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1] 뽕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1] 뽕나무 뽕잎에 가려진 똘기와 아람열매가 달렸다. 꼬물꼬물 기어가는 풀벌레 같다만 맛은 달다. 오디가 나무에서 익어 갈 무렵이면 뽕잎을 따고 훑었다. 우리 집은 집도 작고 방도 작아 한 방에 모여 자고 윗목에 누에도 키웠다. 어머니는 광주리에 어린 뽕잎을 따다 어린 누에를 키웠다. 뽕잎을 먹고 자라면 광주리를 바꾸고 또 자라면 광주리를 바꾸며 누에 집을 늘려준다. 누에가 무럭무럭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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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18 20:53
[숲하루 발걸음 03] 경운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03] 경운기 길에서 경운기를 만나면 기뻤다. 십리 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 오빠들은 버스 창문에 매달리다가 떨어져 머리를 깨거나 무릎이 크게 깨진다. 경운기를 만나면 왼쪽 오른쪽 가운데 자리를 두고 서로 맡는다. 나는 늘 왼쪽을 고른다. 삼학년 때 경운기에 매달리다가 팔힘이 빠져서 발을 내리다가 돌부리를 밟고 서면서 엎어졌다. 무릎이 돌에 찍혀 피가 맺히고 팔꿈치를 갈았다. 어머니가 상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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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18 20:53
[숲하루 발걸음 02] 오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02] 오줌 비를 맞은 길바닥이 푹 꺼지고 웅덩이가 생겼다. 패인 자리에 빗물이 찰랑거린다. 빵빵한 웅덩이에 물길을 트고 찔끔찔끔 물이 흐른다. 또 어떤 길은 누가 오줌을 갈겨 놓은 듯하다. 나는 나무 옆에서 오줌을 눈다. 멧산에 오면 뒷간이 없어 숲에 들어가서 오줌을 그냥 눈다. 어릴 적에도 아무 때나 갈겼다. 비가 오는 날이면 뒷간에 안 가고 마당 한쪽 담벼락에 모아 둔 거름에 비를 맞으며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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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18 20:52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0] 탱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0] 탱자 올해는 탱자나무가 열매 맺기를 건너뛰려나. 한 그루에 하나만 작게 달렸다. 귤은 껍질도 쉽게 까고 새콤달콤해서 먹는 사람이 많지만 탱자를 먹는 사람은 못 봤다. 장골 가파른 멧골 아랫집에 탱자나무가 울타리로 빽빽하다. 바위 언덕에 옥이네만 사는데 뒤뜰을 탱자나무로 심었을까. 멧돼지가 내려오는지 모른다. 노랗게 익으면 바닥에 혼자 뒹구는 탱자를 가시 틈으로 줍느라 손등이 꾹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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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18 20:52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9] 닥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9] 닥나무 논둑에 닥나무가 많이 자란다. 아버지가 서울에 가서 번 돈으로 열 뙈기 넘는 논을 사들이고 그해에 내가 태어났다. 마을에서 목골 못을 지나 메를 오르고 멧허리를 둘 넘는다. 멧골에서 물이 흘러 도랑 큰돌 틈으로 물이 콸콸콸 쉬지 않고 시원하게 흐른다. 다랭이논이고 우리 집 큰방이나 작은방만 한 논이 열을 넘는다. 열 살인 나는 동생하고 물이 세차게 흐르는 너럭바위에 앉아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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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18 20:52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8] 멧딸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8] 멧딸기 우리 마을은 멧골이라 논이 산에 있었다. 사화산 자락인 장골에서 금서로 가는 길은 메를 하나 오르고 등성이를 휘돌면 잔돌이 검게 깔린 내리막길을 지나 또 골이 나온다. 골과 골 사이에 작은 못둑을 지나 멧길로 한참 오른다. 참나무가 작게 자라고 그 길에 옴을 자주 마주치고 흙보다 돌을 밟고 걷는다. 참말로 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밭둑 논둑을 지나면 골과 골 사이에 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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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18 20:52
[숲하루 발걸음 01] 솥뚜껑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01] 솥뚜껑 할아버지가 죽은 날에 마을 어른이 모여 모둠밥을 장만했다. 한쪽에서는 손잡이가 달린 단지에 삼베를 깔고 쌀가루를 반반하게 놓고 노란 콩고물도 뿌려 시루떡을 찌고, 또 한쪽에는 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부침개를 부친다. 구멍이 나서 못쓰는 솥뚜껑을 잘 닦아 기름을 바르면 쇠가 까맣게 기름을 먹어 반질반질하다. 기름을 종지에 덜어 주먹 크기인 짧은 붓 같은 솔에 찍어 솥에 휘젓거나 주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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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18 20:51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7] 싸리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7] 싸리꽃 싸리꽃이 피면 나도 모르게 왼손을 펼친다. 아픈 일이 떠오른다. 할아버지는 들일 밭일을 하지 못했다. 두 지팡이에 몸을 기댄다. 아버지가 한 해에 두 벌 싸리나무를 벤다. 가을에 잎이 떨어질 적에 싸리나무는 굵고 단단해서 마당을 쓰는 빗자루로 묶는다. 여름에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베다 놓은 싸리나무로 지게에 얹었다 뺐다 하는 부채꼴 소쿠리를 엮는다. 아버지는 지게에 얹어 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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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18 19:16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6] 부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6] 부들 못을 지나다 부들을 본다. 어린 날에는 못가에서 올려다보았는데 오늘은 다리에서 내려다본다. 우리는 부들을 또뜨락방망이라고 했다. 다듬이방망이같이 생기고 흙빛이 돌고, 겨울날 털신에 붉은 깃털하고도 닮고, 얼음과자도 닮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운뎃못에서 부들을 꺾는다. 부들로 칼싸움도 하고 궁금해서 반으로 쪼개서도 논다. 대보다 부들이 굵어서 칼싸움하면 굴렁굴렁한다.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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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18 19:16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5 ] 살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5 ] 살구 풋살구는 유월 볕에 노르스름하게 익어간다. 어린 날 우리 집에는 살구나무가 없었다. 장골 끝에 사는 숙이네에 살구나무가 많았다. 살구나무가 뒤쪽 울타리로 에워쌌다. 길이 좁아 발을 헛디디면 어른 키높이 도랑에 떨어진다. 도랑물은 멧산에서 내려오고 숙이네 집을 휘돌아 마을로 흐른다. 나는 살구가 먹고 싶으면 숙이네 집에 찾아간다. 다른 아이는 숙이네 집에 오지 않다가 살구가 …
- 숲하루 글쓴이
- 2021-06-11 06: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