물 나무 쇠 흙으로 얘기하는 언니가 있다. 나는 이 언니한테서 늘 배운다. 언니는 배움끈도 높고 무엇보다 살림새가 다르다. 내가 그다지 눈을 돌리지 않았고 앞으로 돌리고 싶은 매무새를 진작 갖추었다. 멋을 부리지는 않으나 우린 밑바탕에 깔린 삶자리가 다르다. 언니하고 그리 멀지 않는 청도에 갔다. 외진 골목으로 올라가니 집이 두 채 있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온통 푸르다. …
- 숲하루 글쓴이
- 2022-10-30 17:41
[작은삶 42] 수국 피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42] 수국 피다 아침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밖마루(베란다)에 갔다. 드르륵 열고 수국을 본다. 큰그릇에 옮기고 흙을 바꾸었다. 새싹이 올라오니 올해도 수국이 필 철이 다 지나갔다. 올해는 가지를 치고 야무지게 키우자고 생각한다. 우리 집에 진작 키우는 수국이 있기에, 얻어 온 수국을 나란히 심었다. 같이 놓으니 새로 싹이 올라온 수국은 잎이 탱글탱글한데, 옮겨심은 수국은 키는 크고 잎은 크지만 어…
- 숲하루 글쓴이
- 2022-10-30 17:41
[작은삶 41] 해바라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41] 해바라기 꽃 가운데 가장 큰 꽃이 해바라기 같다. 낮에는 따가운 햇살을 받아도 해만 바라본다. 캄캄한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되면 또 해를 보며 활짝 펼치고 하나같이 한쪽으로 꼿꼿이 섰다. 노란 해가 풀에 내려앉은 듯하다. 해바라기꽃이 노랗지 않고 빨갛다면 어떨까. 모든 꽃이 그러하듯이 유난히 커서 해바라기하고 이글거리는 불타는 붉은 해를 오롯이 닮았다면 우리 마음을 사로잡을까. 이 많은 해바라기꽃…
- 숲하루 글쓴이
- 2022-10-16 10: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