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발걸음 10] 막걸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0] 막걸리 동생하고 나는 아버지가 드실 막걸리 심부름을 도맡았다. 찌그러진 노란 주전자를 들고 다녔다. 달빛이 밝은 날에는 길이 잘 보였다. 그런 날은 느긋하게 걷고 달이 안 뜨는 날에는 캄캄해서 개울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순이네 담벼락을 잡고 걷는다. 우리 집에서 전방(가게)까지 거리가 삼백 미터 남짓이다. 영이네 어머니는 국자로 단지에 담긴 술을 퍼서 내가 갖고 간 주전자에 담는다. 술을 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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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8-13 22:36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4] 익모초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4] 익모초 산에서 익모초를 마흔 해 만에 보았다. 멧산 층층 쌓인 자리를 밟으니 돌이 부서진 풀밭에 피었다. 어머니는 육모초라 했다. 익모초는 생김이 쑥하고 닮았다. 잎은 쑥보다 좁고 길쭉하다. 풀이 내 허리께에 오고 꽃대가 빳빳하고 한 뼘쯤 꽃이 피었다. 보랏빛이 도는 작은 꽃이다. 아버지가 가을에 풀을 베어 엮어 두었다가 말린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말린 익모초를 겨울에 가마솥에 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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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8-06 17:42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3] 감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3] 감자 마늘 캘 무렵이면 감자도 캔다. 우리 집은 노란감자하고 자주감자를 심었다. 땅미 재 너머 간지밭 금서 도빠골 진밧골에 논깃새에 돌아가며 심는다. 밭을 쪼개 고추 몇 줄 감자 몇 줄 심는데 감자는 다섯 고랑이나 세 고랑쯤 심었다. 어느 해는 진갓골에 감자를 많이 놓았다. 감자밭이 멀어서 캐는 일을 잘 거들지 못했다. 감자는 다섯 상자나 세 상자가 나왔다. 아버지가 지게 발에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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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8-06 17:42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2] 수수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2] 수수 수수는 잎이 넓적하고 줄기가 워낙 커서 얼핏 옥수수와 닮았다. 꼭대기에 작은 알곡이 무르익으면서 빳빳이 세운 고개를 숙인다. 우리는 수꾸나무라 하고 수수가 다 익으면 자루에 넣거나 모기그물에 넣고 비비거나 방망이로 두들겼다. 작은 알곡이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도록 살살 다스린다. 이렇게 떨어낸 작은 수수를 우리 어머니는 디딜방아에서 껍질을 벗겨낸다. 디딜방아에 알맹이를 벗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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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8-06 17:42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1] 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1] 꿀 우리 마을 멧골에는 아까시가 꽃을 피울 틈 없이 땔감으로 썼다. 멧골에는 나무보다 잔디가 많았다. 나무가 없으니 꽃이 없고 꽃이 없으니 꿀이 없다. 그렇지만 겨울에는 꿀을 먹는다. 가을에 나락을 거둬서 쌀이 넉넉했다. 겨울이 되면 쌀로 조청을 꼰다. 가마솥에 불을 때고 하루가 걸리는 일이다. 하나는 약초를 달여서 졸이면 꿀보다는 걸쭉하고 숟가락으로 떠서 들면 흐르는 약조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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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31 21:04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0] 부처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0] 부처손 멧길을 오르다 바위에 붙은 부처손을 본다. 이곳저곳 숲을 다녀도 눈에 안 띄던데 오늘 본다. 어릴 적에 본 부처손을 금성산 뒤쪽에서 보았다. 우리 밭이 그 골에 있었다. 덩굴진 풀밭에 옹달샘이 있고 물이 뿌옇다. 샘에서 넘쳐흘러 도랑길을 폴작 건너 칡덩굴을 헤치고 바위 밑에 선다. 나는 큰 바위를 자주 올려다보았다. 풀이 날 자리가 아닌데 푸른 부처손이 빽빽하게 바위를 덮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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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31 21:04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9] 금은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9] 금은화 높은 바위틈에 금은화가 피었다. 덩굴이 돌담으로 뻗고 나무에도 엉키며 자랐는데 이제는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높은 바위틈에 자라네. 유월 볕에 금은화가 피면 꽃물을 빼먹으려고 꿀벌도 바빠지겠지. 나도 꽃에서 꿀을 따먹었다. 시골에서는 인동이라 했다. 장골 윗집으로 올라가는 골목 따라 덩굴이 우거졌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꽃을 땄다. 노란꽃 하얀꽃이 같이 피고 빛깔이 곱고 맛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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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28 16:29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8] 말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8] 말밤 씨앗을 주웠다. 껍질만 다르고 빛깔하고 생김이 밤과 닮았다. 까맣고 두꺼운 껍질에서 씨앗이 나온다. 못에도 딱딱하고 가시가 돋은 껍질에 씨앗이 있었다. 어린 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배가 고파 못에 기웃거린다. 오빠골에는 못이 셋이나 있다. 못이 크기대로 줄줄이 있다. 우리는 가운데 못에서 잘 논다. 길 바로 옆에 있어 물에는 부레옥잠 닮은 풀이 물낯에 퍼져 넓게 덮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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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28 16:26
[숲하루 발걸음 09] 모깃불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09] 모깃불 여름이 되면 마당에서 잤다. 안방에서 뜨락을 밟고 두 계단 내려오면 마루를 붙여놓았다. 어머니가 밥을 할 적에 아버지는 마당에 불을 피운다. 볏단에 불을 지피고 풀을 덮었다. 연기가 많이 난다. 매캐한 연기가 마당을 휘돌고 바람에 떠밀려 다닌다. 우리는 마루에 앉아 저녁을 먹고 아버지 몽침이를 갖다 드리고 눕는다. 어머니는 거꾸로 눕고 동생하고 자려면 갈치잠을 잔다. 나한테 밀려나면…
- 숲하루 글쓴이
- 2021-07-28 16:24
[숲하루 발걸음 8] 마늘 캐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8] 마늘 캐기 유월 보름 무렵에는 비가 자주 내린다. 비를 안 맞히려고 마늘을 당겨서 캤다. 비 얘기만 뜨면 온 마을이 바쁘다. 수레를 타고 재 너머 마늘밭에 갔다. 모두 호미로 마늘을 하나씩 캤다. 소가 들어갈 길을 트면 아버지는 쟁기로 마늘을 깊이 갈았다. 마늘 심을 적처럼 줄지어 뒤로 물러 서다가 소가 지나가면 쓰러진 마늘을 줍는다. 마늘 뿌리에 진흙이 붙었으면 마늘을 마주치면서 흙을 털어…
- 숲하루 글쓴이
- 2021-07-26 20:31
