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삶 80] 울릉도 가고 싶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80] 울릉도 가고 싶어 아스파라거스 덩굴이 며칠째 눈에 거슬린다. 창문을 열 적마다 마른잎이 먼지처럼 떨어진다. 매달아 놓은 바구니에 푸짐하게 매달린 잎줄기가 문틈에 끼지 않게 잡는다. 한 뿌리가 늘어나고 올라간 높이 만큼 흙을 다 차지한 뿌리로 얕은 흙이 굳었다. 아직 살았으니 뽑지 않고 마른잎을 가위로 자른다. 창문을 여는데 허리를 구부리지 않아도 되게끔 설 자리를 남기고 꽃그릇을 옆으로 밀었다. …
- 숲하루 글쓴이
- 2023-03-10 15:37
[작은삶 79] 책값 받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9] 책값 받기 옆집에 고기를 사러 갔다. 고기를 썰던 아저씨가 “서점에 가면 책 파니껴?” 하고 묻는다. 며칠 앞서 이웃 어르신이 시내 서점에 갔더니 내 책이 없더란다. 헌책을 파는 집이라 새책이 없다고 했다. 여든일곱 살 어르신이 일부러 내 책을 사려고 집에서 꽤 먼 걸음을 했다. 인터넷으로 사라는 일꾼 말을 듣고 내게 묻는다. “제가 사 드릴게요.” 했다. 2022년 12월 겨울에 낸 《풀꽃나무하…
- 숲하루 글쓴이
- 2023-03-06 09:34
[작은삶 78] 나도 달리고 싶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8] 나도 달리고 싶다 큰애가 설 때 집에 다녀간 뒤로 조용하다. 어거지로 한바탕 부린 일이 자꾸 마음에 걸렸는데 “나 20k 뗘져.” 하고 앙증맞게 쪽글을 보내었다. “많이 뛰었네. 넘 무리하지 말어.” 하고 맞글을 보냈더니 “최장거리얌 헤헤.” 하면서 한강을 따라 뛰던 길그림을 보내 온다. 이젠 적은 나이가 아닌데, 오래 달리네. 큰딸이 달리기를 한다니깐 좋다. 서울살이를 하며 잔뜩 머리를 짜며 일…
- 숲하루 글쓴이
- 2023-03-06 09:29
[작은삶 77] 애꾸눈이 되었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7] 애꾸눈이 되었네 한티재에 가까울수록 눈이 쌓였다. 어제 비가 내렸는데 어느 골짜기에는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다. 차가 다니는 길에는 눈이 녹고 한쪽으로 눈이 쌓였다. 차가 지나간 바퀴 자국이 오솔길 같았다. 나는 좁은 자국을 따라 비틀거리며 걸었다. 모퉁이를 꺾으니 내리막길이 나오고 길바닥이 온통 하얗다. 눈을 보니 마음이 하얗게 들뜬다. 눈을 뭉쳐서 던졌다. 어떤 눈은 그러모으려니 손…
- 숲하루 글쓴이
- 2023-03-06 09:27
[작은삶 76] 잘가쏘?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6] 잘가쏘? “우리 이제 갈게.” “짐 가득 실어 뒤가 막혔으니 쉼터마다 쉬었다 가렴.” “엄마는 안 힘드나?” “늦잠 잤지. 어제 집으로 큰 선물이 왔어. 어느 이웃님이 엄마 시집 한 권을 다 붓글씨로 써서 보내왔어. 좋아서 힘든 줄 몰랐네. 또 어디 넣을 글 걱정에 잠이 달아나 새벽 3시에 일어나 쓰고 잤어. 그래, 너희들도 애썼다. 김 서방도 잘 가고 우리 딸 잘 돌보렴.” 말하는 내 목소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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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28 18:27
[작은삶 75] 우리 딸이 가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5] 우리 딸이 가요 “엄마 언제 도착해?” “2시에 나설게.” “그 사람은 3시쯤 닿을 듯한데 못 보겠네. 아빠가 할아버지한테 인사하러 갔다 오래.” “아빠는 늘 할아버지뿐이네. 딸이 가는데 엄마인 나를 만나야지, 할아버지가 먼저가?” 파를 다듬으면 일을 마무리지으려고 했다. 손길이 바쁘다. 곁님이 쌀을 싣고 얼음가방을 찾는 동안 다 다듬고 반찬집으로 달려갔다. 며칠 앞서 우리 딸한테 줄 반찬 몇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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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28 18:26
[작은삶 74] 도시락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4] 도시락 차를 세우고 밥집에 갔다. 도시락집이네. 여기서 우리 딸이 밥을 사먹는구나. 딸은 라면을 먹으려 하네. 짐을 꾸리려면 힘을 내야 하니 고기반찬이 나오는 밥을 하나 더 시켰다. 짐은 다 쌌을까. 집에 올라오니, 저녁에 짐을 차에 실어야 한다는데, 아직 짐은 반도 꾸리지 못했네. “너는 갖고 갈 것만 챙겨, 버릴 거는 다 두면 나중에 우리가 치울게.” 가만 보니 버릴 걸 버려야 갖고 갈 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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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28 18:25
[작은삶 73] 밑천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3] 밑천 “작은딸 가는데 돈 좀 줘야 안 되겠어요?” 곁님은 내 말에 대꾸도 시원찮고 돈도 주지 않는다. 요즘 나는 돈을 만지지 않는다. 주면 쓰고, 없으면 안 쓴다. 카드로 쓰고 카드값 갚을 적에 돈을 옮긴다. 작은딸이 옮겨가는데 나는 엄마이고 엄마로서 주고 싶은 마음을 곁님은 모른다. 우리 엄마한테서 받아 보지는 못했지만, 마흔 살에 내가 새로 일자리를 얻었을 적에 처음 나가는 날 시어머니가 백만…
- 숲하루 글쓴이
- 2023-02-28 18:22
[작은삶 71] 우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1] 우산 우리 집 문앞에 우산이 한 보따리 있다. 이렇게 많이 있었나. 아이들이 예전에 쓰던 우산을 다 들고 왔나. 그저 웃으며 집으로 들어와서 묵은 짐을 치운다. 이제 버리기만 하면 끝난다. 버릴 살림으로는 옷이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우산 같다. 신발장 손잡이에 우산 또 둘 걸렸다. 이 가운데 말끔한 우산은 따로 꾸려 놓는다. 그런데 우산이 또 셋이 더 나온다. 신발장에 또 하나 나온다. 잔뜩 나…
- 숲하루 글쓴이
- 2023-02-23 18:42
[작은삶 72] 안아 보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2] 안아 보자 작은딸네가 나를 바래다준다. 둘이서 창살문을 뒷자리에 싣는다. 함지박도 뒷자리에 싣고 닫는다. “엄마, 잘 가.” “장모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래’ 하고 말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싱겁다. “함 안아 보자.” 두 팔을 벌렸다. 둘을 품에 안았다. 왼팔은 새사람을 안고, 오른팔은 작은딸을 안는다. 딸이 아까부터 삐진 사람처럼 뾰로퉁하게 있더니 속으로 울었구나. 등을 토닥거리면서 우리 딸…
- 숲하루 글쓴이
- 2023-02-23 18: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